어릴 때 시골에 살 때는 떡과 떡국은 특별한 음식으로 명절이나 제사 또는 잔칫날에나 맛볼 수 있었다.
반면에 밀가루로 만드는 국수나 수제비는 끼니용이지만 빵은 중참이나 그냥 허기를 달래기 위하여 먹는
겉치레 음식이었다. 한여름 소나기가 쏟아져 농삿일을 잠시 접고 집안에서 쉴 때 어머니가 조선솥에 건그래
를 놓고 쪄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술빵은 냄새만 맡아도 입에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엊그제 점심때가 못미쳐 친구한테서 전화가 때르릉 왔다. 대학 때 기숙사 한 방에서 오랫동안 같이 지냈던
막역한 친구로 별일이 없어도 하루에 한번씩은 전화를 주고 받는 사이다. 폰을 들어 전화를 받으니 대뜸
하는 말이 "니 뭐 하노?"였다. 별 할말도 없고 해서 "숨만 쉬고 있다"고 했더니 "그러면 지금 연산동역으로 나온나."
라는 것이었다. 친구는 평소 술도 좋아하지 않는데 얼마전에는 건강에 좋지 않다며 그마저도 끊었다고 했다.
그런 친구가 대낮부터 술 마시자고 불러낼 일은 추호도 없다. 궁금해서 물었다. "무슨 일인데?"했더니 "나와 보면
안다."고 했다.
별로 할일도 없어 책상 앞에 앉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지하철역으로 행하였다.
봄인데도 날씨가 제법 쌀랑했다. 지공거사가 된 요즘 지하철역이 집 가까이 있는 것 만도 퍽 다행한 일이다.
수영역에서 환승하여 연산동역 개찰구를 빠져 나가니 친구는 손에 작은 종이빽을 하나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남의 장소로 가서 빈 자리에 앉았다. 전해줄 게 있으면 그냥 선 채로 전해주고
제갈길 가면 될 것이지 뭣땜시 자리까지 찾아가면서 앉으라 할것인고 싶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하는 말이 " 이것은 우리 향이가 집에서 직접 구워 보낸 빵인데 집사람이 아람이 엄마가 좋아한다며
보내주라고 해서 갖고 왔다"고 했다.큰 딸인 선향이는 서울에 살고 있으며 초등학교 5년생인 아들 하나가 있다. 솜씨가
좋아 집에서 빵을 구워 이웃에 나눠주기도 하고 부산에 있는 부모님에게도 보내기도 하는 데 이번에 네개를 보내왔다고
한다. 빵이 든 팩을 전해준 다음에 "나도 외손주 자랑 좀 해야겠다"며 폰에서 외손자가 썼다는 영어 에세이를 찾아 보여 주었다.
폰 화면이 작고 글자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초등생이 쓴 글치고는 제법 잘 쓴 편이었다. 눈도 침침하여 내 폰으로
파일을 보내주면 천천히 한번 읽어보겠다고 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손자 자랑하고자 할 때 상대편에게 팁을 내고 한다는데
나는 팁만 받아먹고 자랑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은 셈이다. 집에 와서 빵 맛을 보니 롯데 백화점 빵가게에서 산 것보다 나은 것
같았다.
빵, 토스트, 케이크는 모두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지만, 만드는 방법과 특성이 다릅니다.
1. 빵 (Bread)
2. 토스트 (Toast)
3. 케이크 (C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