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뒤편 세탁실 옆에
낙엽들을 모으는 허름한 공간에
들고양이가 4일 전쯤 새끼 5마리를 낳았다.
3일 전 시골집에 오니까
새끼 고양이들이 걸음도 걷지 못하였는데
지금은
험상궂게 생긴 촌 할배가 다가가기라도 하면
덩굴 속으로 사라져 숨박꼭질로 촌할배 애를 태운다.
5개월 전
일터가 너무 먼 곳이기에
키우던 강아지들을 데리고 갈 수 없어
월출산 아래 영암 사는 지인에게
강아지 하숙을 시켜
매달 강아지 하숙비 20만원을 보내고 있다.
강아지들과 함께 시골집에 살 때에는
동네 들고양이들이 얼신거리지도 않았는데
시골집에
주인도 없고 강아지도 없다 보니
마당은 들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고
들고양이들이
비어 있는 강아지 집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풍경을 집에 올 때마다 보았다.
사실
10월 14일과 15일 휴뮤때는 시골집에 올 계획이 없었고
일터와 가까운 청송 주왕산에 단풍구경 다녀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웬지 막무가내로 시골집에 오고 싶은 충동질이 일어
시골집에 와 보니
들고양이가 새끼 5마리를 낳고서
먹지도 못해 갈비뼈가 앙상한 모습을 보니까
청송 주왕산 가질 않고
시골집으로 온 게 잘한 일이라고 자찬을 하였다.
그제 어제 오늘 3일 동안
어미 고양이 산후조리를 잘해 주었더니
젖이 잘 나와 수시로 새끼들에게 젖 먹이는 모습을 보니
시집간 딸에게 산후조리 해 주는
친정엄마의 마음을 느끼는 것 같아
촌할배는 굶을지라도
어미고양이에게 이것저것 영양식을 공급해 준다.
낙지 넣어 끓인 미역국을 대령하고
어제 아침은 구운 갈치를 대령하고
어제 저녁은 낚시하여 잡은 생선을 대령하고
오늘 아침은 꽁치 통조림을 대령하고
오늘 저녁은 읍내에 가서 삼겹살을 사 와 대령할 예정이다.
어제 오후
어미고양이에게 몸 보신 시켜줄 요량으로
완도 신지 명사십리 지나 동호리 방파제에 낚시를 갔다.
옆 자리에서 낚시하는 프로 낚시꾼은 월척도 잡는데
보슬비는 낚시채비가 구멍가게 수준이다 보니
월척은 한 마리도 못 잡고 피라미들만 10여 마리 잡았다.
보통 때 같으면
잡은 작은 물고기는 그냥 바다로 보내 주는데
어제는 어미고양이 보신을 시켜 줘야 하기에 가지고 왔다.
하루하루 벌어먹고사는 일당쟁이가
오늘 아침
일터에 전화를 하여
몸이 아파 이틀 쉬겠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고양이 산후 조리 해 준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일터 동료들이
나를 또라이 취급할 것 같아 거짓말을 하였는데
내심으론
일이 먼저냐! 일당이 먼저냐! 산후조리가 먼저냐!
오만가지 상념들이 왔다리 갔다리 헷갈려 허덕였지만
어미젖을 빨고 있는 새끼고양이들이 아련거려
이틀 동안 무노동 무임금 원칙아래 일당을 못 받을지라도
비록 들고양이지만
촌할배의 사랑을 전달해주고 싶은 욕심이 앞서기에
손익계산을 하지 않고 들고양이에게 이틀간 투자하기로 하였다.
내일 오후
시골집을 떠나 일터로 갈 때
이곳의 유명 맛집
황칠갈낙탕 2인분을 포장하여 가지고 와서
어미고양이 밥그릇 앞에 놓아주고 떠날 계획인데
아무튼
우리 집에서 태어난 생명체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해 주는 게 촌할배의 책임이 아닐까?
글쓰기가 끝나면
또라이 촌할배는
읍내에 삼겹살 사러 갈 계획이다.
첫댓글 낙지 미역국
낚시하여 잡은 물고기
젖 먹는 새끼 고양이들
천사할배 복 받으실겨!
천사 할배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냥
백사 할배라고
불러 주십시요.ㅎㅎㅎ
ㅎㅎㅎㅎ
읽어 내려가다가 폭소가 터졌네요..
태어난 생명의 굶주림을 보면 당연히 보슬비님 같은 마음이 생기겠어요..
저는 개나 고양이 키우는걸 싫어하는데
님 글을 읽다보니 약한것을 돕는것에는 공감이 갑니다..
따뜻한 글 잘 보았습니다.
보슬비님 글도 알림설정 해야겠네요..ㅋ
크게 웃으셨다니
글쓴이로서 감개무량 합니다.
촌할배는
기계치라서
알림 설정을 못하는데
이 일을 우짜면 좋게습니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지막 말씀하신거 저는 예쁜마음 멋진 캣 대디라고 기억할거예요^^
ㅎㅎ 이렇게 산후조리를 잘 해주실수 있는지 재미있고 감동있게 읽었습니다.
쉽지 않은일 정성스럽게 보살펴 주셔서 다음에는 어떤글을 올리실까 벌써 기다려지는 마음 큽니다.
우리딸 퇴근하면 꼭 읽어보라고 하려구요.
사진은 댓글에 올려주시니 크게 잘보여요.
치즈냥 검은색냥 아가들이죠. 엄마는 삼색냥이 같어요.
감동의 보슬비님^^!
처음으로
산후 조리 해 보는 거라서
많이 서툴렀습니다.
고양이가
미역국을 먹을까?
의아 해 하며 주었는데
미역을
잘근잘근 잘라 먹는 모습을 보고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자위하였습니다.
사흘동안
쉬지 않고 먹더니
배도 볼록해 져 보기도 좋고
시도 때도 없이
젖 물리는 모습을 보니까
새끼고양이도 빨리 큰것 같습니다.
새끼 처음 봤을 땐
길이가 20센티미터도 안되었는데
3일 지난 오늘은
30센티미터나 되는것 같습니다.
참 착하신 보슬비님
보슬비님의 인간미를 칭찬하며
별 다섯개 줍니다.
★★★★★
저번에는
하얀 별 5개 주시고
이번에는
까만 별 5개 주시니
별 값을 드려야 하는데........
언제쯤 드릴 수 있나용?
보슬비님
고맙습니다
아가들을보니 살이 제법 붙어있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네요
낚시에 걸려든 생선들과 낙지 미역국에 탐을 내고 있으니 고양이보다 제가 먼저 ㅋㅋ
우리집에도 고양이 다섯마리 돌보고 있어요
인연이라고 봅니다
보슬비님
복 받으실거예요
ㅋㅋㅋ
냥이들 너무 귀엽네요.
가리나무님도 정말 반갑구요.
NHK 방송에서
재벌이 되어야만
어른 고양이
5마리 키울 수 있다고 하던데...
대단하십니다.
낙지 미역국
탐 내지 마시고
이곳에서
율포해수욕장 가는 길에
민물장어
맛있게 잘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고향 오실 때
꼭 대접토록 하겠습니다.
내 고향 영암에서
몸을 풀고 산후조리에 옹색했던 산모에게 갈낙탕까지 대접하는 님에 손길에 복이올거에요
월출산 정기아래
독천에서 가방을 풀고
갈낙탕으로 행복했던 시절.
언제나 또 가서 엄마 아버지 만나려나 ...
행복한 아가들아
잘 자라거라
영암이
고향이시군요.
저는
영암 옆 강진에 살고 있습니다.
님께서
고향 오실때 연락주시면
독천 낙지골목에서
낙지 요리 대접토록 하겠습니다.
휴가까지 내서 산후조리 하시다니
그 고양이 정말 시집한번 잘 온거 같네요
글쎄요?
시집이라 해야 할지?
동거라고 해야 할지?
보슬비 님의
정성이 가득한
고양이 보살핌에
폭풍 감동입니다
따뜻한 글에
미소 짓고 갑니다
독거 노인이 되다 보니
사람들이 그립고
정도 그립습니다.
사람들과
교류가 없다 보니
보상심리로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정성을 들이는 것 같습니다.
하찮은 글에
미소 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얀다고 할배가
산후조리를 한다지요.
들고양이에게 베푸는 정성을
보노라니,
들고양이들이 촌할배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심심치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노후 보험은 잘 하셨네요.
목숨있는 것에는
할배 같은 사랑이 절대적입니다.
곁에
할매가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할배가 산후조리 해 주고 있답니다.ㅎㅎㅎ
사람과 사람의 사랑은
때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들은
배신이라는 단어를 모르니
참 사랑을 느끼기엔 안성맞춤입니다.
착하신 분~
짐승이라해도
생명을 보면..
지나치지 몬하는 거이
인지상정이지만..
참
대단한 산후조리 해주셨네요..
복받으실겝니다
여름에 비땀시 취소했던 청송여행
올가을은 거그로 떠납니다
굿밤요☆
어디선가
뵌 분 같기도 하고
뵌 분이라면
어디서 보았을까?
강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군요.
청송 여행
언제 하시나요?
가을 날
휴일날에 오시면
청송 가까운 곳에서
식사 대접 해 드리고 싶습니다.
놀부 심보로 사는 사람에게
착하다는 말씀은 아닌 줄 아뢰옵니다.ㅎㅎㅎ
@보슬비
ㅎㅎ
감사합니다
시월 마지막 날입니다만
스케쥴이 바쁠 듯요..
보슬비님의
일상을 다 포기하고 작고
힘없는 생명에게 보살핌을 주신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항상 건강하셔요
님께서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신체
여태까지 살아 오신것 같습니다.
변덕쟁이 촌할배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산후조리 오늘까지만 해 주고
일터로 떠나는데......
욕심같아선
보름 정도 해 주면 좋으련만....
아쉬움만 남기고 떠날려고 하니
쪼금 마음이 아프기는 합니다.ㅎㅎㅎ
와. 정말 큰 보시를 하셨군요.
산후조리 해주시는 그 마음이 모두를 감동시키는 것 같습니다.
보슬비님 복받을겁니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지은 죄가 많기에
복 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ㅎㅎㅎ
그러게요 바쁘긴 엄청 바쁘실 것같아요.
난생처음.... 산후 조리 맡으신거죠?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되고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고양이가
미역국을 먹을까?
조바심속에 끓여 주었더니
쉬지도 않고
단숨에 먹는 모습을 보고
쾌재를 불렀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