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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blog.naver.com/saaya1217/220518534905
2009/12/15 01:20
「쾅!!」
그 소리에 난 펄쩍 튀어 올랐어.
정좌로 앉아 있었으니 넘어질 뻔 하면서도 뒤돌아 바로 달려나갔어.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게 아니라, 몸이 멋대로 움직인 거야.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정좌로 앉아 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려서 제대로 달릴 수가 없는 거야.
저린 다리가 꼬이고 너무 앞을 안 보고 있던 탓에 머리를 벽에 박았지만 하나도 안 아팠어.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렀는데...
그 정도로 당황해서 주변이 안 보였다는 거지.
피가 눈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 보여서 손을 마구 휘저으며 출구를 찾았어.
하지만 이상한데만 찾고 있었던 것 같아.
S선생님 [아직 안 됩니다!!]
갑자기 S선생님이 크게 소리를 지르셨어.
장지문 너머에 있는 부모님과 조부모님께 말을 한 건지, 나한테 한 건지는 알 수 없었어.
알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는 내 움직임을 멈추게 하기엔 충분했어.
움찔하면서 그 자리에서 경직.
그리고 또 머리를 엄청나게 굴리면서 지금 일어난 일을 파악하려고 했어.
솔직히 파악 같은 게 될 리도 없고, S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따랐던 것 뿐이지만.
내 움직임이 멈추고 불간에 들어오려고 하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움직임이 멈춘 걸 확인하듯,
조금 간격을 둔 후 S선생님이 말씀하셨어.
S선생님 [T쨩 미안해, 무서웠지. 이제 괜찮으니 이리로 돌아와.
I씨, 괜찮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 주세요.]
장지문(후스마였을지도) 저편에서 계속 무슨 말을 하는 게 들렸는데 기억이 안 나.
피를 훔치며 S선생님의 앞으로 돌아가자 손수건을 빌려 주셨어.
향냄새일지도 모르지만, 좋은 냄새 났었는데.
이 때가 되어 겨우, 그 소리는 S선생님이 손으로 낸 소리였다고 깨달았어.
(질문을 할 만한 여유가 없었지만)
S선생님 [T쨩, 보였지? 들렸지?]
나 [보였어요...어째서?라고 반복하고 있었어요.]
이 때는 이미 S선생님은 평소랑 다름없는 상냥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어.
나도 이번엔 천천히, 최대한 진정하고 대답을 하는 거에만 집중했어.
뭐....생각하는 걸 포기한 거지만.
S선생님 [그렇네, 어째서? 라고 들렸었지, 뭐라고 생각해?]
전혀 이해가 안 갔어. 생각해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나 [??....아니...음?...모르겠어요.]
S선생님 [T쨩은 아까 그거 무서워?]
나 [무섭...습니다.]
S선생님 [뭐가 무서운데?]
나 [아니...그게 평범하지 않잖아요, 유령이고...]
이쯤에서 내 뇌는 사고 능력의 한계를 넘어섰었어.
S선생님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건지 전혀 짐작이 안 갔어.
S선생님 [그치만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니잖아?]
나 [아니...목에서 피 났고,
게다가 무슨 부적 같은 걸 두르고 있었고,
아무리 봐도 평범한 게 아니고...]
S선생님 [그렇지, 그렇지만 그것 말고는 없었잖니.]
나 [...]
S선생님 [어렵지.]
나 [저, 잘 모르겠어요...죄송해요.]
S선생님 [괜찮아.]
S선생님은 나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얘기를 해주셨어.
타일러주었다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먼저, 그놈은 유령도 귀신이라고 부르는 존재인 건 틀림없대.
그럼 그놈이 소위 악령이라고 불리는 존재냐고 묻는다면,
그리 단언해도 되지만 S선생님은 어렵다고 말씀하셨어.
확실하게 질이 나쁜 부류에 들어가지만
S선생님은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셨어.
내게 일어난 일이 뭐냐고 물었을 땐 이렇게 대답해주셨어.
S선생님 [악의는 없어도 너무 강한 존재면 이렇게 되어버려.
그 사람은 계속 외로웠던 거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만지고 싶다,
자기를 쳐다봐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있다는 걸 눈치채 줘,
눈치채 줘.』
이렇게 계속 바랐던 거야.
T쨩은 말이야, 본인은 모를 수도 있지만 따뜻해.
여러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서 분명 『좋다~착해 보인다~』이렇게 생각한 거겠지.
그래서 자기 존재를 알아채 준 게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던 게 아닐까.
하지만 T쨩은 그 사람과 비교하면 너무 약해.
그래서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서워져서 몸이 반응하고 마는 거야.]
S선생님은 마치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 듯
천천히,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말씀해주셨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되었어.
그것은 분명 악령 아니면 질 나쁜 존재라고 단정 짓고 있었으니까.
S선생님께 제령을 받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S선생님이 그놈을 감싸듯이 말씀을 하시니...
S선생님 [자, 그럼 이번엔 어떻게든 해야겠지.
T쨩, 시간이 걸리지만, 어떻게든 해 줄 테니까.]
이 한마디에 정말 구원 받았어.
아아, 이제 괜찮은 거구나.
끝났다고 생각했어.
드디어 안심한 거야.
S선생님이 가르쳐 준 걸 적을게.
나에게 있어서는 평생 잊고 싶지 않은 말이야.
S선생님 [겉모습이 무서워도,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네 자신처럼 괴로워 하고 있다고 생각하렴.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렴.]
S선생님은 불경을 외우기 시작했어.
제령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놈이 성불할 수 있도록.
그날 밤, 이마는 찢어졌고 자세히 보니 목에 있던 자국은 크게 찢어져서 아팠지만
정말로 편히 잠들 수 있었어.
(불경이 끝나고도 좀처럼 안정을 취하지 못하는 날 위해서
웃으며 그날은 거기서 묵게 해주셨어.)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S선생님은 이미 아침 기도를 끝내고 계셨어.
S선생님 [잘 잤니, T쨩.
자,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오렴.
다 먹으면 본산(本山)으로 갈 거니까.]
관계자도 뭐도 아니기에 다 적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조금만 적을게.
S선생님이 속하고 계신 교파는,
전에도 적은대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역사가 깊어서,
신자도, 수행자도, 일본 전국에서 온다고 해.
가르침은 똑같은데, 지리적인 문제로 동쪽과 서쪽 각각에 본산이 있대.
내가 따라 간 곳은 서쪽 본산이야.
본산에 잠시 신세를 지면서
내가 원래 지니고 있는 덕(徳) (지금도 어떤 건진 알 수 없지만)을 높이고
조금이라도 빨리 그것이 성불할 수 있도록
본산에서 공양을 드리기 위해서 가는 거라고 S선생님은 말씀하셨어.
그 얘기를 듣고 가장 기뻐하신 건 할머니였어.
아직 믿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게 아버지.
마지막에 내가
[이제 괜찮아, 다녀올게.]
이렇게 말해서 반대는 하지 않으셨지만.
본산에 도착하니 젊은 사람이 마중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S선생님께 정중히 인사를 했어.
본당 옆 안쪽에 있는 작은 방(작은 방이라고 해도 꺼려질 정도로 넓고 훌륭했지만)에서
본산에 계신 분들에게 인사를 드렸어.
이 때도 모두들 S선생님에겐 꽤나 저자세였어.
S선생님은 사실은 엄청난 사람이라서
자신이 원했다면 상당히 높은 지위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나중에 들었어.
([쓸쓸하지만, 서열이 세워져 버려.]
S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나는 본산에 잠시 동안 신세를 지며,
뭐 손님처럼 대해주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생활을 했어.
아마 S선생님이 말씀해 두셨던 거겠지.
거기서 지내면서 나는 내가 정말 행운아라고 실감했어.
벌써 40년 간 계속 뱀 귀신 때문에 괴로워 하고 있는 여성이나,
가족, 친척한테까지 재앙이 내려 혼자가 되어 버렸지만,
집안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굉장한 무사 가문 후예인 사람이나...
나 같은 놈보다 훨씬 괴로워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괴로운 생활을 해서 그런지, 있던 곳이 그런 곳이었기 때문인지,
아님 S선생님의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공포는 많이 옅어졌어.
(이렇게 말을 해도 문득 순간적으로 그놈이 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상당히 두려워 했지만)
본산에서 지내면서 1개월이 지났을 쯤 S선생님이 오셨어.
S선생님 [어머어머, 꽤나 좋아진 것 같구나.]
나 [네, S선생님 덕분입니다.]
S선생님 [그 후로 보이거나 했어?]
나 [아뇨...한 번도요, 아마 성불한 건지 어디로 가 버린 게 아닐까요? 여긴 본산이니.]
S선생님 [그럴 리는 없는데?]
내 얼굴이 굳었어.
S선생님 [어머, 미안해. 또 무서워 지지. 그래도 말이야 T쨩,
여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어.
그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많이 구해주는 게, 우리들의 사명이야.]
아마도, S선생님의 말에는 그놈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아.
S선생님 [T쨩, 좀 더 이곳에서 공부를 하렴. 모처럼 왔으니 말이야.]
나는 S선생님이 말을 따랐어.
그 때의 일이 아직 걱정돼서 좀 더 여기 있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그리고 하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시간 자체는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어.
(뭔가 말이 모순되어 있지만 말이야.)
그렇게 지내다 보니 결국 3개월이나 거기서 지냈어.
그동안 S선생님은 이곳에는 오시지 않았어.(2개월 전에 오시고 나서)
역시 S선생님의 말씀이 없으니 불안했어.
근데 슬프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그래도 3개월이나 그동안 내가 지내던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격리되니까
뭔가 부족하다는 감정이 강해졌어.
실로 2개월만에 S선생님이 오셔서 드디어 본산에서의 생활이 끝을 맞이하려고 했어.
몸 단장을 하고, 여하튼 신세를 진 분들을 한분씩 만나서 감사를 표하고,
S선생님과 돌아가려고 했어.
그런데 정신을 차리니 옆에 있었을 터인 S선생님이 안 계셨어.
어? 하고 돌아보니 선생님은 내 조금 뒤에 계셨어.
너무 빨리 걸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니까
선생님은 상냥한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셨어.
[T쨩, 돌아가지 말고 여기 있으면 어때?]
실은 S선생님께 인정을 받은 기분이 들어서 조금 기뻤어.
[아뇨, 저는 여기 있는 분들처럼 살 수는 없어요.
정말로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흉내조차 낼 수 없어요.]
쑥스러워하며 내가 대답하니까
S선생님 [아니 그게 아니라, 돌아가면 안 되는 것 같아.]
나 [네?]
S선생님 [왜냐면 아직 남아있으니까.]
내 얼굴은 또 굳었어.
결국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나서야 본산에서 하산할 수 있었어.
장장 5개월 동안이나 거기서 눌러 살고 말았어.
아마 이렇게 오랫동안 가족도 아닌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는 일은 앞으로 없겠지.
S선생님께는 이런 말을 들었어.
[아마 이젠 괜찮을 거 같은데 얼마 동안은 한 달에 한 번 오렴.]
그놈이 사라진 건지 아니면 숨어버린 건지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고 하셨어.
길고 길었던 본산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왔어.
빌린 아파트는 어머니께서 퇴거 수순을 끝내주셔서 친가에 내 짐이 있었어.
아파트 방문을 연 순간 뭔가 그을린 것 같은 냄새랑
방 중앙 부분 바닥에 작은 벌레가 모여 있었대.
너무 무서워서 그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오셨대.
다음 날, 어쩔 수 없으니 결심을 하고 다시 방문을 열자
냄새는 남아있었지만 벌레는 사라져 있었대.
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내가 안 봐서 다행이다.
친가로 돌아와서 실로 약 반 년만에 휴대폰을 살펴보니
(그러고 보니 이 때까지는 신경도 안 쓰였었어.)
전화랑 메일 엄청나게 와 있었어.
그 중에 가장 많았던 게 ○○.
메일에는 걔는 걔 나름대로 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자책하고 있었는지
사죄랑 이렇게 하면 좋다던가, 이런 사람을 찾았다던가,
자주 연락을 한 게 적혀 있었어.
어머니께 ○○이 집까지 왔었단 얘기도 들었어.
—————
집에 돌아온 지 2일째 되는 밤.
○○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 너머가 시끄러웠어.
○○는 혀를 꼬며 말해서 무슨 소릴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
....술 처먹고 놀고 있었어.
일단은 전화를 끊고,
『죽여버린다.』
라고 메일을 보내뒀어.
어차피 이 세상에서 남은 남이야.
다음 날 ○○한테서 메일이 왔어.
『사과를 하고 싶으니 시간을 내 주지 않을래?』
전화가 아니었던 건, 좀 그래서 그런 거겠지.
밤이 되자 집까지 ○○가 찾아왔어.
일부러 먼 곳에서 올 정도니 상당히 후회와 반성을 한 거겠지.
(밤에 나가는 걸 내가 싫어한 게 가장 큰 이유란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현관을 열고 ○○를 보자마자 두 대 날려줬어.
한 방째는 그놈이 자책하는 걸 그만두게 하고 싶어서,
두 방째는 술 처먹고 놀아서 날 짜증나게 만든 것에 대한 속죄.
말로 용서하는 것보다 맞는 게 더 후련한 경우도 있지.
뭐, 두 방째는 내 개인적인 분노였지만.
○○한테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그날 밤은 둘이서 흥분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상이었지.
○○한테서는 그날 밤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어.
그날 밤, 도망쳤을 때는 하야시는 분명 이상해져 있었대.
하야시 차 안에서 친구랑 기다리던 ○○는,
일단 틀림없이 위험한 사태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바로 알아챘대.
하지만 뒷좌석으로 뛰어온 하야시가 조급해 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여서,
차를 출발 시킬 수밖에 없었대.
[반항을 하거나 망설였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어.]
○○의 말이 그 당시 상황을 느끼게 해줬어.
○○는 차가 우리 집에서 멀어져 고속도로 입구의 신호 때문에 멈췄을 때 도망쳤다고 해.
[그도 그럴게 그 새끼, 도중부터 웃기 시작하다가, 떨다가,
『난 아니야』
이러고
『그런 짓 안 할 거예요』
이런 말을 지껄이기 시작해서 무섭더라고.]
그놈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다시 떠올라서
머릿속 그 영상을 지우는데 고생했어.
우리 집에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게 너무 무서워서였대.
[근성도 없는 놈이라서 미안해.]
이렇게 사과를 했으니 용서해줬어.
내가 ○○였다고 해도 그랬을 거야.
그 후 하야시가 어떻게 되었는진 아무도 모른대.
아무리 그래도 이번 일에 대해선 ○○도 화가 나서,
하야시를 소개해 준 친구에게 따졌다고 해.
결국 하야시는 사기꾼 축에도 못 끼는 개 쓰레기 놈이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놈이 꼬드겨서 별생각 없이(용돈 벌이였었대...) 소개한 거래.
○○ 왈
[제대로 패줬으니까 용서해줘!]
그래도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자신의 정보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이번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이런 일에 끼어들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놈이 주변에 있을 리가 없고
아마, ~겠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정보밖에 없었다고 해.
그래서,
[무슨 조건이 몇 개 있는데,
그게 우연히 갖추어져서 일어난 게 아닐까.]
이렇게 밖에 말을 할 수가 없었대.
그 후 나는 S선생님이 말씀하신 걸 지키며 매달 1번 S선생님을 찾아갔어.
처음 1년은 매달, 다음 해는 3개월에 1번.
○○도 나한테 사과를 한 후에는 아무 일이 없어도 집까지 오는 날이 많아졌고
S선생님이 계신 곳에 가기 전과 돌아왔을 때는 반드시 연락이 왔어.
그놈을 보고 2년이 지났을 즘.
S선생님께 이 말을 들을 수가 있었어.
[이제 걱정할 거 없어 T쨩. 이젠 가끔만 오면 돼.
그래도,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
정말로 끝난 건가...나는 알 수가 없지.
S선생님은 그로부터 3개월 후, 타계하셨어.
경애하는 S선생님께 좀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었어.
그저 지금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싶어.
S선생님의 장례식이 끝나고 2개월이 지났어.
외로움과,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도 옅어지기 시작하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어.
어수선한 매일, 순간순간 문득 그때 일을 떠올릴 때가 있어.
너무나도 일상과는 동떨어진 일이라,
정말로 일어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때가 있어.
이런 얘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또 할 필요도 없고,
그저 매일을 열심히 살아갈 뿐이야.
그 너무도 당연한 일상을 보내던 중,
할머니께서 보낸 편지 한 통이 도착했어.
봉투를 잘라보니 할머니의 편지랑 다른 편지가 또 한 통 나왔어.
할머니의 편지에는 나를 사랑하는 내용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어.
『S선생님에게 받은 편지야.
*49제도 끝났으니, S선생님의 약속대로 T쨩에게 보낼게.』
*49제 : 불교에서 사람이 죽은 날로부터 매 7일째마다 7회에 걸쳐서 49일 동안 개최하는 기도의식.
S선생님의 편지.
지금은 거기 적힌 내용의 진상을 확인할 수도 없고,
그대로 적는 것도 꺼려지니까 대충 적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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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쨩에게
오랜만이구나. S란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꽤나 지났네.
지금은 괜찮니? 무서워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나이가 들면 빙 둘러서 말하게 돼서 안 되겠네 참.
오늘은 말이야, T쨩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서 편지를 적었단다.
하지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야.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그치만...미안하구나.
그날, T쨩이 우리 집에 왔을 때, 선생님은 정말로 무서웠단다.
그도 그럴게 T쨩이 데리고 온 존재는
도저히 선생님이 감당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T쨩 두려워하고 있었잖니?
그래서 선생님이 더 무섭게 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무리 손을 뻗어도 전혀 쳐다도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단다.
그때는, 운이 좋았어.
T쨩, 본산에서 지내던 생활은 어땠니?
조금이라도 마음이 놓였으려나?
T쨩을 만날 때마다 선생님이 아직은 안 된다고 했잖니? 기억하고 있니?
이대로 돌아가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T쨩처럼 젊은 애에겐 지루할 거라고 알면서도 돌아가라고 할 수가 없었어.
선생님은 매일 기도를 드렸는데 좀처럼 다른 곳으로 떠나주질 않아서.
그렇지만, 이제 괜찮을 터야.
근처에서는 없어진 것 같으니 말이야.
하지만 T쨩, 만약...만약 또 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면,
바로 본산으로 가렴.
그곳이라면 아마 T쨩이 더 강해져서, 좀처럼 손을 댈 수 없을 거야.
마지막으로, 꼭 알려줘야만 할 게 있단다.
너무도 괴로워진다면 부처님께 네 몸을 맡기렴.
더는 괴로운 일밖에 남지 않게 된다면 결심을 하거라.
결코 T쨩이 죽었으면 하는 게 아니란다.
그래도 말이다, 만약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T쨩에게 있어선 괴로운 시간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뜻이란다.
T쨩은 본산에서 몇 명이나 만난 적이 있지?
정말로 나쁜 존재는 말이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괴롭힌단다.
절대 끝내주지 않는 거야.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빙그레 비웃고 싶은 거야.
분하지만, 선생님들의 힘이 부족해서,
눈앞에서 괴로워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경우가 있어.
그 사람들도 구해주고 싶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선생님은 어떻게든 T쨩만은 구해주고 싶어서 노력을 했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어.
기척은 느껴지지 않으니, 사라졌을 것 같긴 하지만 아직 안심하면 안 돼.
안심하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알겠지? T쨩.
결코 안심을 하면 안 된다.
언제나 경계하고, 수상한 곳에는 가지 말고,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
선생님을 믿어, 알았지?
거짓말만 쳐서 미안하구나.
믿어 달라고 하는 게 너무 이기적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래도, 끝까지 부처님께 기도 드렸다는 건 믿어주렴.
T쨩이 강건하게 매일매일을 보낼 수 있도록,
언제나 기도할게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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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으면서 편지를 들고 있는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기분 나쁜 땀도 흘렀어.
고동은 계속해서 빨라졌어.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아직...끝나지 않은 거야?
갑자기 그놈이 어디선가에서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이젠 도망칠 수 없는 게 아닐까?
어쩌면 그저 숨어있던 것 뿐이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내 눈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게 아닐까?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이젠 어쩔 도리가 없어.
모든 것이 의심스럽게 여겨졌어.
S선생님은 어쩌면 그놈한테 당한 게 아닐까?
그래서 이런 편지를 남기신 게 아닐까?
결국...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게 아닐까?
하야시는, 어쩌면 그놈한테 씌어버린 게 아닐까?
대체 그놈이 뭐라고 속삭인 거야.
나랑은 다르게, 좀 더 직접적인 말을 들어서....
이상해 진 거 아닐까?
S선생님은, 내가 걱정하지 않도록 거짓말을 해주셨지만,
『거짓말을 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던 건가....
결국 그걸 알고 계셨으니
S선생님은 마지막까지 걱정을 하신 게 아닐까?
의심을 하면 할수록 혼란스러워져.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어.
내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야....
2년 반에 걸쳐 지금도 끝났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전부야.
결국 이유도 알 수 없고 운 좋게 해결이 되거나,
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
어디에서 들은 지도 모르는 지식이 불러온 건지,
아니면, 그게 뭔가 인과관계가 있었던 건가...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우연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어.
하지만 우연이라기엔 너무도, 지독하게 괴로워.
대체 이렇게까지 괴로워야 하는 죄를 저질렀나? 저지르지 않았잖아?
그렇다면...대체 왜?
너무 불공평하잖아.
이게 내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야.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여기까지야.
[뭔가에 씌이거나 노려지거나, 따라다닌다면,
정말로 그냥 지낼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얘기할게.
마지막까지, 누군가가 끝났다고 해도, 안심하면 안 돼.]
그리고....
마지막까지 와서 미안하지만 내가 사과해야만 하는 게 있어.
이 얘기 안에 작은 거짓말이 몇 가지 있어.
이건 다소 이해하기 쉽도록 한 거기도 하고,
내가 알 수 없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친 거짓말이니까 봐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잘 이해가 안 갔던 부분도 많았을 것 같아.
전부 다 사과할게.
그런데...사과를 하고 싶은 건 그 부분이 아니야.
좀 더,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부분에 관련된, 근본적인 부분에 나는 거짓말을 쳤어.
눈치는 못 챘을 것 같고,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모순되게 느끼는 부분도 있겠지.
실망하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이 이야기를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했어.
나는 ○○야.
.....이제 와서 후회해도,
내 후회는 끝나질 않아.
첫댓글 넘 잼따....근데 개놈아 이걸 글로 쓰면 어케요
나 홍콩죽순인데 이거 무서워서 들어갓다 나왓다 하명서 봄…
나쁭놈이였네ㅠㅠ 어떻게 됐을까
흐메
헉 그럼 귀신붙은애는 죽은거고 OO가 친구인척 쓴거야??? 재밌다
ㅇㅇ이 양아치 새끼;;;;
마지막에 s선생님 편지 읽으면서 뭔가
"사실 이이야기에서 나는 xx야"
라고 고백하는 내용의 글이 생각났는데 이거 맞았구나... 싀팔럼
그럼 t는 어떻게 된 걸까?
그리고 부처님께 몸을 맡기라는 거는
다시 읽으니까 출가가 아니라 죽으라는건가?싶기도 하다 죽으라는 말이 아니야 라고 하니까 더 그렇게읽힘ㅋㅋ
이 괴담 주기적으로 생각나 기승전결 완벽함
원래 원본은 뭐 이 이야기를 하면 그 귀신이 다른데에 붙고 그런거 있지않았나??? 어디서 본거같은데 ㅋㅋㅋㅋ 다시봐도재밋다
마지막에 뭘 고백한다길래 이얘기 읽은 사람한테 옮겨붙게한다는 걸까바 긴장했네... ㅋㅋㅋㅋㅋ 근데 난 ㅇㅇ가 뭐 그리 나쁜짓을 했나 모르겠어.. 사기꾼 안데려왔어도 다 겪던 일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