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건너면 맨처음 만나는 섬이다.
암태도는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섬 한복판에 자리잡은 승봉산(해발 355m)이 늠름한 기백을 자랑한다.
섬마을에 <남하부엌>이란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어 인기가 많다.
암태도는 신안군 다이아몬드 제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압해도와 천사대교로 연결되면서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등이 육지와 연결됐다.
오도선착장은 천사대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암태도의 관문이었다.
지금은 크루즈 요트와 어선이 드나드는 선착장이 되었다.
오도항의 여객선이 끊기는 것은 물론 목포지역과 연결되는 여객선도 사라겼다.
오도선착장에서 암태도 등대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천사대교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역시 바로 오도선착장이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7.2km의 천사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9년 개통된 천사대교는 현수교와 사장교가 한데 연결된 교량이다.
암태도 등대는 1913년 일제강점기에 세워졌다.
서남해 해역의 복잡한 수로에서 선박의 안전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년 8월 1일 해양수산부 등대문화유산 제27호 지정되었다.
승봉산 들머리를 찾지 못해 한참 동안을 헤맸다.
마을 어르신들이 옛날에 자신들이 다녔던 길로 알려주신다.
하지만...암태중학교 체육관 옆으로 난 길을 어렵게 찾아냈다.
여러 산악회의 리본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제대로 들어선 것 같다.
산길은 줄곧 다채로운 형태의 바위들과 함께했다.
언제 어디서나 시원한 조망을 기대해도 좋을 곳이었다.
점점 고도를 높여나갈수록 시야가 사방으로 트인다.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이어지면서 전망 좋은 273봉에 도착한다.
발치 아래 파란색 지붕의 암태면 소재지 너머 수많은 섬의 군무를 볼 수 있다.
이어서 승봉산의 명물 ‘만물상’이 나온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백 개의 바위기둥이 모여 있는 독특한 풍광이다.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만물상의 축소판 같은 앙증맞은 모습이다.
밧줄을 잡고 오르는 제법 가파른 구간도 있다.
드디어 승봉산(升峰山) 정상이다.
북쪽으로 승봉산의 형님 격인 자은도 두봉산이 솟아 있다.
남쪽으로 팔금도와 안좌도, 비금도, 도초도 등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풍경이 시원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소문으로 듣던 근사한 레스토랑 <남하부엌>으로 갔다,
면사무소 부근의 낡은 양곡창고를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으로 만들었다.
장흥에서 같은 이름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온 성일경·홍성순 부부가 주인이다.
한자 그대로 '남쪽 아래로 내려온 부엌'이라는 뜻이다.
우직하지만 사랑이 넘쳐나는 남녀 조각상이 수문장이다.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는 단연 하몽파스타다.
남하부엌의 하몽은 암태도에서의 시간을 고스란히 응축한 결과물이다.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 서빙 총각의 모습은 옥에 티였다.
하몽은 이베리아반도 내륙 대평원의 삼시세끼를 책임져 왔던 식품.
돼지의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서 매달아 놓고 서서히 숙성해서 만든다.
하몽을 훈연하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게 천장에 매달아놓았다.
삭당 내부는 마치 미술관처럼 다양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아침에 먹을 갓구운 바게트빵을 사가지고 왔다.
하나로식당은 병어조림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다.
이 곳의 병어조림은 다음을 위해 아껴두었다.
암태도는 일제시대에 소작쟁의의 대명사로 기억되고 있는 섬이다.
소작농들이 친일지주 문재철과 일제에 맞서 싸워 승리한 항일 농민운동이다.
암태도 소작쟁의는 서해안의 섬들과 전국적인 소작쟁의의 계기가 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97년 '암태도 소작인 항쟁기념탑'이 조성되었다.
승봉산 기슭에 위치한 노만사로 향했다.
노만사는 좁고 가파른 산길을 제법 올라가야 한다.
주지 스님 대신 꼬리를 치며 반기는 강아지가 귀엽다.
해남 대흥사의 말사(末寺)로 1873년에 창건된 작은 사찰이다.
일제강점기 말엽에 석조로 지은 대웅전 건물이 독특하다.
대웅전 뒤편에는 신비로움이 가득한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덕분에 ‘이슬이 가득하다’는 뜻을 지닌 노만사(露滿寺)가 되었다.
법당 뒤에는 움푹 들어간 바위 절벽이 있었다.
그 절벽 사이에서 떨어지는 석간수가 바로 이슬이었던 것이다.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하는데...마실 수는 없어 보인다.
바위에 붙어 서식하는 수령 100여 년의 송악도 볼 만하다.
육중한 바위 표면에 쫙 붙어 위로 뻗어 올라가는 줄기가 경이롭다.
그 뿌리와 줄기가 마치 바위를 뚫고 나온 것 같다.
노만사를 나와 추포도(秋浦島)로 향하였다.
2021년 3월 추포대교가 개통되어 암태도와 이어졌다.
추포도는 암태면의 단 하나뿐인 해수욕장을 품고 있다.
썰물이 되면 옛 노둣길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추포도와 암태도 사이의 갯벌 위에 만든 바닷길이다.
주민들이 돌을 쌓고 사이에 자갈을 채워 총 2.5km의 길을 냈다.
가을바람이 밀려오는 추포항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송곡리 매향비(埋香碑)를 보았다.
매향(埋香)이란 향나무를 묻는 민간불교 신앙의례를 말한다.
1405년에 건립되었으며, 1982년에 발견되었다.
송곡리 매향비는 섬에서 유일하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김장을 위해 20kg 신안 천일염을 1포대 사가지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