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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로렌초 다 폰테
초연 1790년 빈 부르크 극장
배경 18세기 나폴리
<2016 로열 오페라하우스 / 184분 / 한글자막>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세묜 비슈코프 지휘 / 얀 필립 글로저 연출
피오르딜리지.....나폴리의 귀족 처녀. 도라벨리의 언니.....코린 빈터스(소프라노)
도라벨라...........피오르딜리지의 여동생........................미안젤라 브로어(메조소프라노)
데스피나...........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의 하녀...........사비나 푸에르톨라스(소프라노)
페란도..............장교. 도라벨라의 연인.........................다니엘 베흘(테너)
굴리엘모...........장교. 피오르딜리지의 연인...................알레시오 아르두이니(바리톤)
돈 알폰소..........나이 많은 철학자................................요하네스 마르틴 크뢴즐(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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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오페라를 뮤지컬의 양념으로 요리한 <코지 판 투테> 2016 로열 오페라 실황
2016년 1월 로열 오페라하우스 실황으로 오른 <코지 판 투테>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보다 더 재밌다. 얀 필립 글로저의 연출은 원작의 배경인 18세기를 지우고, 오늘날의 의상과 풍습으로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그만의 익살도 녹아들어가 있다. 비치코프의 지휘가 시작되자 두 커플은 객석으로 난입하며 독특하게 막을 열어 젖힌다. 그러면서도 원작도 묘하게 겹쳐놓는다.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고전적인 복장을 하고 나타나, 고전과 현대가 겹쳐진 무대에서 감미로운 2중창을 선사한다. 결혼 적령기인 듯한 젊은 4명의 남녀 성악가들도 작품의 사실감을 더한다. 한바탕의 소동극이지만, 모두들 모차르트에 일가견이 있는 성악가들이라 매 장면마다 비치코프의 지휘에 맞춰 진지하게 노래한다. 이러한 음악적 진지함 역시 이 프로덕션만의 매력이다.
우리말로 '여자란 다 그래'로 번역되는 <코지 판 투테>는 모차르트의 대표적 희극 작품이다.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 자매와 약혼한 젊은 장교 굴리엘모 및 페란도가 철학자 알폰소 앞에서 약혼녀들의 미모와 정숙함을 자랑한다. 알폰소가 내기를 걸며 한바탕 소동이 시작된다. 알폰소는 약혼자들이 전쟁터로 나갔다며 거짓말을 한다. 그러고 나서 약혼자들이 기사로 변장하고 자매를 찾아와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구애한다. 점점 마음이 약해지고 흔들리는 두 자매는 유혹에 넘어가는데, 원래 연인이 아닌 사람에게 빠지게 되지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2016년 1월 로열 오페라하우스 실황을 담은 이 프로덕션에는 얀 필립 글로저가 연출을 맡았다. 1981년생의 젊은 연출가는 원작의 배경인 18세기를 지우고, 오늘날의 의상과 풍습으로 무대를 꾸민다. 마치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보는 뮤지컬 같다. 여기에 자신만의 익살을 더하기도 한다. 세묜 비치코프의 지휘가 시작되자 두 커플은 객석으로 난입하며 독특하게 막을 열어 젖힌다.
그러면서도 원작도 묘하게 겹쳐놓는다. 자매가 무대 위의 막을 열자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고전적인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 두 사람은 2막의 유명한 2중창 '불어라 우리의 노래, 부드러운 서풍을 타고'를 선사한다. '무대 속 무대'가 펼쳐지는 이러한 환상적인 장면들이 이 작품의 진가를 더욱 높인다.
페란도 역의 다니엘 베흘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으며, 알레시오 아르두이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의 작품을 주축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뮤지컬 배우 같은 피오르딜리지 역의 코린 빈터스, 도라벨라 역의 안젤라 브로저의 외모와 노래 역시 인상적이다. 카메라들은 뮤지컬적 감각이 녹아든 현장을 잘 잡아내고 있다. 보너스 트랙으로 무대디자이너 벤 바워의 인터뷰(3분 20초/영어자막)가 들어가 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정홍래 글>
코지 판 투테 K.588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여인들의 정숙함을 시험해본다는 이 오페라는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황제 요제프 2세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작곡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실제로 빈에서 일어난 일을 극으로 옮겼다는 설도 있다. 모차르트의 34세 생일 하루 전 날인 1790년 1월 26일에 초연되었다.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대사가 오페라 제목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1막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여자들이 다 그렇지. 특별한 일이랄 것도 없어.” 백작부인과 수잔나에게 마음을 품고 있던 케루비노가 수잔나와 함께 있다가 백작이 갑자기 방에 들어오자 의자 뒤에 숨는다. 그런데 케루비노가 백작부인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는 말을 들은 백작은 숨어있던 케루비노를 발견하고 더욱 화가 난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음악선생 바질리오가 말한다. “여자들은 다 그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등장했던 대사가 또 다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제목이 된 것이다.
다 폰테가 대본을 맡은 후기의 대표작
2막으로 구성된 〈코지 판 투테〉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의 대본작가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가 또다시 대본을 맡았다.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다룬 이 오페라는 주제가 가볍고 사건 전개가 장난스럽다는 점에서 19세기에 혹평을 받았지만, 모차르트의 후기 작품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오페라이다. 원 제목은 〈코지 판 투테, 혹은 연인들의 학교(Cosi fan tutte, ossia La scuola degli amanti)〉이다.
힘겨운 시기에 작곡된 유쾌한 오페라
1787년 프라하에서 초연된 오페라 〈돈 조반니〉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그 이듬해 5월, 빈의 무대에 올려진 공연 역시 많은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빈에서 거둔 성공은 프라하 공연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고, 당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모차르트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무렵 궁정 작곡가 자리를 얻은 모차르트는 마지막 교향곡 세 곡과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함으로써 그의 작품목록에서 최고라 할 만한 음악을 남긴다. 하지만 그가 받는 급여는 선임 작곡가 글루크의 반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모차르트는 아내 콘스탄체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연주는 나에게 대단한 영광과 박수갈채를 안겨주고 있소. 하지만 금전적으로는 완전 실패야.” 성공적인 연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서 얻는 보상은 그의 빚을 청산하기에 부족한 것이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을 다시 빈의 무대에 올렸고, 이를 관람한 황제 요제프 2세가 그에게 새로운 오페라를 위촉함으로써 작곡된 작품이 바로 〈코지 판 투테〉이다.
줄거리
1막
이야기는 18세기의 나폴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숙한 여인 피오르딜리지와 그녀의 여동생 도라벨라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젊은 장교 굴리엘모와 페란도이다. 나폴리 해변의 정원에서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는 연인들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이처럼 멋진 남자는 없을 거라고 노래한다. 한편 이들의 연인,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나폴리의 어느 카페에 앉아 토론 중이다. 철학자 돈 알폰소가 시비를 붙여 말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나이 많은 알폰소는 여성들이 지조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이 철학자의 빈정거림에 화가 난 두 남자는 알폰소와 내기를 하기로 한다. 알폰소의 계획을 따르되, 연인들에게는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곧바로 내기가 시작되었다. 정원에서 약혼자의 사진을 보고 있던 자매에게 알폰소가 달려온다. 그들의 연인이 출정 명령을 받아 곧 연대로 가야한다는 거짓 소식을 전한 것이다. 그리고 알폰소는 두 남자의 얼굴에 수염을 붙이고 알바니아 사람으로 변장을 시킨다. 연인과의 이별로 슬퍼하는 자매 앞에 알바니아인으로 나타난 두 남자는 다짜고짜 사랑을 고백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던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는 당장 나가달라고 한다. 두 남자는 내심 기뻐하며, 여인들의 한결같은 마음에 안도한다.
두 남자는 자신들이 내기에서 이겼다며 돈을 달라고 말하지만, 알폰소는 아직 좋아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알폰소는 이들에게 약병을 쥐어주고는 독약을 마시는 것처럼 연기를 시킨다. 두 남자는 자살소동을 벌이며 사랑을 고백한 것이다. 두 남자가 목숨을 잃을까 걱정이 된 자매는 그들을 측은하게 생각하며 간호하기 시작한다. 알폰소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은 하녀도 달려와 응급처치를 한다.
2막
두 남자의 진심어린 마음에 동생 도라벨라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언니의 약혼자인 굴리엘모를 마음에 두고 있다. 한편 페란도는 피오르딜리지에게 사랑의 노래를 바치지만, 그녀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여인들과 헤어지고 돌아온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페란도는 피오르딜리지의 굳건한 마음을 칭찬하지만, 그는 굴리엘모에게 변심한 도라벨라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변심한 동생을 나무라던 피오르딜리지는 약혼자를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군복을 입고 남자 모습으로 변장한 피오르딜리지는 직접 전쟁터에 가서 연인을 만나려고 한다. 하지만 페란도가 또다시 나타나 자살소동을 벌이며 그녀를 설득하고, 부드러운 그의 고백에 피오르딜리지의 마음도 흔들리고 만다. 두 여자의 마음이 모두 움직이고 만 것이다.
약혼녀의 행실에 화가 난 두 남자는 울분을 참지 못하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돈 알폰소는 ‘모두가 여인들을 비난하지만 나는 그들을 변호하고 싶네’, ‘여자들은 모두 그런 것(Così fan tutte)’를 노래한다. 그럼에도 자매를 따끔하게 혼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돈 알폰소는 마지막 연극을 준비한다. 하녀에게 결혼 준비를 시키고는, 그녀를 결혼 공증인으로 분장시킨 것이다. 그리고 서로 뒤바뀐 두 쌍의 결혼식을 진행한다. 그런데 네 사람이 결혼서약서를 읽는 순간, 멀리서 군대의 개선을 알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출정을 나갔던 남자들이 돌아온다는 합창이었다..
너무 놀란 자매는 이 알바니아인들을 숨기려 하지만, 금세 전쟁터에서 돌아온 척 연기하는 남자들은 새하얗게 얼굴이 질려버린 연인들을 보며 반가운 척 한다. 이 미묘한 상황에서 알폰소가 극적인 긴장감을 더한다. 여인들이 서명한 결혼서약서를 두 남자들 앞에 떨어뜨린 것이다. 남자들은 화가 난 척 연기하고, 반은 알바니아인으로, 반은 군인 복장을 하고 돌아온다. 이제 결혼공증인으로 분장했던 하녀가 사실을 밝히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연극이었음이 밝혀진다. 비록 여인들은 변심을 했지만, 남자들은 그녀들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여인들의 실수까지도 모두 안아주어야 하는 것이 연인들의 몫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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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1월 11일 발행 네이버캐스트, 이용숙 글>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특성 : 모차르트의 오페라중 가장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음악
정보 : 1790년 1월 26일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초연
수없이 사랑을 약속하고 확인하고 맹세한 내 연인이 잠시 떨어져 있는 사이 다른 이성에게 마음을 빼앗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열렬히 사랑해 결혼까지 약속한 약혼녀들의 변심을 다룬 대표적 희극입니다. 유명한 대본작가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가 유부녀와의 연애사건으로 베네치아에서 추방당해 빈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모차르트 최고의 걸작 이탈리아어 오페라 세 편은 우리 곁에 없었겠지요. 1786년에 빈에서 초연한 [피가로의 결혼], 1787년에 프라하에서 초연한 [돈 조반니], 그리고 1790년 1월 26일 빈 부르크테아터(Burgtheater)에서 공연된 [코지 판 투테]의 대본이 모두 다 폰테의 천재적인 펜 끝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코지 판 투테>란 ‘여자들은 다 그렇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는 다 그래’라는 제목으로 공연되기도 합니다. 이 오페라의 원작 소설이나 희곡은 없지만 다 폰테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남편이 집을 떠났다가 변장하고 돌아와 아내의 정절을 시험하는 이야기),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광란의 오를란도Orlando Furioso] 등 여러 문학작품을 참고했습니다. 당시 유럽 궁정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파트너간의 정절시험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전합니다.
약혼녀의 정절을 두고 내기를 걸다
이야기의 배경은 18세기 후반, 이탈리아 나폴리입니다. 자매간인 피오르딜리지(Fiordiligi. 소프라노)와 도라벨라(Dorabella. 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는 젊은 장교 굴리엘모(Guglielmo. 바리톤) 및 페란도(Ferrando. 테너)와 며칠 전에 약혼한 사이죠. 이들은 카페에서 나이든 철학자 친구 돈 알폰소(Don Alfonso. 베이스) 앞에서 자기 약혼녀의 미모와 정숙함을 자랑하느라 입에 침이 마릅니다. 외모만 예쁜 게 아니라 절대로 다른 남자들에게 눈 돌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자 돈 알폰소는 ‘여자들의 신의란 믿을 게 못된다’면서 내기를 제안합니다. 24시간 안에 약혼녀들이 다른 남자에게 넘어가면 페란도와 굴리엘모가 알폰소에게 돈을 주고, 유혹에 끄떡없으면 반대로 알폰소가 두 사람에게 돈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약혼자들의 초상화를 보며 사랑의 꿈에 젖어있는 자매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에게 돈 알폰소가 찾아와 애인들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헤어져 있는 고통을 견디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두 약혼녀를 지켜보며 애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지만, 알폰소는 ‘내기는 끝나봐야 안다’며 자신감을 보입니다. 여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연인과 이별하고, 약혼자들을 태우고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알폰소와 함께 뱃길에 바람과 파도가 잔잔하기를 기원합니다.
두 자매의 하녀인 데스피나(Despina. 소프라노)가 핫초콜릿 주전자를 들고 들어와 하녀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약혼자들이 전쟁에 나간 걸 비관하여 자살하겠다고 설치는 주인 아가씨들에게 데스피나는 ‘약혼자들이 전사해 새 남자를 만나게 되면 더 좋은 일 아니냐’면서, 여자들에게 감언이설을 늘어놓다가 싫증나면 인정사정없이 차버리는 남자들의 속성을 폭로합니다.
전쟁터에 나가는 척했던 페란도와 굴리엘모는 알폰소의 연출에 따라 알바니아의 돈 많은 귀족 기사로 변장하고 약혼녀들을 찾아옵니다. ‘약혼자에 대한 우리의 일편단심은 절대로 변치 않는다’는 자매의 새침한 거절에 남자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며 속으로 기뻐하지만, 알폰소는 ‘여자들의 말이 과연 본심일까?’ 하며 비죽거립니다. 페란도는 빨리 이 연극을 끝내고 연인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고대하며 서정의 극치인 아리아 '우리 연인의 사랑스런 숨결은'을 노래합니다.
변장한 약혼자들은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독약을 먹고 죽어가는 척까지 하며 여자들을 시험해봅니다. 이때 의사로 변장한 데스피나가 나타나 자석요법으로 남자들을 살아나게 하는 척합니다. 자매는 차츰 새로운 남자들에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키스를 원하자 자매는 화를 내며 나가버리죠. 데스피나는 남자들을 만나보라고 자매에게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도라벨라는 굴리엘모가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피오르딜리지는 페란도를 점찍게 됩니다.
유혹에 넘어간 도라벨라, 흔들리는 마음
도라벨라가 먼저 굴리엘모의 유혹에 넘어갑니다('이 마음을 드릴게요'). 그러나 피오르딜리지는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페란도의 구애에 굴하지 않고 버티지요.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각자 상대의 여인을 만났던 이야기를 나누는데, 페란도는 자기 연인인 도라벨라의 변심에 깊은 상처를 입고, 굴리엘모는 세상 모든 여자들을 비난합니다. 데스피나는 도라벨라의 결정을 칭찬하지만 피오르딜리지는 도라벨라를 비난하지요. 그리고 용기를 내어 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약혼자를 만나러 가려고 합니다. 이때 도라벨라의 배신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페란도가 나타나 목숨 걸고 구애하자 결국 피오르딜리지도 격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곧 내 연인의 품에 안겨). 이 광경을 숨어 지켜본 굴리엘모는 분노를 폭발시키고, 알폰소는 ‘모든 여자들은 다 그렇게 한다’면서 두 남자를 위로합니다.
변장한 데스피나를 공증인으로 해 두 커플은 결혼서약서에 서명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군대의 합창이 울려옵니다. 그러자 두 남자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다시 약혼자 차림으로 나와 방금 전쟁터에서 돌아온 척하지요. 결혼서약서를 들키자 궁지에 몰린 처녀들은 약혼자에게 변명을 늘어놓느라 바쁩니다. 알폰소는 ‘이 일을 통해 모두들 좀더 현명해졌을 테니 이제 큰소리로 웃어버리고 결혼하라’면서 네 사람을 각각 원래의 파트너에게 짝지어줍니다. ‘낙천적인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피날레의 합창이 즐겁게 울리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완벽한 연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지 판 투테]의 음악은 모차르트 오페라 중 가장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음악입니다. 모차르트는 성악가들이 가장 아름다운 레가토를 구사할 수 있도록 악곡의 유연함을 최대한으로 살렸습니다. [코지 판 투테]의 소재는 특정 문학작품이 아니라 당대에 실제로 벌어진 유사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양 고전문학에 정통한 다 폰테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슷한 예들을 고전에서 찾아내 그것들을 재치 있게 조합해서 이 작품의 대본을 만들어냈지요. 이 대본에는 관습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억압하는가, 그리고 자연 상태의 인간은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후원자였던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가 중병으로 죽어가는 동안 작곡된 [코지 판 투테]는 몰락하는 신분제도와 귀족계급을 향한 모차르트의 작별인사였습니다. 이 작품이 공연되는 동안 요제프 2세의 장례가 치러지는 바람에 [코지 판 투테]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새로 황제로 즉위한 레오폴트 2세는 모차르트의 음악에 별 호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대본가 다 폰테까지 또 다른 스캔들 때문에 빈을 떠나야 했죠.
그 후 [코지 판 투테]는 오랜 세월 동안 스토리가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수난을 당했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은 그대로 살리되 대본의 내용을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바꾸어놓은 엉터리 버전들이 공연되기도 하다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이 작품은 다시 원전 그대로 사랑을 받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원래의 파트너에게 돌아가는 명랑한 화해의 피날레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오페라의 결말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예 짝을 바꿔 새로 사랑하게 된 커플끼리 결혼하거나, 두 커플 모두 분노와 서글픔이 섞인 애매한 시선을 교환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채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흔하답니다.
모차르트 오페라에서 중창의 비중은 후반으로 갈수록 커집니다. 그의 오페라 세리아(정가극)에서는 솔로 아리아가 훨씬 많았지만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비슷한 비율이 되었고, [코지 판 투테]에서는 중창 쪽으로 그 비율이 역전되어 솔로 아리아와 중창의 수는 12 : 18이 되었습니다. 잦은 중창을 통해 모차르트는 극적인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고,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더욱 생생하게 묘사해낼 수 있었지요. 여주인공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의 성격은 정반대인 것 같지만, 결국 유혹에 흔들리는 본성 면에서는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원래 두 여성을 쌍둥이 자매처럼 생각하고 두 소프라노가 노래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두 여주인공의 음색을 뚜렷이 구분 짓기 위해 도라벨라 역을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경우도 많지요.
대본가와 작곡가가 의도한 이 스토리의 진짜 교훈은 무엇일까요? 일방적으로 여성들을 비난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모차르트나 다 폰테나 여성에게 우호적인 예술가였으니까요. (남자는 물론이지만 여자까지도) 인간은 누구나 색(色)의 유혹에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파트너의 실수에 대한 관용을 가르치는 계몽적인 작품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피오르딜리지-도라벨라-페란도-굴리엘모 순)
[음반] 베로니크 장, 베르나르다 핑크, 베르너 귀라, 마르셀 분 등, 르네 야콥스 지휘, 쾰른 합주단과 캄머합창단, 2005년 녹음
[음반]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크리스타 루트비히, 알프레도 크라우스, 주세페 타테이 등, 칼 뵘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2년 녹음
[DVD] 미아 페르손, 앙케 폰둥, 토피 레티푸, 루카 피사로니 등, 이반 피셔 지휘, 계몽주의시대 오케스트라, 글라인드본 합창단, 니콜라스 하이트너 연출, 2006년 글라인드본 오페라극장 실황
[DVD] 도로테아 뢰쉬만, 카타리나 카멀로어, 베르너 귀라, 하노 뮐러 브라흐만,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 슈타츠오퍼 합창단, 도리스 되리 연출, 2001년 베를린 국립오페라 실황
[네이버 지식백과]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Mozart, Cosi fan tutte]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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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12월 15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고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휘가로의 결혼(피가로의 결혼)] 제1막의 3중창에서 돈 바질리오가 ‘여자란 다 그런 것(코지 환 투테, Cosi fan Tutte)’ 라고 노래하는 가사를 제목으로 삼은 이 오페라 붓화(오페라부파, Opera buffa)는 모짜르트(모차르트, Mozart)가 다 폰테(Lorenzo da Ponte)의 각본에 작곡한 작품이다. 좋은 집안의 자매(姉妹)를 연인으로 가진 친구 사이인 청년 사관 두 명이 늙은 철학가의 제안(提案)을 받아들여 연인(戀人)들의 정조를 시험하는 내기에 응한다. 둘은 외국인으로 변장하여 서로 상대방 연인을 유혹하여 함락시킨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줄거리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남녀의 사랑의 일면이 교묘하게 포착(捕捉)되어 있으며, 가볍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각 등장인물과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모짜르트의 음악이 뛰어나다. 그리고 앙상블이 중시(重視)되고 중창(重唱)이 많은 것이 이 오페라의 특징이며 그 점이 이 작품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매력이 되어 있다.
다른 남자인척 변장하고 연인을 유혹
1790년 이탈리아의 나폴리이다. 젊은 장교 굴리엘모(Guglielmo)와 훼란도(Ferrando)는 각기 휘오르딜리지(Fiordiligi)와 도라벨라(Dorabella)라는 자매의 연인이다. 늙은 철학자 돈 알폰소는 ‘여자란 모두 바람둥이’이라고 하나 두 장교는 자기들 연인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던 끝에 그럼 내기를 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두 장교는 거짓으로 싸움터에 나가는 척하고 터키풍으로 변장하고 돌아와, 두 자매 앞에 나타나 유혹하기 시작한다. 두 자매의 하녀 데스피나까지 장교들 편으로 끌어들여 의사로 위장하고 응원하다. 거듭 유혹의 손길을 펼쳐 드디어 성공한다. 처음에는 동생 도라벨라가, 다음에는 좀처럼 넘어가지 않던 언니 휘오르딜리지도 그만 함락(陷落)되어 각기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한다. 그리고 결혼 서약서를 교환하는 자리에 내기에 지고 일선에서 돌아온 것으로 되어 있는 둘은 자매의 변심을 비난한다. 그러나 차츰 사정을 눈치챈 그녀들도 속은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한다. 드디어 알폰소가 사이에 끼어들며 희극은 교훈적인 웃음 속에 끝나지만 네 사람의 마음은 복잡했을 것이다.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고'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고
사나운 비바람에 맞서듯이,
이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이
깊이 믿고 지극히 사항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는 광솔불이 있기에.
마음이 움직이고 변하는 일은
다만 죽을 때만 있을 수 있을 거에요.
존중해 주세요, 불쾌한 사람들이여,
이토록 굳은 절개(節槪)의 본보기를.
혹시나 음흉한 기대 따위를
다시는 멋대로 품지 말아 주세요!
터키인으로 변장한 훼란도의 유혹에 넘어간 동생을 언니 휘오르딜리지가 강하게 힐책(詰責)하며 자기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는 노래다. 악보의 5선 이하로 내려가는, 소프라노 가수의 약점인 저음(低音)과 아울러 콜로라투라도 불러야 하는 어려운 아리아이다.
추천 CD 및 DVD
[CD] 카라얀 지휘, 휠하모니아 관현악단/합창단(1954) 슈바르츠코프(S), 낸 메리먼(Ms) EMI
1950년대 최고의 가수진을 망라한 역사적 명반이다. 기라성 같은 가수진의 배역은 뵘 지휘의 두 번째 녹음을 훨씬 능가한다. 슈바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와 메리먼(Nan Merriman), 시모노(Leopold Simoneau)와 파네라이(Rolando Panerai)의 대비는 목소리를 뚜렷이 분별하여 등장인물의 성격을 돋보이게 해주고 또 브루스칸티니(Sesto Brusecantini)의 돈 알폰소와 오토(Lisa Otto)의 데스피나도 절묘한 쌍을 이룬다. 카라얀의 지휘는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발랄한 추진력을 발휘하며 찬란한 색채감을 발산한다. 그러면서도 정밀한 뉘앙스가 선명하게 드라마를 부각하여 오페라의 매력을 유감없이 이끌어 낸다. 훗날의 카라얀에게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황홀한 모짜르트의 음악 세계이다. 같은 무렵에 녹음한 [휘가로의 결혼], [요술피리]와 함께 카라얀 40대의 의욕적인 모습을 간직한 귀중한 앨범이기도 하다. 모노럴이지만 감상하기에 거북할 정도의 음질은 아니다. 이 오페라 최초의 전곡반이었다.
[CD] 카알 뵘 지휘, 휠하모니아 관현악단/합창단(1962) 슈바르츠코프(S), 루트비히(Ms) EMI
뵘이 가장 좋아하여 즐겨 연주한 오페라 중의 하나가 [코지 환 투테]이다. 모두 3가지의 녹음을 남겼지만 두 번째 녹음인 이 디스크가 가장 돋보인다. 아마 모짜르트의 오페라가 지니는 지극히 순수한 아름다움과 기쁨을 이만큼 속속들이 알뜰하게 그려낸 연주도 드물다. 강인한 음의 탄력성, 빈틈없이 정교한 아름다움, 거침 없는 자발성, 정신의 순수함 등 뵘이 펼치는 음악의 숭고하고 아늑한 경지는 카라얀의 발랄한 약동과는 아주 다른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슈바르츠코프와 루트비히가 노래하는 자매는 절묘하기 이를 데 없다. 다른 4명의 가수가 고루 제1급의 명창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뵘의 명지휘가 그 정도의 흠은 가리고도 남는다. 그리고 모노랄 반인 카라얀 면주에 비해 월등한 선명한 스테레오 녹음이 음질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호감이 가는 점이 있다.
[DVD] 리까르도 무티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9) 함페 연출 BMG
무티(Riccardo Muti)에게는 1982년의 잘쯔부르크 음악제 때의 실황 녹음이 있으나 이 영상은 1989년 4월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의 실황녹화이다. 무티는 처음 모짜르트의 오페라 녹음이었던 그때에 비해 훨씬 정확하게 음악의 흐름을 유지하고 여유 있는 앙상블을 이룩하고 있으며 스칼라 극장의 밝은 음향이 눈부시게 빛나는 남 이탈리아의 나폴리를 무대로 삼은 이 오페라에 알맞은 것도 이 연주의 매력이 되어 있다. 가수진으로는 젊은이들로 발탁되어 있다. 휘오르딜리지 역의 데씨(Daniela Dessi)는 아름다운 자태와 젊고 성실한 노래는 호감이 간다. 늙은 철학자 역의 데스데리(Claudio Desderi)를 위시한 3명의 남자 가수진도 포함해서 좀 더 유머와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면도 있지만, 데스피나 역의 스카라벨리(Adelina Scarabelli)의 싱싱하고 매혹적인 노래와 연기가 무대를 흥겹게 북돋우어 부족한 면을 메우고 있다. 함페(Michael Hampe) 연출은 무대 장치뿐만 아니라 의상이나 인물까지도 균형 있게 배치하여 그 다운 배려로 세부까지 양식화되어 있고 항구 나폴리에 알맞은 맑은 짙푸름과 중간색을 기조(基調)로 한 장치와 의상도 아름다운 인상을 심어 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고 - 모차르트, [코시 판 투테]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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