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보령문학 제23호 시5편-[하얀 건물 물결],[석회암 민둥산],[페리우스 항구],[에기나 섬의 비경],[고린도 유적지]
하얀 건물 물결
-그리스 문학기행
김윤자
지중해의 강렬한 빛은
아테네 시가지를
하얗게 키운다.
머리가 뜨거워도 참아내고
태양과 마주하여
나신의 순수로 빛을 흡입하는
그리스의 하얀 지존
산모롱이 돌아가도
에게해 유람선에 올라도
석회암과 대리석으로 꽃 피운
하얀 건물 물결
신이 창작한
장엄한 학의 군무다.
하얀 건물 물결-보령문학 2025년 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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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암 민둥산
-그리스 문학기행
김윤자
산아, 애처로운 산아
내 조국의 산으로 가자
사계절 색색의 혼을 풀어
강산을 장식하는
한반도의 거룩한 산, 그 품에서
공으로 주는 사랑으로
영글어서 다시 이곳에 오자
비가 비껴가는 영토에서
뜨거운 태양에 숨통이 조여서
조상 대대로 뼈다귀만 물려받은
불쌍한 산, 하얀 산
석회암 민둥산-보령문학 2025년 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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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우스 항구
-그리스 문학기행
김윤자
지중해에 뜬 수천 개의 섬들은
그리스인에게 있어
또 하나의 푸른 둥지다.
육 개월을 일하고
육 개월을 섬으로 떠나고
그런 고아한 일상이
아테네의 한 항구를 키워
이곳은 그리스 최대의 해변 터미널이다.
모나리자가 거기 대형 선박 위에서
웃고 있지만, 미소를 제하고도
충분히 아름다운 항구
바다가 있어서, 섬이 있어서
빛나는 존재
반도국가라는 동일한 향수로
오늘, 에기나 섬을 오가는 이방인
내 하나의 걸음도
성숙한 부두에서 빛난다.
페리우스 항구-보령문학 2025년 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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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기나 섬의 비경
-그리스 문학기행
김윤자
덩치 큰 말이
기름진 말발굽 소리를 떨구며
마부의 채찍에 따라 섬을 달릴 때
나는 그리스의 한 페이지를 읽었다.
거기, 충만한 그리스의 부와
오천 년의 긴 역사와
초대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는 탄탄한 지력과
자손이 없던 왕이
이곳에서 트로이 공주와 사랑하여
아들을 얻었다는 신화까지
섬을 싸고도는 황홀한 사유가
오색 꽃으로 피어도 산을 이루겠거늘
아무리 찾아도 걸어둔 흔적이 없다.
그리스를 에워싼 삼천 개의 섬 중에서
가장 큰 어머니 같은 섬
꾸며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너무 맑아서 물고기도 달아나는 투명한 진리와
고대의 뿌리를 지켜가는 영롱한 자유가
정녕, 에기나 섬의 비경이다.
에기나 섬의 비경-보령문학 2025년 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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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 유적지
-그리스 문학기행
김윤자
세월이 휘몰아 갔어도 다 보입니다.
부와 바꾸지 못한 귀한 언어들이
어느 마디에서 겉돌았는지
왜 사도바울이
이 드넓은 광장에서
푸르게, 푸르게 복음을 외쳤는지
성경에서 보았던 글귀들이
시린 환영으로 일어섭니다.
로마의 태양신이
저 아폴로 신전에서 이글거릴 때
바늘구멍만한 그 어느 길인들 허락했겠습니까
여기가 관공서, 저기가 백화점
여기가 병원, 저기가 음악당이었다는
설명마저 호사스러워
그늘조차 외면합니다.
의로운 터에 목숨 걸고 들어갈 자
이 시대에 얼마나 되겠느냐고
노란 열매 어여쁜 마가목 나무가
큰 눈으로 묻고 있습니다.
고린도 유적지-보령문학 2025년 제2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