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로만칼라 이야기
글 김광한
사람의 일생 가운데 가장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대상이 있어서 그 일에 정신없이 매달릴 때가 있습니다. 사업가는 사업에 대한 새로운 계기가, 글을 쓰는 사람은 진정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났을 때 그 일에 대해 몰두를 하게 됩니다. 50초반에 저는 가톨릭 신앙이 제 곁으로 다가와 이것을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로 올려놓았습니다. 그래서 새벽미사에 2년여 동안 하루도 궐하지 않고 참례를 했고 그 새벽에 만난 분들 신부님, 수녀님, 형제자매들과 나눈 대화가 지금도 인상에 남아있습니다.
그때 만났던 사람이 바로 로만칼라의 주인공이자 시인이었던 정완영 형제였습니다. 정 선생은 성당 내에서 그리 대화를 나눌 분이 많지 않은 가운데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분의 학력과 지식이 만만치 않아서 우린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할 사이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얼굴에는 항상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고 무엇인가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제가 그분의 신상을 알게 됐는데 그분은 한국 외국어 대학 독문과를 나와서 월남전에 참전 육군 소령으로 전역했고 가정적으로 불운해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고부터 알코올 중독자가 됐습니다. 그분에게 여동생이 한분 있었는데 이복이었습니다.
그 여동생은 치과의사의 부인으로 이복 오빠인 정 선생을 지극히 위했습니다. 저는 바로 그 두 분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입니다. 정 선생은 얼마 후 만리동의 허름한 가건물 안에서 소주를 마사다가 숨을 거뒀고 저와 그 여동생은 시신을 여의도 성모병원 영안실에 안치시켰고 용인천주교 묘지에 안장 시켰지요. 나중에 그분이 생전에 쓴 글을 제가 교정해서 유고집으로 만들어 드렸지요.
로만칼라는 바로 이 두 사람사이에 얽힌 애증과 사랑, 그리고 구원을 향한 인간의 희구를 그렸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