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 그쳐 사각지대 해소 역부족"
- 복지부 장관 격려사 도중 기습 피켓시위도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 공청회가 28일 늦은 3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정부가 오는 2014년 10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이른바 통합급여 체계를 개별급여 체계로 전면개편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 연구 중인 개편안으로는 사각지대에 있는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관련 공청회에서 이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아래 보사연)과 국토연구원(아래 국토원)은 28일 늦은 3시 보사연 대회의실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보사연과 국토원 연구위원들이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개편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전문가와 관계부처 공무원들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종안은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 생계급여 개편방안 : 선정기준 중위소득 30%,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생계급여 개편방안 발표를 맡은 보사연 강신욱 연구위원은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중위소득 30%로 제시했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긴 뒤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강 연구위원은 “2013년 기준 중위소득 30%는 현행 최대 생계급여액의 약 113% 수준”이라면서 “개편에 따라 생계급여 최대액은 1인 가구는 4만8천 원, 4인 가구는 13만 원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연구위원은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는 유지하되, 부양의무자가 수급자를 부양하고도 중위소득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행 제도에서는 중위소득을 부양능력 판단기준을 삼고 있지만, 개편안에서는 중위소득에 수급자의 최저생계비를 합한 금액을 기준으로 부양능력을 판단하게 된다.
강 연구위원은 “제도 개편에 따라 생계급여 수급가구는 올해 76만 가구에서 내년에는 84만 가구로 8만 가구가 증가하며, 평균 급여액도 올해 33만 원에서 내년에는 38만 원으로 5만 원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손병돈 교수는 “통합급여 체계의 경우에는 제도 운용의 폭이 좁아 사각지대 해소가 구조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에서 개별급여 체계로 개편하는 방향에는 동의한다”라면서 “그러나 개별급여를 맞춤형급여라고 말하면서도 장애인, 한부모, 노인가구 특성에 대한 부분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이 부문에 대한 장기적 검토안이라도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허선 교수는 “정부는 통합급여 체계가 문제가 있어 개별급여 체계로 개편한다고 하는데, 통합급여를 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주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라면서 “또한 개별급여로 쪼개지는 과정에서 욕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예산에 맞추는 방향으로 가면서 권리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부양의무자 기준 문제가 심각함에도 개편안을 보면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통해 늘어나는 수급자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대로 놔두고 가겠다는 것이냐?”라면서 “실례로 중학생 딸을 둔 50대 장애인이 80대인 아버지가 1억 원 정도 되는 집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에서 탈락한 사례가 있다. 그럼 80대 아버지가 집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먹여 살려야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 의료급여 개편방안 : 현행 제도 유지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의료급여 개편방안 발표를 맡은 신형웅 연구위원은 “이미 의료급여는 의료급여법으로 독립하여 운영하고 있어 이미 개별급여적 성격”이라면서 “따라서 획기적인 변화보다는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단기준을 생계급여 개편안 수준으로 확대해 대상자를 늘리고 급여의 종류와 지원 수준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구상”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급여 제도에서는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수급자는 의료 필요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의료급여를 받게 된다. 이때 모든 가구 구성원이 근로능력이 없을 때는 1종 급여, 가구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근로능력이 있으면 2종 급여를 받게 된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수급자가 되지 못하면 의료 필요가 있더라도 아예 의료급여를 받을 수 없다. 또한 동일 수준 이하면서도 가구 구성원의 근로능력 여부에 따라 급여의 종류가 분류되므로 1종과 2종 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향후에는 장애인, 노인, 아동, 임산부 등 인구학적 요인과 만성질환자, 희귀난치성질환자, 중증질환자 등 질환별 요인을 바탕으로 의료필요가 높은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일정수준에 이르면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통합 운영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우송대 간호학과 이현주 교수는 “의료급여 개편방안은 보수적으로 가려는 연구진의 무한한 노력이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의료비 지출 때문임에도 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급여를 주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 현재룡 급여관리실장은 “의료보험에서 건강보험으로 갔다가 보험료를 내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대상자를 늘리는 것은 높이 평가한다”라면서 “그러나 대상자 확대 부문을 빼면 바뀌는 것이 없는데, 의료급여 본인부담금을 현실화해 정당한 이유 없이 입원을 계속하거나 약제를 남용하는 등의 가수요 문제는 분명히 해결하고 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 급여관리실장은 “아울러 장애인 등 의료 필요가 높은 대상자는 소득기준을 완화해서 의료급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라면서 “의료급여 대상자와 건강보험 대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으며, 의료급여는 국가가 책임지고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주거급여 개편방안 : 주택바우처 도입
주거급여 개편방안 발표를 맡은 국토원 김혜승 연구위원은 “현행 주거급여는 수급자의 거주형태, 임대료 수준 등과 무관하게 일괄 지급되고, 지급목적도 불분명해 실질적인 주거비 지원에 한계가 있다”라면서 “따라서 주거급여는 거주형태, 임대료 수준 등을 종합 고려하는 주거비 지원제도로 확대·발전시키는 것이 기본방향”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주택바우처 대상자 선정기준은 적절한 주거비 부담 고려 시 중위소득 45% 수준이 바람직하며 이는 현재 주거급여 수급자의 소득선인 중위소득 33%선보다 상향된 수준”이라면서
“보조금은 지역별 기준임대료 또는 실질임대료에 따라 최대 월 42만 원에서 최소 1만 원을 지급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임차가구에 대한 보조금은 지역별 기준임대료를 상한으로 수급자가 실제 지불하는 실질임대료와 기준임대료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지급하므로, 실질임대료가 기준임대료보다 낮은 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경우 기준임대료 수준 이상의 주택으로 상향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따라서 대상가구의 주거비 부담 완화는 물론이고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의 주거 질 향상이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사연 이태진 연구위원은 “개편방안을 보면 임차가구에만 주택바우처를 지급하고 자가가구에 대해서는 앞으로 방안을 별도로 마련해 주택개량 위주로 주택바우처를 지급한다고 했는데 향후가 아니라 당장 방안이 나와야 한다”라면서 “또한 기준임대료가 쪽방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게 책정이 되어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LH토지주택연구원 진미윤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수급자가 어디에 사는지 묻지도 않고 주거급여를 주었는데 주택바우처는 국가가 최소 주거는 보장하겠다는 정책적 의미가 있다”라면서 “그러나 기준임대료에 맞춰 임대료가 상승하는 역기능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기준임대료에 맞는 집을 구하는 정보는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교육급여 개편방안 : 복지부의 교육급여와 교육부의 저소득층 교육비지원사업의 통합
교육급여 개편방안을 맡은 보사연 김문길 연구위원은 “교육급여 대상자를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고 복지부의 교육급여와 교육부의 저소득층 교육비지원사업을 통합해 총괄적 지원방향을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이에 따라 소득기준은 차상위 기준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저소득층 교육비에서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의무를 지우는 것은 교육이라는 공공재를 공급할 국가의 책임을 방기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므로 교육급여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라면서 “급여 수준은 최저 교육비 수준에 도달해야겠지만,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다가 중장기적으로 최저 교육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개편방안에 따라 수급자의 규모를 추정하면 올해 22만 명에서 내년에는 80만 명으로 58만 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올해 99만 명에 이르는 교육비 지원사업자의 대상자의 일부가 교육급여 수급자로 전환되는 효과”라면서 “그러나 이는 단순히 다른 제도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권리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의 질적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류만희 교수는 “부처 간 나누어진 사업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지원내용과 대상자를 확대하면서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 “그러나 2010년 계측했던 최저 교육비도 사교육비는 거의 반영하지 않는 등 보수적으로 했던 것인데 급여 수준이 여기에도 미치지 못하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개편방안에 대한 관계부처 공무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국토부 김효정 주거복지기획과장은 “기존 주거급여는 수급자의 주거형태나 임대료와는 괴리가 있었지만 주택바우처는 임대료에 기반해 지급한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주거복지정책의 전환”이라면서 “기준임대료에 대해 첨언하면 기준임대료에 미치지 못하는 임대료를 내고 사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며, 그분들이 임대료가 높은 곳으로 가도록 하는 게 정책의 목표”라고 밝혔다.
교육부 박성수 학생복지정책과장은 “교육급여 개편방안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개편 이후 시도교육청에서 왜 이를 지원해야 하는지 납득시키기가 어렵다”라면서 “저소득층 교육비지원사업은 시도교육청재량사업으로 예산에 따라 얼마든지 유동적일 수 있는데 과연 지금의 개편방안을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느냐? 의료급여와 주거급여와 달리 교육급여는 지방교육재정교부제도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복지부 조남권 보육정책국장은 “주거급여로 주택수리를 제공하는 것은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교육급여에서는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이 있으므로 앞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7월 중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서 전문가와 언론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복지부 진영 장관이 격려사를 하는 동안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등이 ‘국민맞춤형? 예산맞춤형! 기초법 개악 중단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현재 추진 중인 기초법의 맞춤형 개편 중단과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