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사제 개인 피정 후기(2)
♣ 하논 성당길 소개♣
서귀포 성당에서 시작하여 서귀포 신앙의 모태인 하논성당 터와 홍로성당이 있었던 면형의 집을 거쳐 다시 서귀포 성당으로 귀착함으로써 시작과 끝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성찰의 길임을 알 수 있다.
아찔한 아름다움을 지닌 천지연 산책로를 지나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리는 하논 분화구와 서귀포 지역 모태 성당인 하논 성당 터를 만나게 되고, 솜반내와 흙달 소나무길, 후박나무 가로수길 등을 거쳐 서귀포 성당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면형의 집과 이중섭 거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서귀포 성당
서귀포 지역에 천주교 신앙이 전파된 것은 세례를 받은 양용항(베드로)이 1894년 4월경 고향 서귀포 색달동 인근에 신앙을 전하면서부터였다. 골롬반 외방 전교회 소속 제 10대 라이언(토마스) 신부는 본당 발전을 위해 서귀포의 중심지로 본당을 이전하여 현재의 ‘서귀포 본당’의 시대를 시작하였다.
하논 성당 터, 하논 돌담 길
서귀포 본당의 모태 성당터이다. 1899년 이곳에 하논 공소가 설립되고 다음 해에 김원영 신부가 부임하면서 하논 성당이 설립되었으나 1901년 2월 이곳에서 신축 교안의 발단이 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신축교안 1년 뒤 새로 부임해온 타케 신부가 본당을 서흥동으로 이전함으로써 이곳 하논 성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하논 생태길
3~4만년 전 일어난 화산 활동으로 생긴 하논 분화구는 한라산의 백록담 분화구는 물론 제주도에 분포하는 모든 단성화된 분화구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 한반도 최대의 희귀 분화구로 꼽히고 있다.
솜반내
서귀포 70경으로 꼽히며 도심지내 휴식지로 각광받고 있는 하천이다. ‘솜반’이라고 부르고 ‘선반’이라고 부르지만 지명 유래는 아직 수수께끼이다. 이곳의 용출수가 흘러 또 다른 용출수를 만나고 계속 흘러 급기야는 천지연 폭포를 이루니, 솜반내는 천지연 폭포의 젖줄인 셈이다.
면형의 집, 홍로성당 터
천주교 제주 면형의 집은 묵상하고 기도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피정의 집이다. 면형의 집에는 100년 수령의 은주 밀감나무가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의 은주 밀감은 1901년 식물학자이기도 했던 프랑스인 타케 신부에 의해 현재 서흥동에 있는 한국 순교복자 성직 수도원 면형의 집 마당에 처음으로 14그루 심어진 이후 널리 퍼졌다.
서귀 복자 성당
1970년 서귀포 성당에서 분리될 때의 명칭은 서귀 중앙 성당이었다가 1980년 새 성당으로 봉헌할 때 서귀 복자 성당으로 바꿨다.(주보성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2004년 새 성전을 지금 자리로 옮겨 봉헌식을 가진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논성당길 순례 소감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꾸려서 순례 시작점인 서귀포 성당으로 출발하였다. 약 40여분 간의 운전 끝에 서귀포 성당에 도착을 하였지만, 근처에서 많이 헤매는 바람에 성당 주차장에 주차를 하지 못하고 천지연 폭포 주차장에 일단 주차를 한 후에 서귀포 성당으로 도보로 이동하였다. 성당 마당에서 출발 전 기도를 바친 후에 본격적으로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였는데, 순례길 표지를 찾지 못하여 엉뚱한 곳으로 걷다가 반대편에 있는 표지를 보고 걷기 시작하였다.
숲길과 작은 오솔길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하논성당길을 순례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나의 발걸음 하나 하나에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듯하다.
솜반내 하천에서 한동안 순례실 표지를 찾지 못하여 헤매다가 비로소 찾아서 순례길 걷기가 재개되었다. 덕분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숲길을 지나서 한참 걸은 끝에 면형의 집에 도착하니 시간이 꽤 지났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눈에 띄는 나무 하나가 있었다. 바로 밀감 나무였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밀감 나무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피정 중에 있는 교우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또다시 나의 순례길은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큰 길과 작은 오솔길을 번갈아 걸으면서 묵상하게 된다.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이 서귀 복자 성당이다. 하논성당길 순례의 거의 마지막 코스이다. 이 곳에서는 성당 마당의 김대건 신부님 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바친 후에 마지막 종착지인 서귀포 성당으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서귀 복자 성당에서부터 서귀포 성당까지는 큰길이다. 중간에 이중섭 거리가 있어서 많은 볼 거리를 감상할 수 있었고, 약 3시간 30분에 걸친 도보 순례 끝에 목적지인 서귀포 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하논성당길의 특징은 시작 지점과 도착 지점이 같아서 순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작과 끝이 같다.’ 시작이요 마침이 없으신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뜻하는 것이리라.
순례길 묵상을 마치면서 한결같으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에 비해 우리들은 얼마나 자주 하느님과의 약속을 자주 잊어버리면서 살고 있는가? 그리고 항구하지 못하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리들의 약한 마음을 반성하면서 이제 그 분께 나아가는데 변함없이 항구한 마음으로 다가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4박 5일 사제 개인 피정 후기(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