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얼레지
외로운 사람은 자기가 지금 외롭다는 것을 모른다
내가 그때 그랬듯이
먼 훗날
꽃이, 그런 빛깔의 꽃이
풀 그늘 속에 가려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어떤 이의 희미한 웃음 같은 꽃이
길가에
―― 김용택, 「찔레꽃」 전문
▶ 산행일시 : 2017년 5월 20일(토), 맑음, 미세먼지
▶ 산행인원 : 17명(버들, 영희언니, 모닥불, 스틸영, 리틀 스틸영, 박이사,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수담, 상고대, 사계, 신가이버, 두루, 해마, 해피, 메아리)
▶ 산행거리 : GPS 도상거리 10.8km
▶ 산행시간 : 7시간 47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25 - 평창군 진부면 탑동리 탑동 마을, 산행시작
10 : 13 - 1,006m 고지, 첫 휴식
10 : 50 - 1,247.9m봉
11 : 43 ~ 12 : 15 - △1,282.8m봉 내린 안부, 점심
12 : 57 - 1,352.6m봉
13 : 20 - 1,357.3m봉, ┣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호령봉으로 가는 능선
13 : 34 - △1,360.7m봉, 헬기장, Y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계방산으로 가는 능선
14 : 00 - 1,311.1m봉
14 : 34 - 전망바위
15 : 20 - 1,057.4m봉
15 : 48 - △1,027.3m봉
16 : 38 - 885.5m봉
17 : 12 - 평창군 진부면 탑동리 정선골, 탑동교, 산행종료
17 : 33 ~ 19 : 27 - 진부, 목욕, 저녁
21 : 50(?)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1,282.8m봉 내린 안부에서 점심을 마친 후
2. 가운데 삐쭉 머리 내민 산은 진부 석두산(石頭山, 763.1m)
3. 하산 길 벌목한 능선에 남겨진 모수(母樹)
평창 가는 고속도로는 2018년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오늘도 아침부터 단장하
느라 바쁘다.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는 1차로를 막은 개량공사로 곳곳이 지체와 정체
다. 더구나 둔내 근처 터널에서는 차량 4대가 연쇄적으로 추돌하는 사고까지 났다. 끼어들어
앞서 가던 차다. 이러다 작년 산행 때의 일이 반복되지나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작년 봄에는 회령봉 가는 도중에 문막 근처가 하도 막혀 치악산으로 기수를 돌렸었고, 작년
여름 오대산 야영산행 때는 고속도로에서 한나절을 보내는 바람에 산행 들머리는 고사하고
진고개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그래도 횡성휴게소 화장실은 들린다. 화장실이 ‘이중섭(1916~1956) 화가 기념화장실’이다.
이중섭의 소개와 그의 그림을 전시하였다. 한우의 고장을 표방한 횡성은 “소 그림을 통해 한
국인의 정과 한, 역동성을 표현한 이중섭 화가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문득 가수 조영남의
화투그림 사건이 생각난다. 조영남은 이중섭 화가의 「길 떠나는 가족」(소가 끄는 마차에
가족들을 태우고 가는 그림)을 모방하여 마차에 화투를 가득 싣고 가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
다. 그는 예전에 어른들이 화투 가지고 놀다가는 신세 망친다고 하더니 자기가 딱 그 짝 났다
고 한탄했다.
진부면 탑동리 탑동(塔洞) 마을. 탑동 마을 옛 절터에 고려시대 3층 석탑이 있다고 하여 찾
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안내판을 놓쳤는지 보이지 않아 그냥 곧장 농로 따라 산
자락을 향한다. 양풍의 고급스런 주택을 지난다. 외진 곳에 이런 집을 보면 먼저 맘이 불편해
진다. 대개 도회지에서 살다가 귀농한 사람들이 집을 그림처럼 아름답게 꾸미고 살기 마련이
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씀씀이는 (우리들에게)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
어디 한두 번 당했던가. 그런 집 앞을 지나게 되면 살벌하다. 왜 남의 사유지를 함부로 침범
하느냐고 된통 야단맞기 일쑤다. 토박이 주민들은 사람을 반길뿐더러 “길도 없는데 그 먼 산
을 어떻게 가시려고 하느냐, 하루 점드록 걸릴 텐데 …” 하는 말씨가 살갑고 아름답다.
농로는 잡초가 무성한 임도로 이어지고, 임도는 산굽이 돌아 울창한 덤불숲에 가린다. 흩어
져 오른다. 낮은 포복하여 가파른 생사면의 잡목 숲을 뚫는다. 바람 한 점 없이 후끈한 날씨
다. 철쭉꽃도 시들시들하다. 금세 비지땀을 줄줄 흘린다. 지능선 여러 개 모아서 흐릿한 인적
을 만들어 낸다. 약간 평평한 데(1,006m 고지다) 나오고 첫 휴식한다.
산행 중이라도 상고대 님의 단주에 동참하고자(?) 입산주 탁주가 없으니 잠시의 휴식시간이
퍽 길게 느껴지고, 입이 여간 심심하지 않다. 계속하여 하늘 가린 숲속 길 가파른 오르막이
다. 바윗길이 나온다. 바위 매만지는 손맛 느끼려고 직등한다. 때로는 먼 산 뻐꾸기 우는 곡
조에 발걸음 박자 맞추며 걷는다. 엇박자가 나면 스텝이 꼬여 더 힘들다.
더 오를 데가 없고 주릉 1,247.5m봉이다. 바위 같은 큰 돌 더미가 쌓여 있다. 메아리 대장님
만이 가져온 탁주를 상고대 님이 안 보이게 얼른 마신다. 체증이 가신 듯 목울대부터 시원하
다. 길 좋다. 봉봉이 비슷비슷한 높이다. 고원을 간다. △1,282.8m봉(사면으로 돌아 넘느라
삼각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내린 펑퍼짐한 안부에서 점심밥 먹는다. 된장을 준비했다. 반찬
이 걸다. 주변의 참취와 곰취, 당귀 뜯어 쌈을 싸서 먹는다.
4. 산자락 농가 화단에 핀 모란
5. 노루삼(Actaea asiatica H. Hara)
6. 등로
7. 전망바위에서 남서쪽 조망
8. 발왕산
9. 왼쪽 멀리가 백적산, 중간 왼쪽이 석두산
10. 소황병산
오늘 산행의 콘셉트는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이름 붙은 산이 하나도 없는 점으로 미루어 나
물산행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 볼일이 없는 산행이 되고 말았다. 나물시기가 약
간 일렀다. 잡목 숲 너덜사면이거나 푸른 사막인 산죽지대를 누비느라 애만 죽도록 썼다.
어떤 점에서는 지난주 육적종주만큼이나 힘들었다. 얻은 건 물욕이요, 잃은 건 산이고 사진
이다.
나 혼자 떨어져 본격적으로 사면을 누비기 시작한다. 지도에 넙데데하게 보이는 잘 생긴 북
쪽 사면이다. 흔히 곰취와 공생하는 박새가 아직 어리다. 그러니 간혹 보이는 곰취 또한 어리
다. 그래도 저 골짜기를 훑으면 나을까, 저 산등성이가 좀 더 나을까, 돌고 돈다. 내 발에 채
인 돌멩이가 굴러 낙엽이 부스럭거리기라도 하면 뱀이 지나가는가 하고 화들짝 놀란다.
자칫 호령봉이나 계방산으로 갈지 몰라 수시로 지도 들여다보고 현 위치를 파악한다. Y자 능
선 분기봉인 △1,360.7m봉에서 왼쪽으로 방향 꺾어 남진한다. 마음 비우고 길 잘난 주릉으
로 올라선다. 이리 편한 걸음인 것을. 1,311.1m봉에서 주릉 따라 진행한 메아리 대장님과 몇
몇 일행들을 만나고 한참 기다려 일행이 모두 모인다. 그들도 나물이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
지다.
이제야 산을 간다. 줄달음한다. 1,311m봉을 내리다가 언뜻 뒤돌아보니 등로 살짝 비켜 되똑
하게 솟은 암봉이 경점일 것 같다. 사진은 발로 찍는 것. 배낭 벗어놓고 뒤돌아 오른다. 바위
말발도리 붙들어 암봉 암반에 올라서고 과연 남쪽으로 전망이 훤히 트인다. 그러나 미세먼지
가 심하여 발왕산이며, 박지산, 백적산이 알아보기 어렵게 흐릿하다.
한강기맥 뚜렷하던 인적을 여러 능선에 나누어 주다 보니 어느덧 희미해졌다. 아름드리 열주
의 소나무 숲을 지나고 은방울꽃으로 뒤덮인 무덤을 지난다. 산행은 파장 분위기다. 885.5m
봉을 넘자마자 정선골(영진지도에는 ‘정성골’로 표시되어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와
탑동 관련한 두산백과 설명에는 ‘정선골’로 나온다) 탑동교를 겨냥하고 왼쪽 사면을 내린다.
밀림이다. 어둠 컴컴한 숲속 이끼 낀 너덜과 관중(貫中) 사이를 빠져나오자 벌목한 사면이
다. 산판 길 따라 내린다. 사면 길게 돌아 골짜기로 내리고 개울 건너 쑥대밭을 지난다. 이런
두메산골에도 이국풍의 별장과 펜션이 있다. 정선골 마을 고샅길 내려 탑동교다.
그래도 상고대 님의 수고로 신삼합을 맛보기에는 충분한 작황이다. 신삼합은 전통적인 삼합
이 홍어삼합으로 홍어와 돼지고기, 묵은지를 일컫는 데 착안하여 생더덕주와 삼겹살, 곰취의
조합을 말한다. 더산 님의 탁월한 작명이다. 신삼합 먹으러 진부시내로 달려간다.
12. 하산 길(해피 님과 박이사님)
13. 은방울꽃
14. 관중
15. 벌깨덩굴(Meehania urticifolia (Miq.) Makino)
16. 하산 길
17. 금낭화
첫댓글 사람이 욕심을 던지기 어려운데, 상고대와 스틸 덕분에 한끼 맛있는 식사를 했네요. 감사합니다. 따지고 보면 여러분들 다들 멋져요.
ㅎㅎ 단체사진이 그림입니다.^&^
오히려 그날은 주릉 부근에 쬐금이라도 있었드랬어요 푸른사막을 멀게 도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 사진은 다른 날 보다 더 멋져 보입니다.
조망없는 날 골고루 담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