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방법을 따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새로운 시도에는 반드시 '모험'이라는 요소가 반대급부로 따르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이목을 끌고 그로 인해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위험은 흥행과 진보로 돌아옵니다.
극동의 불모지에서 불과 반세기를 조금 넘는 세월 동안,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하나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자동차 시장에서도 진취적인 기업 정신과 끊임 없는 노력으로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낸 자동차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동차들이 등장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은 더욱 다양화되고 성숙해지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누구도 시도 하지 않았던 새로움으로 '국내 최초' 라는 타이틀을 따낸 차들은 뭐가 있을까요
국내 최초의 세미보닛형 화물차 - 현대자동차 리베로(2000)
국내최초로 독자개발된 세미보닛형 화물차는 바로 현대 리베로입니다. 리베로는 등장 당시부터 뉴 포터(AU)에 비해 한층 세련된 외관과 승용차에 가까운 내부 사양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물론 외형 상으로는 당시 국내 상용차 시자으이 정서 상으론 상당히 생소한 형태였습니다. 세미보닛을 채용함에 따라,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포터에 비해 충돌안전성 측면에서 월등했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 소형 상용차 최초로 운전석에 에어백까지 도입했습니다. 충돌 아전성 측면에서는 이미 포터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세미보닛 구조를 채용한 덕분에 엔진은 차체 중심부가 아닌, 차체 전면부에 더 가깝게 위치하게 되면서 정비성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리베로를 '1톤 리무진'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꺼내들고 포터에 비해 더 고급 차종으로 어필하려 했습니다. 이른바 '생계형 자동차'라는 이유로 캡오버형 화물차의 존속이 결정된 상황에서 포지셔닝 간섭을 피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잡을 수 있으리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기대와는 달리, 리베로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포터에 비해 비싼 가격과 작은 적재함, 그리고 회전반경이 크다는 점 등의 이유로 철저하게 외면 당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화물차가 가지는 여러가지 이점으로 인해, 특장차 부문에서는 의외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가격과 적재량에 민감한 국내 소형 상용차 시장의 패러디임을 뒤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가로배치 직렬 6기통 엔진 -GM 대우 매그너스(2002)
전륜구동 자동차 중 6기통 엔진은 거의 전량이 V6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실린더를 좌우 3개씩 배치하는 방식으로 인해, 엔진의 길이를 짧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륜구동 자동차는 구동 효율을 위해 엔진을 가로로 배치해야 하며, 이 떄문에 길이가 짧은 V6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반면 직렬 6기통 엔진은 6개의 실린더가 일렬로 배열되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전륜구동 양산차에서 사용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그리고 그 희귀 사례 중 하나가 바로 GM대우의 매그너스입니다.
2002년, GM 대우는 매그너스에 이전까지 국내 완성차 업계에 없었던 새로운 엔진의 갭라을 마치고 이를 바로 매그너스에 투입했습니다. 'XK'라는 이름이 붙은 이 엔진은 통칭 'L6'로 불리는, 대우매그너스와 그 후속차종인 토스카를 상징하는 엔진입니다. XK엔진을 탑재한 매그너스는 당시 볼보자동차 S80과 함께 세계에서 단 둘뿐인 직렬 6기통 전륜구동 차량이기도 했습니다. L6매그너스의 심장인 XK엔진은 극단적인 소형화설계를 통해 4기통 엔진에 필적하는 체적을 가지면서도, 직렬 6기통의 매끄러운 회전질감은 그대로 살려내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설꼐 마진이 지나치게 부족하여 지속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없었다는 뼈아픈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 엔진은 대우자동차의 마지막 역작이라고 할 ㅁ나큼, 뛰어난 감성설계와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던 엔진이기도 헀습니다.
국내최초의 상시사륜구동 세단 - 쌍용자동차 체어맨W(2008)
체어맨을 개발하고 개량해 왔던 10여년간, 쌍용자동차는 세단형 승용차의 개발 경험을 상당한 수준으로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체어맨이 등장한 지 10여년 만에 , 체어맨의 후속 모델을 자쳊거으로 개발해내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차가 바로 체어맨W입니다. 체어맨W는 선대 체어맨이 국내 시장에서 이룩한 최고급 세단으로서 품격과 첨단 이미지를 계승하는 선진 장비들을 대거 탑재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바로 국산 승용차량 최초의 상시사륜구동(AWD) 적용입니다.
물론 체어맨W의 등장 이전까지, 상시사륜구동은 이미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같은 일부 SUV 차종에 이미 도입된 바 있었지만, 세단형 차량의 적용 사례는 체어맨W가 최초입니다. 체어맨W에 도입된 국내 최초의 승용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은 보그워너에서 공급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체어맨W는 이외에도 국산 승용 세단 최초로 5.0리터급 엔진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진이었습니다. 이 윙도 다양한 첨단장비와 중후한 분위기의 외관, 고급스러운 실내등, 고급 세단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며, 실제로도 제네시스 EQ900의 등장 이전까지는 상당한 성공을 거둘수 있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정통 후륜구동 스포차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2008)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등의 쿠페형 차종을 만들어 왔고 이들 모두 시장에서 호평을 얻었습니다. 특히 2도어 쿠페에 낭만을 가졌떤 젊은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으로 통했습니다. 하짐나 이들 세 차종은 근본적으로 '스페셜티카(Speciality Car)'라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페셜티카는 높은 접근성을 가졌지만 구조 상 일반 승용차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무늬만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자동차는 그동안의 스페셜티카를 벗어나, 국내 최초의 독자개발 후륜구동 스포차카를 개발해내기에 이릅니다. 이 차가 바로 제네시스 쿠페입니다.
제네시스 쿠페는 처음부터 '무늬만 스포차카'가 아닌 정통 스포츠 쿠페로 개발되었습니다. 제네시스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55:45의 전후 중량 배분, 디자인,섀시 특성에 대한 방향성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잡아내기 위해 경쟁차종으로 지목한 각종 스포츠 쿠페 모델들을 수 없이 분해하고 재조립해가며 분석하는 과정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제네시스 쿠페는 20세기 말을 풍미한 온갖 스페셜티카들이 멸종되고 정통파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마저 상당 수가 사라져버린 200년대 후반의 자동차 시장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도 비춰졌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가진 만큼, 튜닝 수요도 많았으며, LSD까지 사용한 본격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인 덕분에 드리프트 경기에 출전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똫나 국내 모터스포츠에서 드리프트 경기가 열리게 된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제네시스 쿠페는 역대 현대차의 쿠페모델들이 그러하였듯이, 모터스포츠의 발전에 또 한 번 지대한 공로를 끼쳤습니다.
국내 최초의 수제 스포츠카 - 어울림모터스 스피라(2010)
어울림 모터스의 스피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체 개발 수제 스포츠카로 태어났습니다. 2001년, 프로토자동차 시절 개발한 프로토타입 'PS-II'를 시작으로 근 10년에 달하는 기간을 거쳐 2010년부터 계약과 함께 소비자에게 인도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울림 스피라는 '국내 최초의 토종 수제 스포츠카'라는 점이 부각되며 개발 중이었던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의 자동차 애호가들로 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국내최초 수제작 스포츠카인 스피라는 정통 리어 미드십 스포츠카의 전형을 보여주는 외관 디자인과 함께,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경험으로 완성한 경량 카본파이버 차체 구조, 그리고 사양에 따라 400마력대를 넘나드는 고출력 엔진을 갖췄습니다. 변속기는 6단 수동 변속기를 기본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스피라는 개발 당시의 뜨거운 관심이 무색하게 출시 이후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도 한 세대 이전의 엔진이었던 현대자동차의 2.7리터 델타 V6 엔진을 사용한다는 점, 수동변속기만 제공된다는 점, 그리고 ESP 등 안전 장비의 부재가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또한 실내/외의 상당 수 부품이 기존 양산차의 것을 그대로 사용해으며, 부실한 조립 및 마감 품질 또한 비판의 댓아이 되었습니다. 스피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수제작 소량 생산 스포츠카 프로젝트인만큼, 여러 방면에서 시행착오를 겪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량 생산의 차종만 존재했던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시도를 감행했다는 점에 그 존재 의의를 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