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과 문헌으로 본 춘천문화의 정체성' 학술발표회에 다녀와서

[강마을(정재억)]

 중도레고랜드 개발로 중도유원지 발굴이 본격 시행되면서 춘천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도 점차 싹을 틔우는 등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영환 강원대학교 사학과명예교수가 춘천문화원장을 역임하던 시절인 2013년 8월 22일 춘천지역의 고대 소국인 맥국과 춘천 이궁을 재조명하기 위한 ‘맥국·춘천 이궁 토론회’가 열렸다. 강원도문화원연합회(회장 원영환)가 주관한 토론회로 2014 강원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강원도의 민속문화 발굴을 위한 기초조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복규 강원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맥국의 고고학적 실체’를 주제로 발제하고 유재춘 강원대 사학과 교수가 ‘맥국의 정체성과 향후 과제’, 홍성익 강원대 사학과 강사가 ‘발굴성과로 본 춘천과 맥국’, 김용백 춘천시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춘천 맥국 연구’를 발표했다.

또 손주일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다시 춘천에서 맥국 찾아가기’, 원영환 강원도문화원연합회장의 ‘다시 찾아가는 맥국과 이궁’,  허준구 춘천문화원 사무국장의 ‘춘천 이궁 복원사업을 위한 문헌자료 검토’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최복규 강원대 명예교수는 “북한강 중류지역에 자리한 춘천은 적을 방어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선사시대부터 한반도 동북지방문화가 서로 오고 가며 춘천 일대에 독특한 문화가 창출됐다”며 “춘천 우두산에 있는 토성은 청동기시대 말기와 초기 철기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아 맥국을 형성했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산성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맥국자료조사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1990년대에도 한차례 맥국관련 학술회의를 개최한 바 있는데다 맥국의 정체성 찾기가 당시 원영환 춘천문화원장의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해 종합적으로 맥국을 조명해 보자는 의미가 있었다.

이듬해인 2014년 6월 23일, 춘천역사문화연구회가 ‘맥국·춘천 이궁 토론회’의 아쉬움을 이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원지역대학과 공동으로 시민 강좌 [제35강]을 토론회 형식으로 하여 '춘천맥국 시민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춘천의 맥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홍성익 박사(강원대학교 사학과 강사) 사회로 김택균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김창석 강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심재연 예맥문화재연구원 선임연구원 등 3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대담 형식으로 춘천맥국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문헌학적으로 맥국의 실체를 부정하는 강사도 초청하여 정체성 논의를 보다 더 심도 깊게 다뤘다는 점이다. 결국 고고학적 발굴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맥국의 실체를 강변하거나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아쉬움을 남긴 토론회였다.

 이와 함께 춘천중도 고조선유적지 보존 및 개발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사)국학원이 2015년 1월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공동주최하고 동북아역사재단, 이명수 새누리당국회의원, 도종환 새정치련국회의원이 후원하는 춘천 중도(中島) 고조선유적지 학술회의에 역사문연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로 정재경 전문위원과 오동철사무국장이 참여하여 춘천 중도유적 발굴의 중요성에 대한 춘천시민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도유적과 관련해서는 레고랜드 개발의 당위성에 눌려 춘천의 어느 학자들도 보존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을 때 수많은 오해를 받으며 중도유적 보존과 국가사적 지정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던 장본인이 바로 춘천역사문화연구회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중도유적 보존 문제를 떠나 한림대학교박물관과 한림고고학연구소가 2015년 10월 30일 한림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고고학과 문헌으로 본 춘천문화의 정체성’이란 주제의 학술발표회는 아주 시의적절한 춘천지역의 화두를 던진 게 아닌가 싶다.

그 주제 속에는 문헌학적으로나 고고학적 측면에서 춘천문화의 정체성을 다룰만한 성과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특히 이형원 한신대학교박물관 이형원 학예연구사가 ‘춘천의 청동기 시대 취락’이란 주제발표에서 2014년에 발굴한 춘천중도유적 결과에 대해 “중도청동기유적은 한국고고학 역사상 최대의 유적이자 춘천, 강원고고학, 더 나아가 한국 취락고고학 연구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사는 청동기 시대 조기에서 후기까지의 취락의 양상을 훑어보고 현재까지 공개된 중도유적을 다른 지역과 비교검토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 춘천 청동기문화의 일단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 연구사는 중도유적 발굴은 청동기시대 취락연구에서 획기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방형 평면을 띠는 환호의 전모가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주거지 1,270여기, 지석묘 130여기, 지상건물 10여기 등과 경작지까지 확인됐다며, 중도유적은 삶의 영역인 주거공간, 사후 영역인 분묘공간, 생산공간 등 취락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춘 대규모 유적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 남한의 청동기시대 유적에서는 청동유물이 주로 무덤에서 나왔던 것에 비해 중도유적의 경우 주거지에서 동검과 동부가 출토된 점이 주목된다며, 앞으로 발굴조사보고서가 출간되면 환호취락내부 주거군과 외부주거군의 관계, 중도취락(집단, 공동체, 정치체)의 위상 및 성격에 대한 논의가 본격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사는 춘천중도유적지내에서 발굴된 환호에 대해 청동기 중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때가 중도지역으로 볼 때 본격적인 농경사회에 진입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또 중도유적은 진주의 대평리유적과 마찬가지로 큰 하천의 충적지에 입지한 청동기시대의 최상위 중심취락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중도취락의 환호도 생활공간을 감싸는 기능과 함께 방어기능을 겸비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연구사는 춘천의 청동기 시대 취락 연구는 천전리, 우두동유적 등을 대상으로 한 일부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나 조사범위의 한계로 심도 있는 검토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중도유적 발굴을 통해 공동체 내부 구성원 간의 위계, 지역공동체의 위상과 성격 규명 등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혁진 한림대박물관장은 '춘천의 선사문화'란 기조연설에서 춘천 청동기시대의 특징적 키워드를 언급하면서 청동기유적 분포가 천전리+율문리일원, 중도와 신매리 금산리 현암리 일원에서 최근 거두리 칠전동 등 저구릉지대 등 3군데로 외연이 넓혀 지고 있으며 점토대토기인과 무문토기인들이 함께 공존하다가 철기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복합사회를 이룩하게 되는데 그 중심이 바로 중도적석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춘천청동기 문화가 유입된 루트를 *제1루트 : 영동문화가 태백산맥을 넘어 소양강을 따라 전래 *제2 루트 : 한반도 서북지방에서 한강하류를 거쳐 북한강을 따라 올라왔을 가능성 *제3루트 : 두만강유역-추가령지대-한강-상류-춘천 이동가능성 등 3개 루트이동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 관장은 이어 춘천은 한반도의 거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선사문화의 모든 기본적인 문화전통이 발달하였는데 이는 고고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며 원산 등 북강원, 철원 등 추가령 지구에 대한 고고학적 조사가 가장 필수적이고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심재연 한림대 한림고고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춘천의 철기~삼국시대 취락'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춘천분지의 철기~삼국시대 취락(마을)에서 보이는 문화상은 동북지역은 단결-끄로우노프까문화의 영향과 서북지방의 한군현 설치 이후의 문화가 융합되어 나타나고 있다"며 "춘천지역이 타지역과의 문화적인 교류에 있어 다양한 루트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춘천분지가 '맥국설'의 주요 지리적인 근거인 폐쇄성(閉鎖性)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문화 전파루트로서 아주 중요한 지리적인 요충지(註)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심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인천도시공사의 윤용구 박사는 '이른바 영서예(嶺西濊) 이해의 몇 가지 문제'란 주제 발표에서 *고금군국지의 맥지(貊地)와 예국(濊國)  *삼국지 동이전의 韓과 濊 *초원 4년 낙랑군호구부로 본 濊 를 통해 춘천이 맥국의 고도라는 맥국설(貃國說)은 '신라인들이 강원도지역에 대한 지리적 관념이 투영된 것으로 봐' 사실상 맥국설을 부정하는 입장을 밝혔다.

駐 : 심재연, 2014. 춘천맥국설에 대한 고고학적 검토, 춘천의 맥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2014년 춘천역사문화 시민강좌,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참조

[一宅(정재경)]

이형원 님의 발표는 나도 졸면서 솔깃하여 들었습니다! 중요한 발표혔다고 생각됩니다. 그의 수사 용어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간 논의까지 정리를 잘 하셨어요!
영서예를 발표한 윤용구 님의 발표를 듣다가 시간이 없어 나왔는데, 발제문을 나중에 읽어보아도 너무 허술했어요! 낙랑호구부라는 북한 문건이 학계에 소개된 것을 맥국론에 들여온 것이지만, 결국 김창석 선생의 견해와 같아요. 영서예의 공간을 임둔 고토 지역으로 추정해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발표 요지였지만, 왜 맥국를 부정하고 신라인의 관념이라든지 후대인식일 뿐이라고 결론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냥 김창석의 이론에 투항한 것밖에 없더군요.

[一宅(정재경)]

토론시간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