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부댓기면서 살아가는 장소입니다. 무인도나 대단한 오지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크고 작은 관계를 맺으면서 생존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계속에 등장하는 것이 속이고 속는 것입니다. 본의 아니게 속이는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속이려드는 것이겠죠. 속는 사람들도 무심결에 속는 경우도 있지만 뭔가 의혹은 가지지만 상대의 대단한 속임수에 의해 속아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속이고 속는 세상과 관련해 각종 노래도 있고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그야말로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남녀의 사랑이야기와 전쟁영화를 제외하고는 이 속고 속이는 장르의 영화가 단연 선두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도 속고 속이는 그런 소재를 다룬 영화입니다. 물론 시시껄렁한 단순 사기극이 아닌 인간의 본능같은 그런 속임수의 깊은 내막을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시골 서커단에 기인이란 괴물이 존재합니다. 그 괴물은 인간이지만 정말 괴물같습니다. 어딘가 숨어 있다가 누군가가 닭을 던져주면 닭을 산채로 집어삼킵니다. 그 장면을 보는 관객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서커스단에서는 그런 인간괴물을 어디서 데려올까요. 영화에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괴물을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사람은 말합니다. "망가진 술꾼을 데려오지.하루에 위스키 두병씩 마셔대는 알콜 중독자는 어두운 골목길이나 기차선로, 싸구려 여인숙 등등에서 데려오지. 전쟁터에 나갔거나 아편이나 술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아. 아편 중독도 무시무시하지만 사람 주무르는데는 술이 최고야.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 일자리가 있는데 임시직이야. 그걸 강조해야돼. 다른 기인 구할 때까지만 임시로 하는거야. 그에게 아편액을 조금씩 술에 타서 먹이면 돼. 술 한병에 한 방울씩만. 괴물은 그것을 마시면서 천국에 있다고 생각할걸.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거야. 당신으로는 안돼. 진짜 기인을 찾으러 가야겠군. 그럼 괴물은 말하겠지. 저 잘하고 있지 않나요. 그럼 받아쳐. 개뿔이 잘해. 그래서는 관객을 끌지 못해.너는 해고야. 그리고 나가버려. 밤에 돌아와서 또 한바탕 설교를 늘어놓으면서 그럼 앞으로 술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지. 그러면 괴물은 이제는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생각이 덜컥 들면서 죽을 것같은 경련과 공포에 비명을 지르지. 바로 그때 닭을 던져주는거야. 그러면 괴물은 그 닭을 통채로 먹게되는거지."
이 서커스단에는 독심술에 능통한 사람도 있습니다. 주변에 그의 독심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일종의 이득을 얻는 것이죠. 점쟁이같은 존재입니다. 서커스단의 독심술사는 말합니다. "독심술은 악용될 수 있어. 독심술은 자칫 스스로 눈 멀게 할 수도 있지. 자신이 밷은 거짓을 믿고 정말 자신이 능력이 있다고 믿기 시작하면 스스로 눈이 머는거야. 전부 사실이라고 믿게 되니까. 그러면 선량한 사람들이 다치게 돼.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이 끝나면 바로 그곳에서 신의 얼굴이 나를 응시하고 있지. 아무리 발버둥쳐도 인간은 신을 초월할 수 없어."
독심술사는 이렇게 타인을 속일 경우 큰 화를 입는다는 경고를 하지만 독심술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하는 자는 그의 경고를 무시합니다.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독심술을 부단히 연구해서 어느정도 경지에 오릅니다.드디어 대도시로 가서 큰 돈을 법니다. 그의 독심술은 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는 본격적으로 사기행각에 나섭니다. 적당히 하고 그치려 했지만 욕심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그는 더욱 대담해지고 그에게 엄청난 사기극을 부추기는 무리들이 접근합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엄청난 사기행각을 펼치지만 결국 꼬리가 잡히고 같이 사기행각에 나선 이에게 역으로 뒤통수를 얻어 맞습니다. 수많은 돈을 모두 빼앗기고 결국 겨우 목숨만 부지한채 그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결국 심한 알콜 중독에 빠지고 맙니다. 오고 갈데가 없는 그는 예전 시골 서커스단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예전 멤버들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인수해 스커스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종목인 독심술을 활용해 서커스단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이제 독심술같은 고리타분한 것은 인기가 없으니 기인역할을 잠시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합니다. 그는 임시로 잠시만 기인 역할을 하면 된다는 주인의 말에따라 기인행세를 하게 됩니다. 다른 기인을 구할 때까지 임시로 하기로 한 기인행세입니다. 자신이 그렇게 혐오스럽게 여겼던 바로 그 기인 그러니까 인간괴물이 되고만 것입니다. 영화는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끝납니다. 하지만 단순한 독심술사의 인생유전이 아닌 인간의 내면속에 존재한 속이고 속고 결국은 그렇게 혐오했던 것을 해야되는 비극적인 삶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2024년 2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