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arca.live/b/spooky/95871213?p=1
난 어릴때부터 강아지보단 고양이를 좋아했어.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고...
지금은 사정상 키울 수가 없어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중이지.
배경을 먼저 설명하자면
그 때 나는 17살이었나 18살 겨울 방학이었나
집이 시골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안 가는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아버지의 밭에 들렀어.
당시에 아버지께서 허리를 심하게 다쳐
거의 집에만 누워있다시피 하시고
내가 가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아버지 대신 지시를 하고
밭의 상태를 확인하곤 했었거든.
그 날도 내가 자전거를 타고
레이서에 빙의된 것마냥 페달을 풀로 밟고 있었는데,
저 앞에 뭔가 있길래 속도를 줄이고 보니
내 손바닥만한 검은 새끼 고양이가 엎드려있더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추운데 길바닥에서 자나 싶어서 가까이 가보니까
날이 추워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굶어서 그런건지
움직임도 거의 없고 숨이 다 꺼져가고 있었어.
근데 촌구석이라 동물병원은 시내를 나가야 있고,
그 시내가 자전거로는 20분 이상 가야하는 거리였어.
일단 우리 밭 농막에서 몸이라도 녹여보자 싶어서
입고 있던 패딩 지퍼를 내려
내 체온으로 몸을 덥혀주면서
천천히 우리 밭으로 향했지.
그래도 살리지는 못했음.
너무 늦게 발견한 탓이었겠지.
비닐 하우스 안쪽 저 구석에,
쟁기로 땅을 뒤집어도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땅을 판 후 묻어줬어.
죽는 순간은 추웠겠지만
앞으로는 따뜻한 곳에서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
그 날 밤에 꾼 꿈이 아직도 생생한데
내가 방에서 어떤 검은 고양이랑 노는 꿈이었어.
혼자 내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웬 검은 고양이가 창문으로 뛰어들어오더니
나한테 안겨서 골골대며
흔히 냥냥펀치라고 하는 행위를 하는 꿈이었는데
그 이후로 우리 집에 어떤 사건들이 생기게 됨.
1.
어느 날 밭에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겨서
아버지를 호출했어야 했는데
허리가 다 낫기도 전에
그 몸을 이끌고 밭에 나오셔서 사다리를 타고 작업을 하셨어.
난 농막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때 일하던 외노자 형님이 오더니
brother, 사장님 떨어지셨어! 라고 하는거야.
깜짝 놀라서 가보니 사다리는 뒤집어져있고
아버지께서 누워계셨는데
다행히 부드러운 비닐 같은 걸 잔뜩 쌓아놓은 곳이라
크게 다치지는 않으셨어.
근데 놀라운 건 그 충격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더 이상 허리가 안 아프다고 하셨어.
병원에서도 비닐 위에 떨어지면서
오히려 추나 요법같은 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하더라.
2.
앞서 그 고양이를 비닐하우스 구석에 묻었다고 했잖아?
근데 그 아이를 묻었던 비닐하우스의 작물은
유달리 품질이 좋게 나왔어.
수확을 하고 공판장에서 가격을 매기면
항상 최고가를 받았고
품질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눈에 띄게 증가해서
쉴 틈은 없었지만 웃음이 떠나질 않았어.
막말로 돌덩이를 심어도 금이 나올 정도의 땅이 된거야.
3.
당시에 할머니께서 살아계셨는데
치매와 병 때문에 스스로도 너무 고통을 받으셨어.
오죽했으면 정말 드물게
할머니께서 정신이 온전하실 때
'살아가 미안타'는 소리까지 하셨겠어.
그 말을 듣는 우리 부모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근데 고양이를 묻어준 후로는
할머니께서 자꾸 '괴이(고양이)가 보인다'고 하셨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 허공에
'나비야 온나 내랑 놀자'
이러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어느 날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시더니
아침 식사를 평소의 배로 하시고는
부모님에게 갑자기 고맙다고 하셨어.
그리고 그 날 저녁에 돌아가셨어.
4.
근데 위에 이야기만 놓고 보면
저딴 게 보은?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할머니께서는 치매가 발현하기 전
몇 가지 바라는 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빨리 고통 속에서 해방되길 바랐고
다른 하나는
아들 형제자매끼리 화해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때 당시에 할머니 부양 문제 및
여러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결론적으로는 우리 가족이 아닌
상대방의 잘못으로 가족끼리 크게 분열이 나서
근 10년간 아무 왕래가 없었는데
할머니 장례식 때문에 한 장소에 모였어
형제지간이라지만
사이가 안 좋으니 가시방석 그 자체였고
나도 어릴 때 봐왔던 것이 있어 대충 인사만 했다가
장례식 마지막 날에
부조금을 모두 우리 아버지께 건네며
작은 고모님께서 말하셨어.
어머니를 니가 모셨으니
이 돈은 네가 다 가져가는 게 맞다고.
너 없는 동안 이야기 다 했으니까
보상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시며
줄줄이 서로의 잘못을 용서받고
그 자리에서 화해를 했어.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모여서
예전의 싸움은 서로 추억거리로 씹을 정도로
사이가 다시 돈독해진거야.
그 외에도
내가 처음으로 산 로또가 3등에 당첨된 일이라던지
여러가지 자잘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난 이게 단순한 우연이 아닌
내가 그 때 묻어줬던 고양이의 보은이 아닐까 생각해.
지금은 더 이상 그 자리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별 일은 없어.
아마 뭘 해주고 싶었지만
자기도 아기라 큰 건 못 해주고
저런 소소하게 작은 행복들을
우리 집에 보내줬던 게 아니겠냐고 믿고 있어.
첫댓글 ㅜㅜ따봉냥이야 고마워
아기냥이가 마지막은 따뜻함을 느끼고 가게 해줘서 고마웠나봐ㅠㅠ…
진짜 고양이의 보은이네.. 동물 아끼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어ㅜㅜ
냥이야 정말 사랑한다...
천사냥이ㅠㅜ
선한 마음에 고양이도 보답하고 싶었나보다.. 좋다 글이 참
ㅠㅠ냥이야
ㅠㅠ눈물나 착한 아기고양아 거기서도 행복하렴
흐아앙 😭😭❤️
아기고양이 영혼이 그 비닐하우스에서 품질 관리 하는 상상만해도 귀엽고 짠하고ㅠ고양이야 좋은 일을 많이 했으니 더는 마음쓰지 말고 고양이별에서 진짜 행복하게 살아라. 작은 호의에도 보은하는 마음이 너무 순수해ㅜㅜㅜㅜㅜㅜㅜㅜ
고양아 ㅠㅠㅠㅠㅠㅠ
따봉냥이 ㅠㅠㅠㅠㅠ
그 마지막 따뜻함이 얼마나 고마웠으면.... ㅠㅠ 고양이별에서 행복해 아기냥이야 ㅠㅠ
따봉나비야... 나비 마지막은 따뜻했구나
따봉냥이야ㅠㅠ 고마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기냥이 행복해..
아기라 큰 건 못해줬다는 말이 귀엽고 슬프다 ㅠ ㅠ 고앵아
따봉냥이야 ㅠㅠㅠㅠㅠ
ㅅㅂ ㅜㅠㅠㅠㅠㅠㅠㅠ아가야
ㅠㅠㅠㅠㅠㅠㅠㅠ
냥이야 ㅠㅠㅠ 이젠 안춥게 잘 지내지...?
냥아ㅜㅜㅜㅠㅠㅠㅠ
아기야 이제 따뜻한 곳에서 지내지? 혹은 바람으로 환생해서 나와 같은 세상에서 자유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쪽이든 평안 속에 지내고 있기를 아가냥이~~~ 최고야~~~
고양이가 행복하게 해주세요ㅠ
회사ㅡ에서 눈물참는사람됨진짜마음이따뜻하면서도...고양이야행복해 ㅠㅠ
너무 감동적이다 ㅠㅠ 고양이도 좋은곳으로 갔길 ㅠㅠ
ㅠㅠㅠㅠㅠㅠ
갓냥이
천사냥 ㅜㅜ
좋은사람이니까 좋은일이 일어낫겟지! 고양아 이젠 따뜻한데서 잘지내렴 ㅠ
ㅠㅠㅠㅠㅠㅠㅠ
냥이야ㅠㅠㅠㅠㅠ동물들 다 행복하길
ㅠㅠㅠㅠㅠ
냥이 ㅜㅜ .. 아우 집사두 냥이두 참 착하다 나중에 둘이 꼭 만나기를
ㅠㅠ
고양아..ㅠㅜ 이제 아프지말고 행복하렴..
아가ㅠㅠㅠㅠ 이제 따뜻한 곳에서 뛰어놀려무나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