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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평생을 전세로 살아도 좋다>는 여유 있는 남자를 만나거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에 함몰되어서는 안된다.
널찍하고 편안한 자기집을 소유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비록 전세집에 살더라도 여유로운 마음을 지닌 사람을 만나거라. 이 땅은, 이 집은 어차피 내 것이 아니고 사는 동안 잠시 빌려쓰는 것 뿐이다. 전세집을 사는 대신에 그 돈으로 이웃을 생각하는 따스한 마음을 지닌 젊은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둘째, 부모 잘 만나 고급차를 모는, 설사 자기가 벌었다고 해도 흥청망청 사는 남자는 멀리하는 것이 좋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일푼으로 결혼을 했다. 부부가 되면서 빚을 내어 방 한 칸짜리 전셋집을 얻었고 2년 후에 그 빚을 갚고, 그 2년 후에 2칸으로 옮기고, 그 2년 후에 지금의 작은 아파트를 장만했다. 집을 마련하는 동안 너희 남매가 태어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난해서 따스한 어묵 하나로 행복했다. 젊은날의 가난은 삶을 윤기있게 한다. 그러니 노력하지 않고 애초에 태생부터 부자인 젊은이는 아버지의 사윗감에서 탈락이다.
셋째, 벌써 인터넷에서 주식투자에 빠져있고,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려는 남자는 경계해라.
진부한 속담 같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땀흘려서 번 돈과 주식투자를 해서 번돈은 그 값어치가 다르다. 그러니 젊어서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한 밑천 잡으려는 젊은이는 아버지의 관점에서는 곤란하다. 또한 아버지는 편안한 부자 사위를 만날 마음도 없다.
넷째, 경제서적보다 사람사는 냄새가 배어있는 소설을 읽는 남자를 만나거라.
아버지는 우리딸이 많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은 입시공부 때문에 어렵겠지만 시험이 끝나면 아버지와 소설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토지>를 들고 하동을 찾아보고, <태백산맥>을 들고 벌교 뻘을 바라보기도 하자. 일상에서 벗어나 문학의 향기를 맡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자꾸나.
마지막으로 남자를 만날때는 가슴이 따스한 사람을 만나거라.
예전에 광고에 <한 번을 입어도 10년된 듯한 옷, 10년을 입어도 처음 입어본 듯한 옷>이란 문구가 있었지. 평생을 살 반려자란 그런 사람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새롭다. 한가지만 덧붙인다면 이웃의 아픔에 고개 돌리지 않는, 정신이 건강한 그런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첫댓글 너무좋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