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부터 달력에 빨간색 매직펜으로 동그라미를 몇번이나 치고 그래도 못 미더운지
"알았는교? 요날이구마.." 하고 몇번이나 다짐받고 또 다짐하길래
은근히 성질이 나서
"알았다 자슥아! 케이크 하나 사주면 될거 아이가? 디기 지랄해싼네...참말로..." 하고 톡 쏘아줬다
세상에 저혼자만 생일이 있는줄 아는 모양이다
내 생일날에는 달랑 미역국 하나 끓여 줘놓고..
작년에는 달력에 표시를 해논걸 못보고 그냥 지나쳤다가
몇날이 지나서 그걸 꼬투리잡아 달달 뽁는 바람에 진땀을 뺐었는데..
아무튼 올해는 그냥 지나가지 못할것 같다
생일날 아침
새벽 다섯시가 되기도 전에 자는 마누라 귀에 대고 집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툭하합니다~~ 우리 마누라 생일을 축하합니다~~" 하고 박수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깜짝 놀라 깬 마누라가
잠결에도 기분은 좋은지 "고맙습니다" 하며 일어 난다
"선물은?'
"선물이라니?"
"그라만.. 생일선물도 업시 생일 축하합니다 그칸다 말인교?"
"그기 아이고.. 지금부터 인자 생일 축하할라 카는거지"
"축하 우예하는데?"
"자.. 지금부터 말할끼니까 니 좋은거 골라라
1번 아침을 묵고 대구역으로 가서 새마을을 타고 부산으로 간다
그리고 광안리나 해운대로 가서 바다구경하다가 회를 둘이 실컷 묵고 온다
2번 아침을 묵고 시내에 가서 영화구경을 하고 점심은 양식당에 가서 양손을 쓰민서 밥을 묵고 온다
아침일찍 영화구경부터 하는건 조조할인이 헐키 때문이다 알긋나?
3번 아침을 묵고 지하철을 타고 문양역에 내려서 만오천원짜리 메기매운탕을 묵고 집에 온다 그대신 현찰 10만원을 준다
자! 몇 번?"
말이 끝나자 말자 숨 돌릴새도 없이 나오는 대답
"3번"
"그렇지! 생각해 볼꺼도 업제? 현찰이 딱 있는데..그쟈?"
그렇게 해서 문양역에 가서 매운탕을 먹고 돈 10만원을 건네 주면서 다시한번 생일을 축하해 줬다
마누라도 만족한듯 얼굴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며칠동안 먹을것 안먹고 쓸것 안쓰고 해서 모은 거금 10만원이지만 이 순간만은 그렇게 아깝지가 않다
나도 기분이 좋다
저녁 무렵
나혼자만 밥을 차려주고 마누라가 나갈 채비를 한다
" 니는 밥 안묵고 어데 가는데?"
"응.. 윤경이가 오늘 내 생일이라꼬 애들하고 모이가 케이크 잘라 준다네.. "
"그래.. 그래도 친구가 좋네.. 천천히 놀다 온나"
"퍼뜩 갔다 오께요"
그러면서 싱글벙글대며 나갔던 마누라가
그날 밤에 주둥이가 댓발이나 툭 튀어나와 가지고 들어 왔다
"쳇! 꼴난 10만원... 누구는 반지 받았다카는데... 내참 남사시러버가..."
생일날 매운탕 먹고 돈10만원 생겼다고 좋아서 친구들한테 자랑을 했는데 겨우 그거냐고?
누구는 반지선물 받았다며 손가락을 한껏 펴가면서 자랑을 하고... 누구는 여행 보내줬다고 자랑하고...
도대체 여자들이란 친구생일 축하모임에서도 축하대신 자기 자랑을 하는 모양이다
하루종일 좋았던 기분이 몇분 남지않은 오늘을 남겨 두고 말짱 도루묵이 됐다
"자슥... 그래도 지 기분 좋게 해줄라꼬 그동안에 물꺼 안묵고 쓸꺼 안쓰고 쎄가 빠지게 모다가 줬구마는..."
첫댓글 그래동 행복한 기분이였던 시간이 더 많으니까요 ,,아마 며칠은 행복한 미소지을거 같은데요 ,,화이팅 입니다 ,,머찌세요^*^
오우 멋지십니다요..울옆지긴 쑥쓰러워서 절대 못하는데...용기가 대단하고 부럽네요 행복해했을 이쁜마님얼굴이 그려지네요^*^햅복하세요^*^
여자한테 선물? 그것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몰라요, 저도 언젠가 목걸 하나 선물로 받은적 있는데...목걸이를 사 주려면 귀거리까지 셋트로 사 줘야지 아직도 마눌 취향도 모르냐고 핀찬줬지요...그래서 울 현명한 옆지기 이젠 선물 절대 없시유..그 후론 밤에 꼭 ~~안아 주는게 선물이 되고 말았쥬..완전 밑지는 장사 하고 말았시유..욕심이 과했지유?
ㅎㅎㅎㅎ너무웃겨요.^*^달력에동그라미그리는분도 아침댓바람에 축하송 부르는분도.........참 행복한모습입니다.저도 달력에 동그라미 그려두긴하는데 선물할줄모르는 울랑은 어찌하나요?망데이님 요즘은 어서노시기에 도통뵐수가 없네요.건강하시고 자주좀 오세요.
행복한 모습이네요~아내분께 전하세요....암것도 없이 그냥 지나가는 남자도 있다고요...거기에 비하면 행복한거라고~ㅎㅎ 에고~~내가 씁쓸한 이유는....
1.2.3번 중 골르라 카믄 지는 당근 2번요~ㅎㅎㅎ 왜냐믄 영화를 보구 나면 둘만에 추억의 한페이지가 한 개 더 맹글어 져서 먼훗날 빛바랜 아름다운 이야기로 간직하게 되니까요~ㅎ 에구~!! 글두 망데이님이 잘하시네요~ㅎ 옆지기님께 괜한 투정 넘 부리지 마시라 캐요~ㅎ 두 분 가을 햇살처럼 뜨거웁게 사랑 하시면서 행복하게 사세요...^^
사람은 다~~~지 타고난 그릇이 있지요
헤헤~지두 묻고 따질것 없이 3번...........그 돈으로 저녁땐 식구들 알콩달콩 숟가락 부닥끼며 맛난 밥 무긋을낀데../어딜가든 여인들의 자랑엔...늘 기가 죽는거 아임꺼../귓가에 들려주던 생일송 자랑좀``하시고 오시지........./앗`내는 귀걸이 선물받고 몇일후 잃어버려 자랑질도 몬하넹~ㅋㅋㅋ
망데이님 오랜만이시네요. 귀청 떨어져라 부르는 생일축하송 듣기 괜찮을 거 같은데요 올해는 저도 그걸로 주문해볼까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울 남편 못할걸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닐거예요. 행복을 만드는 망데이님 건강하십시요.
망데이님 인기 좋으시네요. 저만 좋아 하는 줄알았네요.ㅎㅎㅎ 동그라미 치시는 사모님 너무 순수해요. 남편이 알아 주시길 바라는 예쁜 마음 그에 화답하는 망뎅이님 보기 너무 좋습니다. 저는 생일 이라고 동그라미 잘 안쳐요. 생일이 별거냐고 그러지요. 울남편 그래도 생일,약혼 기념일, 결혼기념일은 잊지 않고 케이크 사다 줍니다.이제는 제가 사지 말라고 해요. 친구들은 생일 선물 뭐 거창한거 받는 줄 알고 사달라 하라 하지만. 저는 그냥 돈만 들고 있으면 든든해요. 돈이야 남편이 들고 있지만요. 이돈 쓰나 저돈 쓰나 주머니 돈이 쌈지돈이지요.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봐요. 그런게 하나도 안부러우니요.^^
마눌님 달력에 동그라미치는 순수함 좋았는데 남과비교하는 단순함 아쉽네요 아내기쁘게해줄려는 남편마음 아 ~ 그순수함정성 일순간에 물거품되게 . . . . 저라면 다른사람 반지 아닌 현금 백만원 천만원 받았다해도 부럽지않겠는데 . . . . .
아구망데이님 ,,,올만이네요,,,,,아즉도 여전하시네요....재밌게 사십니다,,그려...
넘 재밌게 사십니다... 구수한 사투리때문일까??
제삿날하고 같은 날이 생일이라 동그라미고 머고 온집안이 다 알고 있는데 말로는 열심히 축하를 받지요~~ 이기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영~~~ 그러네요ㅎㅎ .....망데이님 건강하게 잘지내고 계시죠? 늘 행복한 삶 옅보고 갑니다..
ㅎㅎㅎㅎㅎㅎ울 남편에게 이 얘기 해 줬더니 :여자들은 많이 보태 얘기하니라.." 한다...ㅎㅎㅎ웃음 한보따리 선물 받은 기분으로 갑니다....고맙습니다...
망데이님 여전히 행복하게 사시네요.....건강은 개안닝교....? 늦어지만 옆지기 생신축하한다 카이소...ㅋㅋ
아구망댕이님 저는 2번입니다 행복하세요 ㅎㅎㅎ
ㅋㅋㅋㅋㅋㅋ 전 1번이요~~~ 에잇~ 괜히 칭구들만나서 기분만 다운되었네요. ㅋㅋㅋ 생동감있는 사투리가 정이가요~ 두분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잠깐 삐져도 행복한 마음이 오래 오래 가실겁니다~~늘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