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은 깜짝 놀랐다. 아침 일찍 깨워달랬더니 이시간이 되도록 깨우지 않다니... 잭은 그 소리를 듣고 눈을 살짝 떴다. 눈을 뜨자마자 티나의 얼굴이 보였다. 너무 가깝지 않나 싶을정도였다. 커다란 티나의 두 눈과 마주친 잭. 갑자기 일어나려다 티나와 이마를 부딧혔다. 얼마나 아픈지 눈앞에 별이 보일락 말락 했다. 잭은 이마를 감싸쥐었다.
"아이고~ 아파라.. 이게 뭐야! 총잡이는 고독해야 한다고! 그래서 여자랑 사귀면 안된다니까. 그래서 난 널 내 여자로 맞이할수 없어. 내가 자는 틈을 이용해서 키스를 하려고 하다니."
"멍청아. 내가 너같은 애를 좋아하겠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해라. 난 얼굴에 지네가 붙어있길래 떼어주려고 한 거였단 말야."
잭은 놀랐다. 얼굴에 지네가 있어? 그럼 안되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보니까 좀 떨어진 곳에 0.3센트 스캇(30센치미터) 정도로 보이는 지네가 기어가고 있었다.
티나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잭은 갑자기 측은한 마음이 생겼다. 꼭 자신이 울린 여자같았다.
"티나. 미안해. 내가 오해를 했어. 괜히 놀라가지고 그런거야. 크게 신경 쓰지 마."
"흑흑.. 너때문에 여기 혹났잖아. 이쁜 내 얼굴에 흉터라도 생기면 어떻해... 흑.."
마치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간밤에 뭔일(?) 난줄 알것같은 분위기였다.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티나는 잭을 깨울때 일부러 해가 중천에 떴다고 한 것이었다. 그래야 잭이 일찍 일어나니깐 말이다. 아침으로 먹을것이 건빵밖에 없었다. 건량을 비롯한 음식은 어제 피가 튀어서 못먹게 되었다. 배가 고픈 잭은 건빵을 하나씩 입에 넣으면서 길을 걸어갔고, 티나는 아침의 일이 아직도 화가 났는지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앗! 저기 마을이 보인다!"
잭이 소리쳤다. 티나는 마을이 어딨는지 두리번 거렸다.
"마을이 어딨어? 잭?"
잭이 손가락으로 마을을 가르켰다.
"저어기. 안보여?"
티나는 아직도 마을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한참 헤맸다.
"와~ 이 마을은 엄청 크구나!"
잭이 한 말이었다. 잭은 계속 자기 마을에서만 살아서 다른 곳까지 가본적이 없었다. 이 마을은 가로가 2 스캇(약 2킬로미터) 에 이를정도로 컸다. 이 수치는 밭을 제외한 수치였다.
"아~ 배고파, 잭. 일단 뭐 먼저 먹자!"
잭은 난처한 듯이 말했다.
"티나...미안해. 사실 아까전에 돈 잃어버렸어. 그때 그 거대 개미지옥하고 싸우다가 떨어트렸어."
"뭐? 진짜야? 할수 없지 뭐. 내가 살께."
티나는 똥씹은 표정을 하고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시장으로 들어가서 주점을 찿았다. 시장 한가운데에 있는 주점을 발견했다. 잭이 음식점 간판을 보고 피식 웃었다.
"썬더 팰컨 주점이라. 왠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이름이군."
티나 왈.
"팰컨은 네 성이잖아! 네 이름이 잭 팰컨이라는거 잊었어?"
"미안. 그럴수도 있지. 너도 가끔 이름 까먹거나 그러지 않니?"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까먹을수가 있어? 이 멍청아."
만난지 하루밖에 안된 사이인데 벌써 애칭까지 만들어 두었다.
주점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주점답게 사내들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주점답지 않게 내부는 깨끗히 청소되어 있었다.
잭과 티나는 가게 한가운데에 앉았다. 주인이 달려나와 잭 일행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썬더 팰컨 주점입니다. 뭘 시키시겠습니까?"
주인이 잭을 힐끔 쳐다보았다. 주인에게는 잭의 얼굴이나 옷차림 보다는 잭의 등에 메어져 있던 큰 케이스가 더욱 눈에 띄었다.
'샷건인가? 아니면 저격 라이플?'
이때까지는 기타가 그리 많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잭은 기타를 건케이스에 넣어두었다.
음식이 나왔다. 티나도 그리 돈이 많은건 아니어서 간단히 시켰다. 나온것은 흰 빵하고 쇠고기 스튜, 그리고 삶은 감자였다. 그리 맛있는 것들은 아니었지만 티나와 잭은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잭은 음식을 다 먹은 뒤에 물을 마시고 트림을 꺼억 했다.
"잭! 숙녀앞에서 매너없게 뭐하는 짓이니?"
"너도 숙녀였어?"
티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티나가 삐질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잭은 장난으로 한 말에 티나가 또 삐지자 나올 행동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금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은 상태. 티나가 그대로 나가버린다면 잭이 돈을 다 지불해야 하는데 잭은 지금 돈이 될만한 것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이크. 큰일이군.'
잭은 티나를 위로할 말을 생각했다. 티나는 단순해서 말 몇마디면 금방 삐져버리고,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몇마디만 해 주면 금방 풀려버리기 때문에...
"티나. 너 음악 좋아해?"
"......"
잭은 희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기타실력을 티나에게 뽐내고, 음식값도 지불할수 있는 기회였다.
"잘 들어봐. 난 기타를 연주해. 웃차. 여기 건케이스에 기타가 들어있어. 음... 뭐 연주할까? 내가 자신있는 곡을 연주할께."
티나는 듣는체를 하지 않고 고개를 획 돌렸다. 잭이 기타를 연주하자 가게 안에있던 많은 사람들이 잭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잭은 미소를 지으며 '로망스'를 연주했다.
잭이 기타줄을 튕길때마다 티나의 얼굴이 조금씩 잭에게 향했다. '로망스'의 연주를 끝마치자 티나의 얼굴이 변했고,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술을 마시던 사내들이 잭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잭이 벗어둔 모자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내들이 잭에게 칭찬의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잭은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했다. 가끔 돈이 떨어지면 이렇게 연주를 해서 돈을 벌어야지 라고..
'역시 난 기타리스트로 성공할수 있어! 그리고 이걸로 돈을 벌수 있군!'
티나는 잭에게 뭐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좀 잘치네. 나랑 같이 다닐정도는 되는군."
"좀 잘치긴. 내가 너랑 비교...해서 조금밖엔 못쳐. 너도 배우면 나보다 더 잘칠수 있을거야."
잭은 말을 도중에 약간 돌렸다. 지금 잘난체를 한다면 또다시 티나가 삐질것 같았기 때문이다. 잭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배를 채운 잭 일행. 일행이라고 해 봐야 두명밖에 안되지만 말이다. 어쨌든 잭 일행은 시장구경을 하기로 했다.
주점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기로 했다. 시장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사람들은 티나의 미모에 반해서 티나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물론 같이 가고있는 잭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에 반해서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티나. 내가 그렇게 잘생겼어? 너도 한미모 하니까 우린 멋쟁이 커플이야. 히힛."
"쿡... 그게 아니야. 내가 너무 이뻐서 그래."
잭은 한방 먹었다고 생각하고 무기점을 찿아봤다. 그리 멀지않은 곳에 총포상이 있었다.
"티나! 우리 저기 총포상에 가자. 살게 좀 있어."
잭이 말하는 '살것'은 멋진 권총이었다. 총잡이가 총이 멋없는 총을 들고다녀서는 안되지라는 생각을 하며 잭은 총포상에 들어갔다.
총포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선반 건너편에는 각종 권총, 샷건, 라이플, 검류가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는 이상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물건엔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주인 없어요?"
잭이 외쳤다. 그래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잭은 가게에 진열되어있는 권총들을 살펴보았고, 티나는 구석에 있는 괴상한 물건들을 보았다.
"앗! 이것좀 봐. 여기 '컴뱃 암즈' 있어! 이거 구하기 힘든건데? 그리고 여기엔 M-12 샷건도 있다! 좋은물건 많은데?"
티나는 들은척도 안하고 잭을 불렀다.
"잭! 이거 뭐에다 쓰는건지 알어?"
잭은 티나가 있는곳으로 다가가서 그 물건을 뜯어보았다. 그 물건은 천조각으로 되어있어서 잘 접혀져서 상자속에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 물건이 얼마나 큰지 상자크기가 꽤 컸다. 얼핏보면 옷가지 같이 생겼다. 그 옆엔 도면이 같이 있었는데 도면엔 '기구' 라고 씌여있었다.
"참 괴상하게 생겼다 그치? 동그란 공 밑에는 구멍이 뚫여있고 공하고 큰 바구니하고 밧줄로 연결되어 있잖아. 그리고 여기 설명을 보니까 하늘을 난다고 씌여있잖아!"
"이렇게 크고 날개도 없는것이 어떻게 하늘을 날까?"
"이거 만든 사람은 머리가 이상한 사람일거야."
둘이 키득대고 있을때 주인으로 보이는 흑인이 몸에 시커먼 기름칠을 하고 나타났다. 흑인의 몸에 시커먼 기름이 묻어서 그리 티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검은 기름이 아니라 흰 우유같은것이라면 티가 팍팍 날것이 분명했다. 흑인은 잭의 위아래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뭐 찿으시는거 있습니까?"
잭은 미리 준비된 듯이 책읽듯한 말투로 말했다.
"음... 세이브리스 섬의 총잡이에게 어울릴만한 핸드건 있습니까? 구경은 10으로 주시고, 장약을 많이 잡아먹어야 파워가 세겠군요. 그리고 그립의 가드에는 화려한 장식이 많고, 총열의 인너바렐과 아우터 바렐은 미스릴로 된 것으로 주십시오."
"그런 물건은 아직 없습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제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티나가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면서 그 '기구'라는 물건을 가르켰다.
"아저씨. 이 기구는 뭐에요?"
흑인은 아저씨란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기구'가 들어있는 상자로 다가가 상자 뚜껑을 열었다. 잭과 티나는 신기한듯, 호기심어린 눈으로 흑인의 손이 닿는곳을 살펴보았다.
"이 기구란 물건은 하늘을 나는데 쓸수 있습니다."
잭은 더욱더 궁금해졌다. 이 커다란 공이 어떻게 하늘을 날지? 그런 잭의 마음을 읽는듯 흑인은 부연설명을 계속했다.
"더운 공기는 밀도가 적기 때문에 찬 공기보다 가볍습니다. 그래서 하늘로 떠오릅니다. 제가 만든 기구의 원리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 커다란 공기 주머니에 뜨겁게 데운 공기를 집어넣은 뒤에 밧줄과 이 바구에 사람이 타면서 중심을 잡아줍니다. 방향조절은 아직 개발중입니다."
잭은 무슨말인지 이해할수 없었다. 티나는 어느정도 이해를 한다는 표정이었다. 티나는 다른 물건들을 가르키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이건 뭐에요?"
이번엔 은빛 쇳덩이었다. 그 쇳덩이에는 얇은 판이 가로로 촘촘히 달려 있었다. 밑부분은 동그랗게 되어 있었고, 그 동그란 곳 중심엔 두껍고 기다란 막대가 꼽아져 있었고, 여러가지 관이 쇳덩이와 이어져 있었다.
"이것은 엔진이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우연히 개발해 낸 것이고, 여기 이 주입구로 기름을 넣습니다. 그 다음에 불꽃을 이용해 그 기름을 태우면 내부 기계장치에 의해서 이 축을 돌리는 동력장치입니다."
"복잡하군요!"
잭은 지루한지 총들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어디론가 몰려가고 있었다.
"몬스터의 습격인가?"
잭은 귀찮다는 투로 말을 했다. 그리고 무기상점안의 흑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티나를 남겨두고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