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압력솥이 힘차게 울립니다. 김할머니는 오늘도 성치 않은 몸으로 좁은 부엌에서 은석(가명)이의 밥상을 차리십니다. “은석(가명)이 밥이라도 계속 해줘야 하는데...” 어느덧 팔순을 바라보면서 녹내장과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 및 관절염, 허리통증, 고혈압 등으로 건강상태는 나빠지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수 있는 것은 은석(가명)이의 저녁상을 차려주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고등학생 2학년인 손자 은석(가명)이의 학비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할머니와 은석(가명)이의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연락이 두절된 호적상 아들로 인해 수급자 책정도 되지 않아 정부지원금이 없는 상태입니다. 보증금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을 알고 이웃의 도움으로 보증금 없이 월 10만원의 원룸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보금자리에 살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김할머니는 2009년까지 버드내노인복지관에서 노인일자리 활동을 통해 월 20만원의 수입이 있지만 건강상태의 악화로 지금은 경제활동에 전혀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그때 20만원의 수입이 있었을 때가 행복했다고 하셨습니다. 20만원의 수입으로 은석(가명)이의 저녁상과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18세의 은석(가명)이에게는 이제 남은 가족은 할머니뿐입니다. 할머니의 건강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지만 그저 할머니의 통증과 고통을 바라 볼 수밖에 없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머니의 무릎을 주물러 드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할머니와 은석(가명)이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하나로 지금껏 버티고 계십니다.
할머니밖에 모르는 속 깊은 은석(가명)… 은석(가명)이의 밥차려주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