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운명이란 것이 있을까요? 이런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비단 이야기 속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 속에서도 종종 일어납니다. 그래서 사실은 소설보다 더 신비하다고도 말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기도 어려운 소설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기 좋은 말로 ‘운명’이라고 표현합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때로는 비극으로 또 때로는 행운으로 우리 삶 속에 나타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때로는 기막히게 들어맞는 연인으로 만납니다. 그렇게 맺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달리 표현하기 어려우니 한 마디로 ‘운명’이라고 합니다.
그는 왜 인생 막바지 어려운 시간에 자기를 돌봐준 동생이 아니라 ‘영원한 연인’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려 하였을까요? 어쩌면 진작 결정해놓았던 일일 것입니다. 그것을 돌릴 여력이 없었던지 그럴 마음이 없었던지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알고 나면 후자가 훨씬 납득이 됩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자를 사랑했던 이유 외에 더 강력한 이유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친구인 ‘쉰들러’도 유언장의 속사정을 잘 파헤쳤다고 생각했으리라 믿습니다. 보편적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산이 얼마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생은 무척 서운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고인의 뜻이 그러한데요.
처음 알았을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불가사의입니다. 들을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하며 어떻게 작곡을 하지요? 간단한 분량도 아니고 교향곡을.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볼 수 없는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 아닙니까? 듣지 못하는데 어떻게 음악을 합니까? 물론 처음부터 듣지 못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듣는 생활을 하다가 어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하여 청력을 잃었으리라 생각합니다(그의 전기를 확인해보니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기억 속의 악보와 소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나 확인해보고 싶겠습니까? 또한 그것이 안 되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 어려움들을 이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범한 사람입니다.
또한 우리는 대부분 삶 속에서 사랑을 겪습니다. 인생을 가장 열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동인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랑입니다. 살맛나게 하기도 하고 죽을 맛나게 하기도 합니다. 하늘이 파랗다가 노래지기도 합니다. 이것으로 울고 웃고 별짓 다합니다. 인생이 꽃방석이 되었다가 금새 가시방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생명을 걸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사람 사는 곳에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 거의 모두 껴있습니다. 거의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밌게 보고 재밌게 듣고 재밌게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소재도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시간과 장소를, 그리고 인종과 문화를 떠나 어디서든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입니다.
동생의 애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자도 그 명성을 알기에 은근히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이 마음이 부딪쳐 불을 내고 맙니다. 동생 몰래 교제하다 아기까지 배게 됩니다. ‘베토벤’은 둘이서 도망할 계획을 세웁니다. 날을 정하여 어느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합니다. ‘조안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얼굴을 베일로 완전히 가린 채 일찍 호텔에 와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베토벤도 마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달려갑니다. 하필 그 날 폭풍에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 마차가 진흙탕에 빠져 나오지를 못합니다. 베토벤은 일단 급히 전갈을 보냅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랑의 고백과 반드시 갈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 편지는 호텔 주인아주머니의 손에 넘겨져 식사를 담은 쟁반에 담겨 조안나가 있는 방으로 전해집니다. 조안나는 식탁에 놓인 식사를 보며 그 초라한 차림과 자신의 모습을 겹칩니다. 식사 받침대 밑에 놓인 편지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속았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던 모양입니다. 속으로 화를 씹으며 방을 서둘러 나갑니다. 호텔을 나와 기다리고 있는 마차에 오릅니다. 지금 막 도착한 베토벤이 타고 온 마차입니다. 계단을 오르며 내리며 서로 엇갈렸습니다. 베토벤도 방에 들어와 조안나가 안 보이자 온 방안을 부수며 화를 냅니다. 그렇게 헤어진 조안나는 베토벤의 동생과 결혼합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사실을 알게 된 베토벤이 욕설을 퍼부으며 반대를 해도 두 사람은 결혼해서 살게 됩니다. 그러나 동생은 오래지 않아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베토벤은 그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석에서 베토벤과 조안나가 만납니다. 서로가 마지막임을 직감하였을 것입니다. 베토벤은 조카(아들) 양육권을 포기하고 엄마에게 넘긴다는 약정서를 내줍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쉰들러는 호텔 아주머니에게서 받은 이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되었던 그 편지를 조안나에게 건네줍니다. 조안나가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립니다. 쉰들러가 그 모습을 밖에서 돌아보며 떠납니다. 영화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를 보았습니다. 1994년 작품입니다. 베토벤의 이야기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