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를 가기로 결정하고 나면 은근히 외국 이름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물론 연수뿐 아니라 한국에서
회화학원을 다녀도 다들 하나씩은 만들어 사용하는 거 같습니다.
저도 여기 오기 전에 고민 좀 했습니다.ㅋ
아무 영어 이름이나
가져다 쓰자니
너무 흔한 건 싫고...
촌스러운 것도 싫고...
너무 튀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유명한 사람과 같은
이름을 쓰는 것도 부담스럽고요ㅎㅎ
그 이름하나 찾겠다고 며칠을 웹서핑에 소비했는지 모르겠네요
뭐 물론 하루 종일 컴터 붙잡고
뒤적거린건 아니었지만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한 듯 싶스니다.
결국 저는 제 한글 이름을 영문으로 늘어놓은 것과 비슷해 보이는
Theo라는 이름을
택했습니다.
철자가 비슷하니 발음도 비슷하겠거니 했는데 Th가 뻔데기(/θ/) 발음이라 막상 영국애들이 제 이름을 부를 때 못알아 듣기도
했습니다ㅋ (기대했던 테오가 아닌 씨오로 발음합니다.)
근데 사실 Theo라는 이름은 영국식은 아니고 전형적인 미국식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저는 Theo라는 이름을 선택해서 쓰고 나름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한국인들
중 1/3 정도는 외국 이름을 사용하는거 같군요.
Joanna, Andy, Jamie, Ann... 등등
참고로 여자분들
제이미(Jamie)라는 이름 가끔 사용하던데 보통 제이미는 남자이름으로 사용됩니다.
유진(Eugene)도 남자 이름이죠.
물론 남자만
사용한다는 법은 없으니 사용해도 크게 지장은 없습니다.
그냥 영국애들에게 이름 가르쳐 주면 왜 여자가 남자이름 가지고있나 의아해 하면서
한번 더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볼 뿐이죠ㅋ
영어이름 중에는 한국식으로 여자이름 느낌이 난다해도 실제 영어권 국가에서는 남자이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니 한번 더 확인해보시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사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영어이름을 어떻게
짓냐는게 아니라
오히려 영어이름을 지을 필요가
없지 않는가라는 겁니다.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토요일 오후 날도 좋고 해서
하이드파크에서 신나게 인라인을 즐기다 펍에 갔습니다.
보통 토요일 해가 떨어질 때 쯤이면 하이드파크 스케이터들은 Lancaster Gate
스테이션 근처의 Victoria라는 펍에 모입니다.
토요일 오후 손님의 3/4 정도는 스케이터인 듯 싶군요.
여튼 저는 Naomi를
통해 Dave라는 친구를 소개를 받고 제 이름이 Theo라고 소개했습니다.
그 친구는 그게 본명이냐고 묻더군요.
원래 이름은 아니고
한국이름이 발음하기에 힘들어 하는거 같아서 영어이름을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는 화통하게 웃으면서 만나 반갑다고 이름이 어렵지 않아서
좋다더군요.
근데 Dave 옆에 앉아 있던 Luke라는 미국인 친구가 딴지를 겁니다.
Luke는 작년부터 알던 녀석으로 사람을 약간
무시하는 농담하기를 좋아해서 사람들이 별로 안좋아합니다.
저도 그런류의 농담들으면 받아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영어 실력이 딸려 한동안
속으로만 분해하고 있었죠. =_=
요즘엔 그냥 무시해주고 원래 그런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니 조금은 편해지더군요ㅋ
아무튼
Theo라는 이름을 듣더니 어이없다는 식으로 니이름 놔두고 왜 영어이름을 쓰냐고 묻더군요.
약간 빈정댄다고 해야하나? 말투가 영 맘에
안들었습니다.
Naomi가 옆에서 Embracing Western Culture라고 말하면서 제 편을 들고 Dave도 Luke한테
시끄럽다고 한소리 했습니다.
Dave 덩치가 커서 제 잘난 Luke도 찍소리 못하더군요ㅋ
Luke 녀석 오늘따라 더 기분나쁘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집에 와서 한번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제 잘난 맛에 사는 Luke
나쁜놈은 아니예요ㅎㅎ

영어이름..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한참을 생각하고 결론 지은건 영어이름 굳이
만들 필요없다였습니다.
이곳에 와서 보니 본명 놔두고 영어이름을 새로 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과
중국인이더군요.
보통 이유는 '그냥 남들 다 사용하니 괜히 영어이름 있어야 할 거 같다'와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어권 애들은 받침이 들어간 우리나라 이름을 정말 발음하기 어려워합니다.
중국 이름도 완전 독특하며 발음이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영어이름을 만들 필요는 없는거 같습니다.
이곳 애들이 Samuel은 Sam, Jonathan은 Jon
이런식으로 줄여 부르듯 한국식 이름도 줄여 애칭만들어 사용하면 됩니다.
제 친구들도 제 이름을 Theo로 부르기 보다는 원래 이름과 발음
비슷한 Teho 또는 실제 제이름으로 부릅니다.(열심히 발음 가르쳤습니다ㅋ)
아시아도 그렇지만 중동, 아프리카 쪽에서 온 친구들 이름은
부르기 더 어려운거 같습니다.
런던엔 특히나 중동계 2세들이 많은데 본인은 실제 영국인이고 UK 여권을 사용하지만 이름은 여전히 가족을
따라 중동식 이름을 사용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이름이 TV에 자막으로 나오면 영국인들도 정확히 발음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들 별
문제 삼지 않습니다.
Russel Peters라는 코메디언은 !(느낌표)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아프리카 출신 흑인을 코메디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진짜로 !를 이름에 넣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영상 보면서 정신없이 웃었을뿐ㅋ)
한국이름은 이런
이름에 비해 솔직히 어려운편은 아닌거 같습니다.
동양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외국에서 태어났으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전형적인 동양외모에 영어를 어설프게 말하면서 이름은 영어이름이라면 제가 보기엔 상당히 어색할 듯 싶습니다.
그냥
본인의 이름과 비슷한 애칭을 만들거나 발음이 아주 어렵지 않다면 본인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애국심이라고 하긴
거창하고 단지 다들 자신의 한국식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싶네요.
다들 느끼한 외국이름 버리고 국산 이름으로
돌아오세요~
블로그 Theo는
이름이라기 보다 닉네임으로 생각하고 그냥 사용할랍니다ㅋ
실제 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첫댓글 Andrew 도 아주 흔한 이름입니다... 글구 Theo는 영국인들도 쓰는 이름이긴 하더군요... David 같은 이름은 우리말로 치면 철수 쯤 되겠군요.. 제가 아는 애들 중에는 Like라는 이름도 있었죠... ㅋㅋ
전 이름이 쉬워서 제이름으로 썼는데 발음이 별로 안어려운 분들은 그냥 쓰시는게 제일 좋고 조금 어렵다 싶은 분들은 마지막 뒷글자, 아니면 이름을 살짝 변형해서 발음하기 쉬운 이름으로 부른다던가 하는게 좋은것 같아요. 솔직히 영어이름 따로 짓는건 그쪽도 좀 웃기게(?) 생각하는것 같구요 ㅎㅎ 제 주위에서는 이름 어려워도 꿋꿋이 쓰신 분들도 많았는데 오히려 친구들이나 선생님도 성의있게 발음해주려고 신경쓰고.. 별로 영어이름은 필요없는듯.
저도 이름을 줄여서 썼는데 너무 흔하더이다 ㅎ 그래도 부르기 편해서 그냥 쓰고 있어요^^
Theo 도 가끔 듣는 이름인 거 같은데요.. 영국에서도.. 미국은 잘 모르겠습니다!! ㅋ
한국이름 좋지요~ 아니면 끝에 자만 불러도 정감가고. 괜히 영어이름 만들면 내 이름 아닌거 같아서 좀 그래요ㅜ
한국이름도 자주 쓰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