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표 시 모음 8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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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초대
전근표
강남 갔던 제비
돌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틀었다.
겨우내 회색 빛 산야
진한 연둣빛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가는 봄 뒷자락에
앞산 능선 사이 비추는 보름달
만삭되어 차 오르고
모처럼 내렸던 가뭄 뒤 단비
개구리 엄마 떠내려갈까
울음소리 구슬프기만 하다.
개나리, 매화꽃
진달래, 목련꽃 벌써 잊어 버렸나
나물 캐는 아낙네 대바구니 누가 훔쳤나
봄의 화신 이화, 능금, 복사꽃이
어느새 흩날리는 꽃비 되어 흘러 버렸네.
임이시여!
지고 가시던 짐 잠시 벗고
숨겨둔 임 보러 오듯 살며시 오시구려
그냥 오셔서 잠시 쉬었다 가시구려.
화사함으로 가득 찬 꽃자리 펴고
걸러 놓은 막걸리 한잔 나누며
하늘하늘 춤추는 벌, 나비와 함께
우리도 한바탕 신명 굿판 벌려 보세나
흐드러진 능수버들 그늘아래
임 만나
껄껄껄 웃으며 회포를 풀고
인고의 세월 잠시나마 잊어 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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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오면
전근표
10월이 오면
못다 핀 꽃 한 송이
검붉은 피를 토하고
끝내 알알이 익어
어깨춤 덩실덩실 추리라
삼복 훔친 길쌈 친구
황금빛 오색그림자로
너울 춤 덩실덩실 추리라
귀뚜라미소리
쇠똥구리 내 친구 삼아
긴 밤 하얗게 지세우리라
까만 밤 별빛 찾아
구름사이 흐르는 보름달 보며
행복 가득 채워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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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는 행복
전근표
마음 비우고
맑은 하늘 한번 바라보라
욕심 버리고
높은 산, 깊은 숲 속에 안겨 보라
그 것도 아니면
분노를 누르고
파도가 넘실대는
넓은 바다에 풍덩 빠져라도 보라
한 낱 인고의 피땀이
바람에 날려
왔다가 사라지는 파도 위에
하얀 한 조각 뜬구름 아니던가
칠색 무지개 쫓던
동네 철부지 아이들의
행복이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행복도 아주 가까이 있다네
아주 가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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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
전근표
세월 따라 흘러가는 인생사
덧없이 가는 곳은 하나이건만
구름 따라 이는 바람 잠 잘 날 없네
바람 따라 구름 가 듯
희노애락 일장 춘몽인 것을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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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끝 감나무
전근표
금의옥액(金衣玉液)!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황금의 옷을 입혀 주고
그 속에 옥 같은 꿀물을 머금게 한 가을철의 과일 제왕 "감"나무여!
그대가 내 어렸을 적 넓은 잎에 글씨를 쓰게 하고
그대가 내 젊었을 적 온갖 벌레 새의 접근을 막아 좋은 그늘 만들어 주더니
이제 화려한 시절 만나 황금빛 이파리와 주렁주렁 찢어질 듯한 탐스러움으로
기어이 세간을 유혹하고 마는구나
폭염 속에 땡감을 철 들게한 가을 감나무
하늘에서 내려 주신 맛깔스러움을 선물하고 계시는 건가
내 비록 너 같은 삶이 주어지진 않아 황홀한 빛을 자랑하지 못 한다 해도
마지막 까치밥 마저 남기기 애달파 하는 사람들 부끄럽기만 하구나
나 또한 입동지절(入冬之節) 강풍과 한파 속에 꿋꿋이 알몸으로 지낼
자네 같은 사람되고파라
땡감의 허물 벗고 제 모습으로 길가는 사람, 빛을 보는 세상이여 오라
추언 : 보시오! 잘난 인간네들!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 떨어지게 바라지들 마소
인간지 만사 새옹지마, 진인사 대천명, 공수래 공수거, 탈 쓴사람 할바를 다 해야지
잘난 놈 못난 놈 죽을 때 뭐 갖고 가는 거 봤소 알고 보니 붓타,예수도 감나무.
죽을 때 입는 옷 수의에 호주머니 없다는 걸 알기나 아소
불쌍타 사람들아 말하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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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문 여는 소리
전근표
한 여름 밤 불 밝혔든 개똥 불 숨고
리. 리. 리. 리 귀뚜라미 밤새워 운다
찌르륵, 찌르륵 찌르레기
찍, 찍, 찍 굴뚝새와 장단 맞추어
쯔르, 쯔르, 쯔르륵∼ 지빠귀는
또륵 또르르∼ 쇠똥구리 쫒고
딱. 딱. 딱 딱정이와 땅강아지
별빛 그림자 되어 숨바꼭질이다
푸득, 따다닥 딱다개비 날고
툭. 툭. 툭 투드득 떨어지는 도토리
굴밤은 때굴∼때굴 때구루루
윙∼윙 빨간 고추잠자리 떼
들국화 향에 취한 코스모스
하늘가 황금빛 가을 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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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야기
전근표
삼복 지나 추석 ,추분 언덕 넘었다
뙤약볕 아래 젖은 베 적삼 말리고
헛간 처마 위 누런 호박 덩이 보기도 좋다
오솔길 주변 코스모스
실바람에 고개 흔들며 정겹게 속삭이고
햇님 따라 고개 처든 해바라기 얼굴 새까맣다
묵직한 수수 모가지 장대 높이 치켜 벌서며
발아래 붉은 핏빛의 수액을 뿌리고 있다
솔숲 가운데 우뚝 선 갈참나무 한 그루
산들바람에 우드득~ 득 득,
상수리 밤톨 되어 떨군다
아! 가을
검푸른 융단 논밭, 황금 수의를 입히더니
무지개 빛 잎새 벗어 던지고
농익은 오색 과일로
내 손발을 묶고 내 눈마저 멀게 한다
실개천 주변 들국화 끝내 찬 이슬 털며
짙은 향기로
막혔던 내 코를 뚫고
하늘 높이 날던 고추잠자리
고추 멍석에 친구 삼아 졸고 있다
울퉁불퉁 농토 길,
달리는 경운기 소리,
덜커덩~ 덜컹
그 소리 풍년가 반주였으면 좋으련만...
가을 이야기 들리는 소리
경기 침체, 주가 하락, 고물가 행진
서민의 소리, 주름살도 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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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
전근표
가을이 오면 왠지
집 떠난 가족이 찾아와
사립문 비스듬히 열고
반가운 얼굴 내밀 것 같다
가을이 오면
맑은 하늘에
메밀 잠자리 한가롭고
멍석에 널린
빨간 고추가 재채기하고
마루 기둥에 매달린 옥수수 치열히
사열 받는 해병대 같다
가을 들녘은
국화 향기로 취해 있고
해를 닮은 해바라기
알알이 제자리 잡고 있는 이빨들
농부의 빠진 이빨들이
해바라기 얼굴에 박혔다
농부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지은
하늘 밥상 풍성하게 차린다
가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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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의 서시
전근표
몰래 바람이 서늘하여
열린 창문에 턱 바쳐 세우고
까-만 밤하늘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가까이 들리는
풀벌레 소리는 정겹고
흐르는 구름사이 별빛이 높다
동구 밖 개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
잠깨어 구름 속 초승달 따다
같이 놀잔다
으스름 달빛에 숨어
가끔씩 얼굴 내미는 희미한 별들
깊은 밤 나를 붙들고 있다
세상 밝은 불 언제 비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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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마음
전근표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아주 작은 일에서라도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면
나는 나 위해 족하리라
홀로 비친 내 그림자에게
내 옆 스치는
한 떨기 바람에게도
한 점 부끄럼 없다면
나는 나 위해 더욱 족하리라
오늘 살아 숨쉬며
좋은 하루 맞으니
이 얼마나 좋은고
나, 나를 위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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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연인
전근표
한적한 시외 길가 갤러리
대통밥 먹다가
어느 덧 주위 어둠이 깔렸다
갤러리 단골 두 연인
조용한 찻 방 찾아 뙤아리 틀고
옳거니 그르거니 인생사 쳐 보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몸매는 현모 양처요
목소린 옥구슬이라
귀뚜라미, 여치 마저도
희미한 가로등
무대 삼아 합창을 한다
새벽녘 아기 새 울음소리에
두 연인 총총걸음
풀잎 이슬에 젖은
달빛 그림자 흠뻑 적신다
깜깜한 어둠은 어디 갔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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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차 한잔
전근표
한적한 시골 길가 가든
대통밥 맛에 정신 팔리다가
별빛이 밝아서야 찻집을 찾았다
차 향을 앞에 놓고
시시비비 인생사 길을 찾다가
밤 시간 다 놓친다
놓친 밤 찻잔 속에 다시 살아나
멀리 지나간 시간까지 불러들인다
우정을 키우고
사랑의 진액을 돋군다
한잔의 찻잔 속에
우정과 사랑, 인생이 함께 녹아 있다
둘이서 차 한잔 함께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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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바라는 향기
전근표
봄 향기가 진할까?
여름 향기가 진할까?
가을 향기가 진할까?
아니야 봄보단 여름이 더욱 향기 진할 걸
아카시아, 장미꽃, 진한 꽃 내음 있으니까
아니야 아니야 여름 보단
봄 향기 더욱 진 할 걸
연두 빛 풀 내음과
향긋한 매화, 진달래꽃 있으니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가을 향기가 더 더욱 좋을 걸
장마 걷힌 뒷자락에 오색 단풍 불타고
푸른 하늘에 황금빛 들녘 풍성한 과일
향기 있으니까
봄 향기도 좋다
여름 향기도 좋다
가을 향기는 더 더욱 좋다
그러나
겨울 향기는 봄 향기 보다,
여름, 가을 향기 보다 진했음 좋으련만...
가을에 중산층이 무너졌다
중소기업 도산하고, 실업자 늘고
주식 폭락으로 자살자가 늘어났다
선배, 선열들이 쌓은 업적
선진 대열 낙오할까 두렵다
우리는 바란다
봄, 여름, 가을 향기보다
춥고 눈 내리는 겨울 따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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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가을비
전근표
온통 회색 빛 하늘이다
소리 없이 내리는 가을비가 고맙다
듬성듬성한 은빛 억새 풀 위에도
늘어진 오색 단풍나무 가지 위에도
밭 두렁 논두렁 노란 콩잎
미처 거두지 못한
볏짚 위에도 촉촉하게 내린다
무성하게 자란 무우잎 배추포기에
목마름 흠뿍 적시어 고맙기만 하다
뙤약볕 시름 짖던 농부님들
밭고랑 사이사이 누비며
넉넉함이 가득 가득이다
빨갛게 익어 높게 매달린 감이
가는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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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진안 장터
전근표
튀밥 기계 풀무 질 하시던 할아버지
황색 깃발 흔들며 "귀 막아요!"
휘익~ 휘익
호르라기 소리 요란하다
가무잡잡한 모습의 뻥튀기 아저씨
한 손으로 기계 손잡이를 잡고
푹팟~ 푹팟 누르며
한 손으로는 뻥튀기 과자 하나 집어
지나는 사람마다 내미신다
"하나 잡숴 보세요..."맛 있어요"
되는데로 땅바닥에 벙퍼짐히
주저앉은 아줌마들
한 되빡, 두 되빡 고봉으로 샘을 새며
"값일랑 깎지 마세요" 하소연이다
"떨이, 떨이~ 마지막입니다"
"살림에는 눈이 보배요"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닙니다"
생선가게, 과일가게...
여기 저기서 고함 소리다.
찰그락~ 찰그락, 째깍~ 채깍
엿 장수 가위질 장단에,
걸죽한 막걸리 한 잔에,
순대국 한 사발에
뚝배기 사발만큼이나 더 큰 정을 담아
덤 주고 값 깎는,
사람 사는 맛을 나눈다
구렛나루에 삶의 덧 모자 눌러 쓴
고향 사람들 시골 장터 모습이 그립다
정 많고 순박한 사람들
그들의 모습에서
내 가슴 어느새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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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용담 댐)
전근표
그 곳에 가보고 싶다
금강 상류 시원한 물소리의
옛 이야기 구수한 그곳
저녁놀에 백로가 새끼들 데리고
하늘 길가면서 도란거리는
한가한 이야기 소리 들리는 그곳
어머니의 호미 끝에 묻어 나는
땀방울이 세간을 늘리고
날 詩人까지 밀어 올려준
텃밭이 있는 그 곳
물 속에 깊게, 깊게 잠들어 있는
고향집에 가보고 싶다
어린 꿈이 자랐고
또 꿈을 묻어 놓고 나온 그곳
상전이 벽해 되듯
벽해가 상전 될 날 있으리
아주 먼 훗날이라도 좋다
그 곳에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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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살리라
전근표
작은 宇宙 인간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 같은
天 地 人
人間
삶의 인생 극장
연극 배우
춤 노래 기쁨
슬픔 괴로움
병들어 쓰러져 늙어 죽어 간다
사는 동안
눈이 있어 보고
귀가 있어 듣고
코가 있어
입이 있어
손이 있어
발이 있어 걷고
머리가 있어 생각 한다
自然
깊숙히 파헤쳐진 고독
숱한 미움
온갖 상처 쓰라림
온갖 쓰레기
끝내 죄 져 죽은 육신 마저
기뻐 맞는다
그리고
강한 비바람
혹한마저
천둥 번개 마저도
섬기며
감싸주고
포용하며
배려하고
용서하며
사랑한다
난 너를
배신 하지 않으리라
너를 사랑하리라 다짐 하면서도
산과같은 사랑
땅과같은 사랑
자연사랑 노래 부르면서도
내 영원히 너를
배반하고 말았다
오 나의 부족함
미련함
추악함이여
오 너의 천진스러움이여
영원한 生命
목숨 다 하는 한
네게 용서 빌며
천진 난만한 어린이처럼
네 품에
날 있게 한
그 속에 묻혀
영원히
그곳에 살리라 그속에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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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부름에(1)
전근표
그대여
어느 곳에 가셨다
이제야
내 마음 찾아 왔나요
무심하다 못해
혹시 날
잊었는가 하면서도
설마 그렇지는 않았겠지
내 맘 못내 기다려 왔던 터라
봄날 꽃향기 머금은
훈풍처럼
다시 찾아온
강남 제비처럼
날 찾아주오
날 불러주오
까만밤 하얗토록
두손 모아 기도하며
먼 훗날 이라도 좋아요
그대 부름을 기다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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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하얀 가슴에 흑장미를 심으려오
전근표
그대 가슴에 그 무엇을 그리려는가
차라리 순백 그대로 이기를 일렀거늘
내가 감내할 수 없는
슬픔과 기쁨, 미움과 사랑도
그대 가슴 닮아 가네
청결하고 순수함이여
잴 수 없는 넓고 깊음이여
잔잔한 호수 위 세찬 파도 인다 해도
항상 머물고 있을 가슴이기에...
수많은 꽃 중에 하나의 들꽃이어도
항상 행복해 할 하얀 가슴이기에
내 영혼 바쳐
진한 향기 가슴 아파 할
흑 장미를 심으렵니다
소낙비 갠 후 동편 하늘에
쌍 무지개 다리 놓고 건너가
그대 하얀 가슴에
흑 장미를 심으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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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 집
전근표
어린 시절 살붙이 부비고 살았던 정든 토담집
시냇물 따라 아낙들 정담 꽃피고
방망이 매질하던 빨래터 있던 그 곳
봉선화, 채송화 화사한 앞마당 우물가에
어머니 정성으로 열병사열 하던 장독대가 있고
두레박 속 수박으로 한 여름 깨쳤던 그 곳
똥 장군 지게 메고 넘어질까 어깨춤 추며
콧노래 희, 노, 애, 락, 삶이 녹아 있던 곳
아침이면 까치 소리 반갑고
삼 짓 날 처마 밑 제비 한 쌍 그리며
새끼 찾는 어미염소와 누렁송아지 뛰놀던 그 곳
진달래꽃 따다 휘영청 밝은 밤에
화전 부치며 그림자 좇아 사랑 나누던 그 곳
초라히 늙어 가는 머릿속 잔영이
소낙비 뒤 풀벌레 소리로 다가와
먼발치 파란 가을 하늘에 하얀 고향집 그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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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 집
전근표
어린 시절 살붙이 부비고 살았던 정든 토담집
시냇물 따라 아낙들 정담 꽃피고
방망이 매질하던 빨래터 있던 그 곳
봉선화, 채송화 화사한 앞마당 우물가에
어머니 정성으로 열병사열 하던 장독대가 있고
두레박 속 수박으로 한 여름 깨쳤던 그 곳
똥 장군 지게 메고 넘어질까 어깨춤 추며
콧노래 희, 노, 애, 락, 삶이 녹아 있던 곳
아침이면 까치 소리 반갑고
삼 짓 날 처마 밑 제비 한 쌍 그리며
새끼 찾는 어미염소와 누렁송아지 뛰놀던 그 곳
진달래꽃 따다 휘영청 밝은 밤에
화전 부치며 그림자 좇아 사랑 나누던 그 곳
초라히 늙어 가는 머릿속 잔영이
소낙비 뒤 풀벌레 소리로 다가와
먼발치 파란 가을 하늘에 하얀 고향집 그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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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전근표
눈을 뜨고 보니 핸드폰에
짤막한 사연이 와 있었습니다
읽는 순간 가슴이 아파 왔습니다
내내 그 문자를 바라보며
녹아내릴 듯 사무치는 그리움은
찡한 내 두 눈가에 끝내
이슬방울을 맺히게 하였습니다.
“그리워요 보고파요 사랑해요”
자주 들려주는 그 사연은
외로운 나에게 천사가 들려주는
희망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대를 사랑 합니다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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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 가는 가을
전근표
하늘은 높고 청명하다
하늘 길 따라가는 기러기 떼
그 모습 한 폭의 그림이라
옷 깃 스치는 서늘한 바람
저 멀리 파란 하늘 바다에
하얀 쌍 돛대 깃발 달았다
내리 쬐는 따스한 하얀 햇살
내 가슴 빈창에 들어와
골골이 황금물결 파도를 친다.
높이 매달린 빨간 감나무 아래
돌담길 따라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온 몸 휘날리며 나를 감싸고
꽃잎 되어 흩날리는
샛노란 은행 이파리
가을비 되어
떠나는 길 못내 아쉬워라
돌 틈 사이 헤집고
귀뚤귀뚤
슬피 우는 귀뚜라미
가는 가을 어서 가라 독촉이다
아~ 아~ 내 코끝에 내 눈가에
가을이! 가을은 영글고
아~ 가을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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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 가는 가을(1)
전근표
하늘은 높고 청명하다
하늘 길 따라 가는 기러기 떼
그 모습 한 폭의 그림이라
옷 깃 스치는 서늘한 바람
저 멀리 파란 하늘 바다에
하얀 쌍 돛대 깃발 달았다.
내리 쬐는 따스한 햇살은
내 가슴 빈 창에 들어와
골골이 황금물결 파도를 친다
빨강 감나무 아래
돌담길 따라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온 몸 휘날리며 나를 감싸고
꽃잎 되어 흩날리는
샛노란 은행 이파리
떠나는 길 못내 아쉬워라
부스럭부스럭 이별을 속삭인다
돌 틈 사이 헤집고
귀뚤귀뚤
슬피 우는 귀뚜라미
가는 가을 못내 아쉬워라
어서 가라 독촉이다
아~ 아~ 내 코끝에 내 눈가에
가을이! 가을은 영글고 있다
아~ 가을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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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망
전근표
나무는 조용하고 싶지만
가지엔 세찬 바람이 일고
강물은 고요하고 싶지만
물위엔 잔잔한 물결이 이네
바다는 깊고 넓지만
하얀 파도가 끊이질 않고
하늘은 한없이 공허하지만
구름을 그리다가 천둥을 치내
사람들아 산다는 게 별것이드냐
生. 老. 病. 死는 하늘의 이치요
無病長壽 富貴榮華 허무함이니
우리도 靑, 靑, 靑 자연 속에서
짧디 짧은 인생 길, 가진 것
다 내 것 아니니
어서 무거운 짐 내려놓고
진정한 나(自我)를 찾아 행복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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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야할 길(정도)
전근표
세상살이 험해도
옳은 걸 옳다하고
그른 걸 그르다 하며
내 갈길 가는 게 정도라
즐거움 함께
고통도
같이 나누는 마음
자비라 하지 않았던가
내 즐거움
남의 고통 함께 나누는
마음
항상심 이어야 하거늘
잡힐 듯 말듯
맘속에 머뭇거릴 뿐
자욱한 안개에 뭍혀
그 길 찾을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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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마이산(馬耳山)
전근표
우르르~ 쾅, 우르르~ 쾅쾅...
천둥 번개가 하늘에 물 구멍을 뚫었다
물 폭탄 맞고도 늠름한
하늘 향해 우뚝 솟은 마이산
암 수가 한 쌍 되어 신선의 몸을 씻는다
하늘에 파란 창이 열려
흰 구름 내리고
마이산 허리 감싸니
몸 씻고 새 단장한 모습 아닌가
아!~~~
가슴 아래 아기산 품은
두 봉이 한 몸 된 모습
승천하는 신선 가족 분명하리라
서다산, 용출산, 속금산
문필봉, 역사의 기록으로
이제 마이산으로 불리며
가까이 하늘에서 큰 사람 내시는
선지동 마을
내 고향 진안이 눈에 선하다.
☆★☆★☆★☆★☆★☆★☆★☆★☆★☆★☆★☆★
내 진정 너를 사랑할 수 있다면
전근표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은 사람아
애가 타도록 그리운 사람아
눈이 시리도록 보고 싶은 사람아
내 사랑 진정 받아 주오
지금 그리워도
보고 싶어도
사랑하고 싶어도
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기에
기다려도
불러 봐도
애를 태워도
가까이 오지 않을 사람이기에
내 가슴에 영원히 각인될 사랑
내 심장의 박동이 될 사람
멀리서 바라보며
내 가슴의 빛살로
새로운 사랑의 역사를 엮으리라
이제 내 스스로
그대 가슴에 빠져 나올 수 없는 늪이 되고
네 머리 속에 영원히 기억 될 혼백 되리라
내 진정 너를 사랑할 수 있다면
시뻘건 마귀 혀 바닥 활화산처럼
이글거리며
네 몸 위에 내 나래를 역어
새로운 사랑의 역사를 지으리라.
☆★☆★☆★☆★☆★☆★☆★☆★☆★☆★☆★☆★
내가 바라는 것
전근표
하늘아래 무리 지은 산등성이 낮고
비바람 눈보라에 기암절벽 우뚝한데
낙낙장송 홀로 앉은 회오라기 한 마리
썩은 나무둥치 사이 쌓여진 낙엽을 본다
그리고
높디높은 가지 끝에 매달린 단풍잎 하나
사그락 사그락 소리내며
파란 하늘 흰 구름 따라 같이 가자 한다
그러나 먼발치
눈 아래 제자리 맴도는 짝 잃은 원앙
주변에 살려달라 허우적 소리 요란하다
눈이 있어 보고 귀가 있어 듣고 있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것은
푸른 하늘 보다, 기암절벽보다
내 육신 홀연히 생명줄 태워
썩은 나무둥치도, 쌓인 낙엽도 되어
제 자리 맴도는 원앙부터 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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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길
전근표
한 생명 이 세상 태어났다
나는 누구며 너는 누구냐
우리 어떻게 살아왔나
묻고 또 물어 본다
하늘 아래 살면서
지은 죄 얼마 잘못 또한 얼마인가
혹시나 좋은 일은 콧구멍 반만큼....
사는 동안 참회로
남은 삶 베풀고 감사하며
사랑할 수 있다면....
흘러가는 구름처럼 스쳐 가는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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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전근표
초가지붕, 앞마당 돌 담 위에 소복히
하얀 하늘 꽃 내리던 겨울날
구비진 산 허리에
소복소복 쌓인 눈 길을 걸었다
그리운 사람 가슴에 안고 걷는 길
혼자서도 외롭지 않았다
삽시간에 내 머리, 어깨에 앉은 눈은
맑은 맘, 텅 빈 가슴 속까지
내 맘 하얏게 빛 바래어서
영혼은 부자였다
세월은 흐르고
그때 눈 내리던 길을 걷는다
오늘도 눈은 어깨위에 자꾸 내린다
그리운 사람 가고
또 몇 세월이 갔어도
그 때 걷던 눈길은
내 가슴에 그대로 남아 있다
소리 없이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
눈을 뜨면 세상을 봅니다
전근표
누가 들어 주지 않아도
깊은 산 속 골짝 물은
졸 졸 졸 소리를 냅니다
맞아 주는 이 없어도
허허벌판 들국화는
짙은 향기를 내 품읍니다
누가 거둬 주지 않아도
폭풍우 엄동설한에
나무는 자라 열매를 맺고
보아주는 이 없어도
뙤약볕 폭염 속에
들풀도 꽃을 피웁니다
나는 눈을 뜨면 세상을 봅니다
☆★☆★☆★☆★☆★☆★☆★☆★☆★☆★☆★☆★
늦은 후회
전근표
인간 탈 쓰고
제 갈 길 끝에 서니
풀밭에 노니는
벌레 새끼만도 못한 나
하늘 나는 참새
한 마리가 반갑다
죽어도 짹하지 못 했던
오 나여! 오 나의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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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그림자
전근표
주방 앞 살며시 찾아 온 달 그림자
열린 창틀 넘어 그 빛이 정겹다
창 밖 구름 속 스치는
쟁반 같은 보름달 휘엉청 밝다
고향 집 정자나무 푸른 잎 사이사이
속살 비추며
뒷 방죽에도 또 하나 밝은 달 떠 있겠다
미처 서산 넘지 못한 밝은 달
엷은 구름 뚫고
성긴 대추나무 가시 끝에 찔려
하얗게 파르르 떤다.
고향 떠나 온 길 잃은 나그네
그림자 벗삼아
지는 달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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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말이 옳아요
전근표
무더위 속 등뒤 어깨뼈 사이에
땀띠가 가렵다.
이따금 따끔따끔 긁고만 싶다.
옆에서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장시간 뜨거운 바람이 싫다
끝내 에어컨 리모콘 찾아 20℃에 맞춘다
상냥스러운 마누라
몸부림치는 나를 보며 한 말씀하신다.
시원한 그늘 찾아 바깥바람 쐬고 오세요
"나는 더운 여름이 좋은데...."
짧은 여름 금방 지나갈 걱정스런 말투다
당신 말이 옳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나도 몰래 더위가 한 풀 가신다.
☆★☆★☆★☆★☆★☆★☆★☆★☆★☆★☆★☆★
등대지기
전근표
장애인, 비장애인의 두 분류?
비장애인은 언제나 장애인이 될수있다.
장애인 또한 누군가가 장애부분만 함께 해줄 수 있다면
비장애인이나 똑 같다.
주변을 보라!
과연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어떠한 한쪽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 보이는지?
우리 서로를 돕자!
비장애인 상태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자!
비영리적으로 헌신적인 희생과 봉사,
사랑만이 장애인들의 부족한 한쪽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이러한 부름에 함께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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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
전근표
얕은 햇빛 내리고
바람도 잠 든
청솔 香 짙은
한적한 深深 계곡에 갔다
물소리, 새소리,
풀꽃 내음 그윽하고
건너 편 岩壁은
太古의 삶을 일러 준다
길 잃은 野鳥 한 마리
미처 못 걷힌 안개 노을 따라
오색 腱盤 치며
노래하고 춤을 추며
날 오라 손짓하는구나
청솔향 따라가는 풀잎 길손
방울 방울 영롱한 甘露
天鏡 아래 조약돌 헤치며
떠니는 물고기 山水魚를 바라본다
있는 그대로요
더 함도 덜 함도 없는 無位眞人
成住壞空 인생사 따로 없다
이 곳이 바로 마음의 고향
이 어디 비할 데 있오
이 어디 비할 데 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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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전근표
들녘에 고개 숙인 나락들 황금빛이다
벼이삭이 잘려나간 수렁 논 두렁에
백로 날아와 한가히 먹이를 찾고 있다
노적단위 참새 무리는 즐겁다 재잘대고
마을 어귀 타작소리에 얼씨구 풍년가라
지친 허수아비 벌렁 누워 낮잠을 잔다
먼발치 산등성이 오색 단풍은 눈부시고
뒷마당 감나무엔 홍시가 주렁주렁
땡감은 알몸으로 줄줄이 창고에 걸렸구나
농부님들 농주를 동이 채 들이키고
얼씨구~ 절씨구 어깨춤 덩실덩실 춘다
오솔길 코스모스 갈바람에 하늘하늘
개울 옆 들국화 찬이슬에 흔들~ 흔들
길가 낙엽 되어 구르는 셋 노랑 은행잎은
진한 가을향기를 내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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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전근표
인적 드문 이른 아침
한적한 시골길 모퉁이 길목마다
은빛 성애 시야 가리고
살갗 드러낸 논 밭 두렁 노적단 높다
까치 밥 감나무 낙엽 휘돌아 친다
저 멀리 동녘 산등성이 눈부신 햇살
굽이굽이 시냇물 고인 연못
하얀 김 솟는다
그 누가 이른 새벽 불 지펴 데웠을까
모락모락 피는 모습 자연 신비 일깨우고
더함 속에 모자람 없는 공허 속 충만이다
나는야 간다 그대 모습 그리워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물안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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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워 울고 있는 소쩍새
전근표
나는 한 마리 작은 소쩍새
엄마 잃은 슬픔에 소쩍 소쩍 오늘도 슬퍼 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
엄마 잃은 소쩍새, 그래서 더욱 슬프다
소쩍새는
밤잠 못 이루며 진정 참회의 눈물 흘린 적이 없다
가엾은 이 위해 목숨 바쳐 사랑한 적도 없었다
실패한 이를 위해 배려하며 격려 해준 적도 없었다
소쩍새는
죄 진자 위해 조건 없이 용서한 적은 더더욱 없었고
배 고픈이의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적도 없었다
낮은 자 앞에 무릎 꿇고 두발 씻겨 주며
아픈 상처 만져 준 적은 더더욱 없었다
소쩍새는
부족하고 약한 자에게 "당신은 잘 할 수 있어요"
" 나는 당신을 믿어요"하고 용기를 심어 준 적도 없었다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환한 미소로 웃음 지며
항상 "고맙다, 감사하다" 인사 한적마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소쩍새는
오늘도 긴 밤 다 가도록 슬피 운다
오는 내일 기다리며 소쩍소쩍 슬피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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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모습 그대로
전근표
하늘이 열려 새 생명 받았는가
힘찬 울음소리 부모 은혜 붙들어
어이타 스쳐 간 세월 갖은 풍파 견디어 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본래 모습 그대로 아닌 얼굴로 죽고 살고
시작도 끝도 없는 인간 삶이 참회였던가
시작과 끝이 하나이듯
본래 地水火風 그대로인데
허공 속 허우적거리는 인간네 모습
日月 성신이 비웃는다
우주는 광활한데 파도는 바다를 친다
골골이 계곡 물줄기 강이 되고
초가 옹기종기 모여 도시를 이룬다
아∼일순간 비켜 가는 지구촌 인생극장
침묵 속에 젊음을 불태우고
야망을 훔치려는가
천지가 요동친다
균형 속 일탈은 하늘의 이치
덜함 속에 풍요가 있고 넘침 속에 고통이 있다
본래 모습은 어딜 갔는가 어디에 있는가
나 또한 온 데도 없고 갈 데도 없다
내 있는 곳 그냥 地水火風인 것을
그대는 아는가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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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맞으며
전근표
잿빛 하늘
겨우 내
옷깃 열고
받쳐든 우산 속
촉촉함이
내 손 끝을 스친다
대지 위에
물 오름
마냥 새로운 길
봄을 터뜨린
분홍빛 꽃망울 잎새
오늘은 임 그리며 진다
조용한
흐느낌 속
숱한 사연 안고
지는 꽃잎 바람
뒤로 한 채
잊으려는 듯
하염없이 내리는
빗소리에 취한 몸으로
너를 맞는다
나를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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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는가
전근표
입춘 지난 지 벌써 엊그제
얼어붙은 들녘에
잎 트고 꽃 피려나 보다
들녘, 가지마다 연초록 물빛이다
흰 눈 내리는 날은 점점 잊혀져 가고
처마 밑 고드름 따며 놀던
동구 밖 아이들
눈싸움 소리 마저 그쳤다
개울가 살얼음 지치고 나온 개구리
남풍 따라 올라온 제비 마중하고
수줍은 연분홍 진달래는
건너편 양지에 화사한 불을 지핀다
찬 서리 내린 자리 온기 서리듯
실개천은 졸졸졸~ 소리내어 흐르고
앞동산 아지랑이 회색 빛 연기되어
따스한 빛살로 햇살을 타고 있다
돌담 끼고 맴돌다 나온 아낙들
대바구니 허리춤 차고 나물을 캐고
수렁 답 푸르러 얼룩 배미 황소 몰고 나온
이웃집 아저씨
수줍은 얼굴로
눈 비비며 오는 봄을 어렴풋이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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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는 웁니다
전근표
어머니!
젖꼭지 빨며 가슴팍 꼬집던
가녀린 손끝
이제 곰솔 옹이처럼 터져
거북 등가죽처럼 변했습니다
어머니!
그리도 이 자식이 좋았었나요
잡수시던 입 속 먹물마저
내 입 속에 넣어 주시며
갖은 풍파 온 몸으로 버티셨나요
그렇게 많은 눈물 참으셨나요
어머니!
살아 생전 어머님 뜻 까맣게 잊고
곰 발바닥,
검버섯 피우며 늙으신 어머니
차가운 손 한번 제대로
잡아 드리지 못한
이 몹쓸 자식
무덤 앞에서 눈물이 말랐습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그립습니다
꿈이라도 생전 모습 한없이 보고 싶습니다
항상 내 어깨 다독거리시며
남 앞에 자식 자랑 일삼으시던 어머니
지금의 내 모습 안아 줄 어머니!
정말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불효자는 말 없이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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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에
전근표
우리 사는 동안
햇살 같이
밝기만 바랬었지
그러나
푸르른 호수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갖은 풍파 불던 많은 날들
그나마
지금의 건강한 내 모습
이웃이 있어
감사와 사랑 함께 했지
지난 날
겹겹 산 너머너머
접어 둔 숱한 사연들
그림 책 넘겨보듯
시린 눈이 훑어 애닯다
이제
고통 또한 추억이오
한 자락 그리움이었던 것을
지난 날
부질없이 부풀던 꿈
황혼이 드리운 석양에
강물에 묻혀 함께 가자 하는구나.
☆★☆★☆★☆★☆★☆★☆★☆★☆★☆★☆★☆★
사랑하고 싶은 사람
전근표
눈감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 만나 시 한 수 읊고
노래하며 행복했던 순간들이
구름처럼 흘러갑니다
청순하고 풋풋한 내음에 흠뻑 젖어
그녀의 손끝을 느끼지도 못하고
여리디 여린 모습만 숨죽인 채 보았습니다
눈뜨면 사라질까
손놓으면 다시 올까
촉촉이 젖은 그 모습이
나이도 애뜻 함도 다 벗어버리고
마냥 좋아했습니다
나 홀로 숨죽이고
까만 밤 하얗게 지새우며
내 마음 가져간 사람
그 사람 마냥 사랑하고 싶습니다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보고 싶어만 집니다
☆★☆★☆★☆★☆★☆★☆★☆★☆★☆★☆★☆★
산사의 봄
전근표
바람 잔잔한
山寺 가는 길목
산자락이 봄빛으로 환하다
밭 둑길 따라
봄 캐는 아낙들
바람에 날리는
웃음 소리가 곱다
날 마중나온
실개천 소리 따라서
찾아간 산사 양지쪽엔
지난 세월이 녹아
봄 햇살이 젖어있다
봄 자락의
산수유 노란손이
어느덧
불혹을 넘어선
내 발목을 꽉 잡고있다
☆★☆★☆★☆★☆★☆★☆★☆★☆★☆★☆★☆★
살아가며
전근표
사는 날 햇살 같이
밝기만 바랬었지
자주 물결 일고
마파람도 불던 것을
그나마
좋은 벗들과
함께 했던 은총의 날
겹겹 산 너머 너머
접어 둔 숱한 사연
그림 책 넘겨 보듯
먼 눈으로 훑어 보며
이제는
한 자락 그리움
고통 또한 추억이오
하루가 저무는
시간의 강가에서
수줍었던 연분홍 꿈
부질없이 펼치는데
석양이
강속에 누워
함께 흘러가자고 하네
☆★☆★☆★☆★☆★☆★☆★☆★☆★☆★☆★☆★
삶의 길
전근표
한 생명 이 세상 태어났다
나는 누구이며 너는 누구냐
우리 무엇하며 살아왔나
묻고 또 물어보자
자연 속에 살면서
지은 죄 얼마이고 실수 또한 얼마인지
좋은 일은 콧구멍 반만큼
사는 동안 참회로
남은 삶 베풀고 감사하며
사랑할 수 있다면....
흘러가는 구름처럼 스쳐 가는 바람처럼
☆★☆★☆★☆★☆★☆★☆★☆★☆★☆★☆★☆★
상머슴 사연
전근표
울면 엄마 젖 줄까
떼쓰고 재롱떨면 매만져 줄까
잘 한다 칭찬 지나쳐
일등 하려다 상 한번 못 타고
삼천지교 덜 떨어진 이내 생활이
우매야 어쩔꼬 세월 갔구나
일자리 메일라 공염불 중에
혼기 놓친 품팔이 상머슴
자손 줄 끊길라 외국 색시 맞았다
그래도 고맙소 넘부럼 없소
장인 장모 내방 길 있을세라
처자 망부석 된지 오래
내 갈길 어딘지 갈 곳 잃었다.
☆★☆★☆★☆★☆★☆★☆★☆★☆★☆★☆★☆★
상사화
-꽃무릇
전근표
그리워, 님 그리워
못내 가슴 앓다가
숲 속 숨어 핀 상사화 꽃
시집갈 새색시 얼굴 닮아
핏빛으로 물 들였네
애닯다, 홀로 애닯다
슬픈 부름에 두 손 모으고
무리지어 핀 상사화 군단
족두리 쓰고 오실님 기다리나
돌 틈 초목 아래 붉은 비단 깔았네
그리다, 그리다
긴 목 치켜세운 한줄기 꽃대롱
섪은 님 보내고자
족두리 꽃 풀 섶 시린 이슬에
하얀 눈물짓고 말았네
애당초 못 볼님이면
피지나 말지
홀로 펴 애간장 다 태우고
먼저 떠나는가
뒤따라 찾아 올 푸른 님
어찌하라고…
붉은 꽃잎에 살포시
날아와 앉은 나비 한 마리
바람 따라 흘러가는
슬픈 추억을 훔치고 있다.
☆★☆★☆★☆★☆★☆★☆★☆★☆★☆★☆★☆★
새만금 新侍島
전근표
팔 십리 길 새만금 방조제 끝
거대한 수 문
하얀 물품이 저 멀리 길다
하늘 바다에
삼봉 하나되어 둥실 떠 있는
신들이 모셔진 섬
달빛 밝아 영월봉이라 했던가
여기 초동들의 환한 미소
어린이는 어른들의 스승이다
보이는 저 마음들 하늘소리 들었다
하늘마음 안 향기를 맡았다
초로에 大覺山 정자 올라
운무 벗은 선유도, 장자도, 무녀도
눈 아래 있음을 보았다
먼 훗날 새만금
세계의 중심, 대한의 중심으로
신선들이 들려주는
하늘소리, 하늘향기 영원하리라
☆★☆★☆★☆★☆★☆★☆★☆★☆★☆★☆★☆★
새벽을 여는 산길
전근표
'꼬끼요, 홰를 치며 장 닭이 새벽을 열면
나는 아내의 잠을 덜어 내지 않게
조심 조심 현관을 빠져 나온다
벌써 바람은 논밭 두렁 이슬을 털고
시냇물 건너와
내 가슴 깊게 파고든다
물안개는 산을 밀어 올리고
산길은 나를 끌어당긴다
내 숨소리에 놀란 산새가
푸드득 잠을 털고 날아 간 자리에
바람이 한참 흔들린다
새벽 향기 속에 산봉우리가 보인다
산 정상은 나를 시험하고 있다
나는 내려가기 위해 올라간다
산은 모든 것을 품어 준다
어느덧 동녘 하늘이
햇살을 품어 올린다
정상의 흙을 밟는 순간
발 아래의 세상이 보인다
저 낮은 자리에 내 자리가 있다
산은 내 자리를 나에게 알려 주고 있다.
☆★☆★☆★☆★☆★☆★☆★☆★☆★☆★☆★☆★
새아침 신묘 예찬
전근표
하늘의 새 창을 열라
신묘의 태양이 솟으리라
찬란한 너의 빛
백두 천지, 한라 백록을 넘치게 하라
무궁한 5천년 역사 힘이 여기 있다
태양아 높게 솟아라
높게 솟아 뜨거운 빛을 발하라
이글거리는 너의 빛으로
7천만 가슴 가슴을 달구라
분단의 벽을 깨고 지구촌 등불 켜리라
너의 그 찬란함에
너의 그 뜨거움에
위선 된 분열과 모순 덩어리
민초들 풀숲에 잠들게 하라
새아침 신묘의 태양아
맑고 밝은 새 창을 열라
우리 이웃과 함께
희망 펼칠 새 길을 걸으리라
남북의 창에 새 빛 밝힐 수 있다면
하늘 우러러 너를 흠모하며 사랑하리라
영원히 기억할 금수강산 평화의 등불 켜리라
☆★☆★☆★☆★☆★☆★☆★☆★☆★☆★☆★☆★
석양바다
전근표
하늘은
황금빛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바다는
온 몸으로 노을을 품어
석양을 잉태시키고 있다
달빛에 어리는
저~ 멀리 까만 섬. 섬. 섬
물 위에 띄워놓고
쏴아~ 쏴아~~~
처 얼 썩~ 철썩~~ 은빛 파도는
가슴속 찌든 떼를
오늘도 삼키고 있다.
☆★☆★☆★☆★☆★☆★☆★☆★☆★☆★☆★☆★
仙遊島(선유도1)
전근표
신선이 깜짝 놀라 머물다 간 선유도(仙遊島)
운무의 베일을 벗는데
갈매기는 갯바위에서 무도회를 갖는다
이슬비 서럽다 빗줄기 굵어져
二人用 自轉車 쌍쌍이 페달 밟다가
巫女島 壯子島 비경 추억이 찰칵
작은 섬 옹기종기 황홀경 더할세라
장가계 멀리 가고 홍도 절경 잊는구나
나도 몰래 미소짓다 카메라가 찰칵
김밥 통닭 안주 삼던 여흥 소리가
선유도를 붙잡고
군산항까지 날 따라오고 있다.
☆★☆★☆★☆★☆★☆★☆★☆★☆★☆★☆★☆★
세 가지 조심이란
전근표
세 치 혀는
의사 소통의 뿌리요
놀림의 모양 따라
내뱉는 힘에 따라
살인도 하고 천냥 빚도 갚는다
세 마디 열 손가락은
생각을 실천하는 전위대다
움직임에 따라
용도에 따라
부자도 되고 가난뱅이도 된다
하부 생식기는
일신의 중심이요
생명을 창조하는 핵이다
쓰임에 따라
부부 금슬이요
자손 창성, 가화 만사성이라
잘못 사용하면 죽을 병 얻고
폐가 망신이라
모름지기 성인은 위세가지를
중히 사용하라 하였느니라
☆★☆★☆★☆★☆★☆★☆★☆★☆★☆★☆★☆★
소원
전근표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아무리 작은 일에라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산다면
나는 나를 위해 족하리라
나 홀로 비친 내 그림자에게도
내 옆을 스쳐 가는
한 떨기 바람 소리에게도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면
나는 나를 위해 더욱 족하리라
오늘도 살아 숨쉬며
좋은 하루를 맞이할 수 있으니
나는 내일을 위해, 내일을 위해
감사하며 살아가리라
☆★☆★☆★☆★☆★☆★☆★☆★☆★☆★☆★☆★
순창 일광사
전근표
회문산 남쪽 황덕자락 끝
조그마한 암자 일광사
그 곳이 바로 내 맘 가는 곳
두 비구니승의 토굴이요
기도 도량이라
찾는 발자국 소리 뜸해도
긴 세월 이어져 온 불경소리
도솔천 강물 되어 흐르네
그 누가 일광사라 했든가
일 순간 부처님 자비 광명
지나온 삶의 한 켠에
따스한 햇볕 되어 나를 감싸네
불성이 본심 되어 나를 밝히네
☆★☆★☆★☆★☆★☆★☆★☆★☆★☆★☆★☆★
숲 길 찾는 아기 새 한 마리
전근표
숲 길 찾는 아기 새 한 마리가
창문 없는 둥지 잡고 날개 짓하며
세상사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무 잎새에 방울방울 맺힌
영롱한 햇살 쪼으며
노란 부리 입밖에 내는 노래 소리가
숲 속을 울린다
내 어릴 적 문턱이 닳도록
들락 거렸을 고향집
걷기를 배우고 뛰기를 배웠다
그러다 어느덧 지금
배운 것 다 잊고
천방지축 쏘다니며
풍진 세월의 모자를 둘러쓰고 산다.
☆★☆★☆★☆★☆★☆★☆★☆★☆★☆★☆★☆★
스치는 바람소리
전근표
어디선가
언제부터 이든가
살며시 나부끼다
귓전에 맴돌다간 소리들
사랑도
행복했던 기쁨도
아파했던 슬픔도
내 마음 스쳐갔던 소리들
스치는 바람소리인 것을....
☆★☆★☆★☆★☆★☆★☆★☆★☆★☆★☆★☆★
슬픈 기도
전근표
일순간 살아온 삶
불꽃이 불꽃 위에 피었던
밝은 빛 한 순간의 나날들
천만 억겁 인연이
그리도 길지는 않았지만
하늘을 밟고 거꾸로 서서
찬송과 감사 기도 속에
온유한 사랑 받아
소망과 희망, 기쁨 찾았네
밤새워 흘린 눈물
수 많은 나날들
뜨거운 심장, 차가운 머리로
죄인 된 내 삶
주 닮지 못해 아쉬워
보혈의 피, 사랑 음성 좇아
아직도 슬피 우는
슬픈 기도, 슬픈 기도여!
☆★☆★☆★☆★☆★☆★☆★☆★☆★☆★☆★☆★
슬피 우는 마지막 갈잎 하나
전근표
동지섣달 해질 무렵 깊은 산중에
바람에 나부끼며 슬피 우는 갈잎 하나
앙상한 가지 끝에 매달려
잡은 손놓지 않으려 발버둥이다
먼저 떨어져 까만 고자백이 둥치 곁에
소복이 쌓인 숱한 친구들 보며
한 순간 바람에도 매인 몸 놓칠까 걱정이다
돌 틈 사이 어설피 걸터앉은 친구들
부는 바람에 부스럭~부스럭대며 하늘 향해
마지막 남은 친구야 손놓지 말라 아우성이다
슬피 우는 마지막 갈잎 하나
저 멀리 산등성이 올라탄 갈참나무
찢겨진 부채 살 틈새로 석양 노을을 본다
독야청청 솔잎 위에 우뚝 솟아
팔랑~팔랑 고독한 모습으로
먼저 떠난 친구 생각에
사그랑~사그랑 소리내어 슬피 울고 있다
☆★☆★☆★☆★☆★☆★☆★☆★☆★☆★☆★☆★
아 가을이 온다
전근표
기나긴 불 가마 더위는
처서가 잡아가고
귀뚜라미 소리는
들녘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시원한 산들바람은
사과에 단 맛 속살을 찌우고
아침저녁 찬이슬은
오곡백과를 화려하게 단장시킨다
백로는 논둑을 기웃거리다
상강에 쫓겨가고
산자락에선 물안개 쫓아가며
들국화 향기가 방긋 웃고 있다
단풍은 타면서 산을 밀어 올리고
산은 칠 색의 화려함에 넋을 묻는다
푸른빛 하늘에 넘어 오는 기러기 떼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꽃 편지 물고 오는가
아!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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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희생(아내)
전근표
남편 뜻 받들길 하늘같이 하고
자신 낮추길 땅같이 하며
자녀들 돌보길 보배 같이
가족 건강 신주 모시듯 하니
내 몸 아플세라 젖은 손 마를 길 없구나
내 배 고픔 일지라 끼니 걱정하던 임
물 길 같은 아내 희생 내 어이 알랴
내 갈 길 혼자서도 허둥대는데
아름다운 임의 희생
그 빚은 언제 갚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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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전근표
뽀얀 살결
왠지 만져보고 싶다
우유 빛 물방울
그 속에 숨어살고 싶다
다소곳이 미소짓는 너의 모습에
가슴속 모든 시름 떨쳐 버리고
살며시 눈감아 본다
여리디 여린 몸매에
수없이 달린 꽃망울
포근한 너의 꿈속에서
까만 밤 하얗게
내 품에 안기고 싶다
살며시 찾아와
내 빰 스치고 지나가는
그윽한 향기
끝내 초로의 육신까지
젊음을 일깨웠다
애닲다 그리워하는
회한의 외로움
한 줄기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눈을 감는다
안개꽃 너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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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사랑
전근표
별을 뿌려 놓은 안개꽃
뽀얀 향기에 취해 본다
임인양 가슴에 안아 본다
은하에서 내려온 별들이
안개꽃 속에 숨었다
그 속에 내 꿈 묻어 놓고
까만 밤 하얗게
내 임을 그려보았다
코끝에 머물고 있는
내 임의 향기
젊음을 뜨겁게 태우고 있다
눈을 감는다
별 무리로 반짝이는 안개꽃
눈이 시리어 눈을 감고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달래며
조용히 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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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빛 하나
전근표
깊은 밤
어떤 빛 하나에 잠을 설치고
간절히 비는 소망 한 덩이
주르르 흐르는 눈물
촛농은 타고 내려
태평양을 건널까
하늘에 닿을까
나의 기도
어디메 쯤엔가 만나게 될 지평선.
살아온 날만큼
숱한 사연의 아픈 꽃이 지는 날
어떤 빛 하나
내가 뿌린 작은 씨앗에
물기 촉촉이 담아
따스한 기운도 불어넣어
다시 싱그런 꽃으로 피울까
내가 피운 꽃마다에
우주를 담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밤새 내 가슴을 태우는
어떤 빛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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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이여
전근표
보이지 않아도 서로를 바라보듯
말 하지 않아도 내 마음 다 아는
가슴 속 영원히 잠들어 있는 그대
멀리 있기에 떨어져 있어도
항상 그리움에 울다 지치면
분홍편지 띄워 주던 사랑한 사람
까~만 밤하늘 반짝이는 별처럼
내 시린 눈망울에 별 꽃으로 다가와
사랑을 속삭이며 예쁜 미소 짖던 그대
가슴 아픈 이별 시간 온다고 해도
잊어야 하는 너를 어이 잊으리
너의 하얀 입술에 내 입 맞추며
두 손 꼬~옥 잡고 맹세한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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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길 갈 길
전근표
피어난 생명의 꽃이 되었다
어머니의 세월을 빨아먹고
발이 크고 손이 크고
머리가 열리고 멀리 볼 눈이 있다고
어머니의 손을 놓았다
나는 발이 크다는 핑계로
오르막도 내리막도
가서는 안 될 길도 가리지 않고
천방지축 했다
손이 컸다고 잡을 것 못 잡을 것
다 잡아 보고도
웃자란 황금 나무를 꺾으려 한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감전되기 쉬운
머리는 언제나 무겁다
멀리 보고 가야 할 길 코앞만 보고
걷다가 허방에 빠지기 일쑤였다
만고풍상의 덧 모자 쓰고 온 길
이젠 갈 길만이라도 가벼운 손,
가려 보는 눈, 맑은 가슴으로
세상 아우를 수 있는 사랑의 숲을
우리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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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 길 걸어 보세나
전근표
하늘에 두 팔 벌려 머리를 들어 보자
나를 있게 한 산과 들이 가슴을 열라 한다.
우리네 맺은 인연 백천만겁 업보일진데
가는 이 잡지말고 오는 이 마다 말라.
어차피 가야할 길 바람 따라 흘러온 길
빈자의 넉넉함에 진정 자유를 배웠다.
맑은 하늘 조각 구름 뭉개뭉개 피어나듯
쏟아지는 햇살 아래 넘실대는 파도처럼
우리 사는 동안
옳은 걸 옳다하고 그른 걸 그르다하며
그 길 찾아 만고 강산 걸어 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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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의 가을 바람
전근표
이 놈의 가을 바람
입추, 말복, 처서 지나 추석, 추분 언덕 넘더니
한 여름 뙤약볕 아래 적셔진 삼배 적삼 말리고
헝크러졌던 거추장 잎새 마저 벗어 던지게 했다
헛간 처마 위 누런 호박덩이 보기도 좋게
과부댁 궁둥이 닮은양 속살 드러나게 하고
윙 윙 하늘 높이 나는 고추잠자리
안뜰 마당 고추 멍석 위에 친구 삼아 졸고 있다
허드러지게, 꼿꼿이 피어 있는
오솔길 주변 코스모스, 춤추며 마냥 정겹다 하고
실개천 따라 피어난 찬이슬 흠뻑 먹은 들국화
짙은 향기로 막혔던 내 코를 뚫었다
건너편 솔숲 향은 갈참나무 흔들어
우드득~ 득 득, 상수리 밤톨 되어 떨군다
이 놈의 가을 바람
검푸른 융단 논밭을 황금 빛 수의로 입히더니 끝내
무지 게 빛 오색 단풍과 농익은 감, 대추, 사과, 배
수채화 한 폭을 그려 내 손발을 묶고 내 눈을 멀게 하였다
태양 따라 고개 처든 해바라기 너 잘났다 폼 내지만
묵직한 수수 모가지 장대 높이 치켜 벌 서게 하고
힘겨운 듯 발아래 붉은 핏빛의 수액을 뿌리고 있다
울퉁불퉁 농토 길
바람 따라 달려가는 경운기 소리, 덜커덩~ 덜컹
그 소리 풍년가 반주였으면 좋으련만...
이 놈의 가을 바람
부는 소리, 서민의 소리, 주름살도 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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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탈
전근표
하나의 작은 점이
선이 되고 원이 된다
소우주 우리네 인간
지혜 속 만물의 영장
한 낱 잡초도 싹트고 자라
꽃피고 열매 맺으렸마는
기왕 인간 탈 썼으니
사람 도리 다함이 어떠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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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전근표
옳다.
그르다.
따지지들 말게나
옳다고
그르다고
세월 지나
변하지 않은게 있었던가
이제나 저제나
우리 서로
사랑하며 사세나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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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 가려는 망자 앞에서
전근표
이승에서 저승 가는 길
동행하지 못한
친구 영정 앞에 섰다
망자 영혼 달래러 고개 떨구고
향 불 앞에 술 한잔 따른다
허름한 단칸 방 어둠 쫓으며
허리춤에 매달린 호리병 흔들어
"자네와 술 한잔하러 왔다네" 했던
그 날 그 모습으로
그냥 잘 있어라 작별을 고한다
국화꽃 한 송이 아픈 사연 되어
타오르는 향불 위에 더욱 서럽다
향불 연기 하늘하늘
산 자가 죽은 자의 영혼을
두 손 짚고 무릎 꿇어 밀어 올린다
천국에 잘 가라고 기도를 한다
저승길 떠나기 전
망자는
말없이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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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春雪)
전근표
함박눈도 아닌 것이 실바람은 타고서
동장군 떠날까 그리 아쉬운지
얼어붙은 대지 깨울까 미련 품는다
얇은 꽃잎치마 실오라기 걸치고
속살 비칠까 손 내밀어 옷깃 나빌레라
쌓이는 듯 마는 듯 너울너울
차갑지도 크지도 않은 하얀 꽃가루
헌옷 벗은 나무 가지 물오름 재촉하고
우수 지난 개구리 잠 깨울까봐
잡힐까 누가 볼까 미소 품고서
사뿐 사뿐 조용히 내려 녹는다
봄날 시샘하듯
꽃비 재촉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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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전근표
약하지도 않은 긴 꽃대롱 끝에
붉은 꽃 분홍 꽃 하얀 꽃이
산들바람에 흐드러지게
방긋방긋 너울너울 춤춘다
날아갈 듯 쓰러질 듯 꺾어질 듯
한들한들, 하늘하늘
넘실대는 바람 따라 흔들리는
가냘픈 모습
영롱한 새벽이슬 곱게 머금고
파란 하늘빛 아래 눈이 부시다
나는 어느새 티 없는 아이
가는 발길 멈추고 여린 손으로
마음 속 꽃병
한 아름 꽃 숲에 내가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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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별을 바라보며
전근표
“마이산” 아침 정기 멀리도 퍼져
부귀산 “상역골”에 경사가 나고
한 아이 잘 되라 모은 정성이
교정의 문 넘어 빛을 발하네
큰 별이 되리라 예상했었네
비할 수 없는 겸손
평범한 인생 길 땀으로 쌓고
당당한 자신의 삶
고향의 모든 사람 감동 주었네
한 줄기 빗방울, 강물 이루듯
그대가 쌓은 공 큰 별이 되어
밤하늘 고향 땅 환하게 비쳐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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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바다를 친다
전근표
바다를 보면서 우문을 한다
사람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본 모습 아닌 위선으로 살고
끝도 한도 없는 것이 사람 욕심인가
사람은 물을 좋아하며 산다
물은 낮은 자리를 보고 간다
사람은 높은 곳을 보고 간다
사람들은 물을 좋아하면서도 물을 모른다
물은 강이 되어 바다에 이르기까지
사람 삶을 다 보고도 말이 없다
바다는 혼자서 말을 한다
"덜함 속에 풍요가 있고
넘침 속에 고통이 온다
넘치기 위한 욕심은 모든 것을 버린다"고
사람의 분수 없는 욕심은 파도를 부르고
파도는 사람의 허물을 보고도 말하지 않는
바다를 끝없이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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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그리움
전근표
밤새 뒤척이며 찾아낸
離別이란 이름표 하나
아~ 보내야만 했던
가슴 아픈 追憶이 크고 있다
슬펐기에 잡을 수 없었던
너의 꽃 가슴
歲月이 겹쳐도 지울 수 없는
하얀 그리움이 크고 있다
그리움이 뜨겁기에
내 가슴속엔 언제나
그대가 붙여 주고 간
詩 불의 사랑이 크고 있다.
미운 사람
못잊을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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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아지는 날
전근표
세상 만사 마음먹기 나름이다
온 몸이 지뿌등 하다.
가슴이 시린 듯 차갑다
움츠려 있기가 싫다
현관문 박차고 거리에 나섰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사롭다
따뜻한 햇빛 스스로를 온 몸으로 맞는다
그러나 스산한 바람은
여민 옷 속가슴까지 파고든다
이제 두터운 옷을 걸쳐야 하는가 보다
딸 미정이가 지난 생일 때
사다 준 내복이 생각난다
내 몸 벌써 늙어가나 보다
내 앞에서 걸어가는
동년배 쯤 보이는 이의 발걸음이
씩씩해 보인다
나도 올 겨울 건강해야지...
맡은 일도 더욱 열심히 해야지...
즐거운 일, 신나는 일은 없을까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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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전근표
초조함 속의 기다림
무엇 엔가 쫓기는 듯 가슴 설렌다
누구와도 함께 하고 싶은
심장의 요동침
표현할 수 없고 잡혀지지 않는
그냥 무엇 엔가 홀린 듯한 기분
맥박의 빨라짐 눈동자 빛나고
왠지 좋은 기억만을 하고 싶은
충동이 솟는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주변이 황홀경에 빠지고
만사가 내 뜻 대로다
피눈물나는 노력후의 만족
치열한 경쟁에서의 승리감
바로 이 맛이다
누구도 해낼 수 없었던 성취감
어려웠던 숙제를 풀고 정답에
흐뭇해하는 동심이다
희망과 꿈이 숨쉬는 내 가슴
내 두뇌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환호하고 싶다,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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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의 눈물
전근표
헉헉대며 살아온 길
앞만 보고 달려온 길
갈팡질팡 허둥대다
찾은 곳은 겨우 한 뼘 남짓
시원한 바람 탁 트인 시야
긴~여정 끝 반 토막 한 숨
육신은 오르지 못할 하늘
썩어질 몸 눈앞인데
아쉽다 흐르는 회한의 눈물
아직 찾지 못한 내 자리 어디
그리도 못 버릴 것 많다든가
그리도 베풀 것은 없다든가
아무리 웃어도 웃음이 없는
슬퍼 슬퍼도 눈물이 없는
그러나 가슴 속 뜨겁게 흐르는
회한의 눈물, 눈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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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꽃잎 되어
전근표
지는 꽃잎
봄 자락이 섪다
향기마저
잃어버린 채
하늘 하늘
흩날리는 너의 모습
엷은 미소
가느다란 몸매
여린 실바람 타고서
떠난 임 찾아
만날 날 기약하려는 듯
기다림 속의 첫 사랑
숨기다 끝내
활화산처럼 터져 나온
'사랑합니다' 가쁜 숨소리
내 가슴 어느새 흥건히 젖어 있다
봄 끝자락
흩날리는 꽃잎 되어
그리운 임 찾아
한없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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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도
시어 한아름 안고 오시느라고
수고많으셨어요.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주말은 편안하게 보내셨어요?
한주의 시작 월요일입니다
새로운 한주도 산뜻하고
활기차게 열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