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와 미래전쟁 - 미 차세대 스텔스 대함미사일 ‘AGM-158C’
AGM-84 대체 위해 2009년부터 개발
시속 800㎞ 속도·사거리 370㎞ 수준
中 해군함대 방공망 탐지·요격 불가능
성능 개량 지속 대함미사일 한계 넘어
10년 이내 1000발 이상 확보 계획
현재 미국 해군과 공군은 AGM-158C로 알려진 차세대 스텔스 대함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때 세계 최강의 대함미사일이었고 여전히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지만,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무기로 평가받는 기존 AGM-84 대함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해군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차세대 스텔스 대함미사일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고 있다.
미국 해군이 공개한 AGM-158C 장거리 대함미사일의 시험평가 모습. F-35C 주날개 아래 1발씩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출처=미 해군 홈페이지(www.navy.mil)
발등에 불 떨어진 미국
첨단무기의 세대교체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사일 분야에서 그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해군력으로 인해 장거리 공격능력을 갖춘 차세대 스텔스 대함미사일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1977년 실전배치돼 무려 40년 이상 미 해군의 주력 대함미사일로 운용되고 있는 AGM-84 하푼(Harpoon)으로는 급변하는 현대 전장에서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급변한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의 해군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미 해군의 차세대 전투함 건조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미 해군은 과거와 같이 적을 압도하는 대전략을 구사할 수 없게 됐다. 지속적인 성능 개량을 통해 기존 AGM-84를 그동안 큰 문제 없이 운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힘의 균형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어 비대칭 첨단무기의 확보가 시급해졌다.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미 해군은 압도적 화력의 적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세대 대함미사일 실전배치 서둘러
현재 미 해군이 기존 AGM-84 대체를 목적으로 실전배치를 서두르고 있는 차세대 스텔스 대함미사일은 AGM-158C LRASM(Long Range Anti-Ship Missile)이다. 미 공군의 사거리 연장 스텔스 순항미사일 AGM-158B JASSM-ER의 파생형이다.
2009년 6월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2014년 2월 미 국방부의 조건부 작전용 무기 생산 승인을 받았다. AGM-158C라는 제식 명칭은 2015년 8월 부여받았다. 2017년 기본 개발이 완료됐으며, 미 해군의 F/A-18과 미 공군의 B-1B가 운용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부분적인 성능 개량과 F-35B/C 및 P-8과의 체계 통합이 진행 중이다.
길이 4.26m, 폭 0.64m, 높이 0.45m에 날개 길이는 2.7m, 중량 1250㎏(탄두 중량 453.6㎏)에 F107-WR105 터보팬 엔진으로 800㎞/h 내외의 속도로 순항할 수 있다. AGM-158B JASSM-ER의 경우 최대 사거리는 930㎞ 수준이지만 장거리 항법 및 표적식별 센서, 전자전 장비 등이 추가로 장착된 AGM-158C의 최대 사거리는 370㎞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고고도 순항 방식으로 연료를 절약할 경우 최대 사거리는 560㎞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일부 군사 전문가는 집단 전투능력을 갖춘 AGM-158C가 단순한 대함미사일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무인전투체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출처=미 해군 홈페이지
중국을 긴장시킨 AGM-158C
AGM-158C 등장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의 군사평론가 천광원은 “고도 60m 이하의 초저공 침투 비행이 가능한 B-1B와 AGM-158C의 조합은 중국 해군함대의 방공망으로는 탐지나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 역시 최대 24발의 AGM-158C를 장착할 수 있는 B-1B 폭격기 4대만 있으면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 전투단 하나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AGM-158C의 스텔스 능력과 놀라운 표적식별 능력 덕분이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AGM-158C는 적대적 전자전 환경에서도 표적을 추적·식별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공격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학습형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통제체계를 갖춰 발사 전 입력된 표적 정보만으로도 스스로 위협을 회피하고 최적의 공격 경로를 파악해 은밀하게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적의 방해전파를 역으로 추적해 목표물 위치를 특정하거나 표적에 따라 사전에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할 수 있는 판단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진짜 긴장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AGM-158C의 집단공격 능력이다.
자체 통신망 구축 등 지속적으로 개량
AGM-158C는 저전력 데이터 링크로 알려진 자체 통신망을 구축해 집단공격 능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단순히 많은 숫자로 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미사일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AI 판단에 따라 특정 표적을 집중 공격하거나 여러 표적을 시차를 두고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 해군은 최근 2대의 F/A-18 슈퍼호넷으로 4발의 AGM-158C를 동시에 발사하는 시험평가를 했다. 미 해군의 공식 논평 거부에도 불구하고 군사 전문가들은 관계자를 통해 확인된 정보를 바탕으로 4발의 AGM-158C가 기존 대함미사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치명적인 공격으로 표적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두 종류의 AGM-158C 파생형이 있으며 현재 미 해군과 공군에서 운용 중인 기본형을 C-1 또는 LRSAM 1.1과 전자전 능력을 강화하고 최대 사거리를 연장한 C-3 또는 LRSAM-ER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AGM-158C의 전투능력은 지속적인 성능 개량을 통해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그 성능은 대함미사일보다 AI 공격기에 더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전투함대 공백 보완 비대칭 무기 역할
군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속적인 성능 개량을 통해 AGM-158C가 단순한 스텔스 대함미사일의 범위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무기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I를 통해 위협을 분석하고 회피하며, 스텔스 능력을 활용해 은밀한 공격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집단 전투가 가능해 공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AGM-158C의 이러한 능력은 단순히 전쟁 억지력을 넘어 전투함대의 공백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비대칭 무기로서의 역할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해군은 F-35C 및 P-8A 대잠초계기와의 체계 통합은 물론 2026년까지 F/A-18E/F에서 향상된 성능과 연장된 사거리를 갖춘 AGM-158C-3의 작전 운용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미 공군 역시 B-52, B-21, F-15E 등에 AGM-158C를 통합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예산 문제에 발목이 잡혀 계획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 해군과 공군은 2025년도 예산에 각각 90발과 115발의 AGM-158C를 구매하기 위한 예산을 요청했다. 10년 이내에 1000발 이상의 AGM-158C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첨단무기의 세대교체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미 해군과 공군은 AGM-158C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를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의 인간-기계전(Human-Machine Warfare)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