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청담동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일(style)’의 진원지다. 국내에서 ‘똑 떨어지는’, 다시말해 ‘에지(edge)가 있는 스타일’은 청담(淸潭)동에서 시작돼 서울 전역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압구정, 신사, 방배, 신촌 등 유행을 선도하는 곳은 여러 곳이지만 스타일을 선도하는 곳은 청담을 따라올 곳이 없다. 청담은 일단 이름에서부터 스타일리시한 느낌이 확 뿜어져 나온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공기부터 다른 것.
무엇보다 청담스타일은 유행을 뜻하는 ‘패션(fashion)’이라든가, ‘변덕스런 유행’을 가리키는 ‘패드(fad)’와는 격을 달리한다. 의식주를 두루 아우르며 군더더기 없이, 고감도로 다져지고 절제된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지칭한다. 스타일은 패션, 패드와는 달리 하루 아침에 ‘뚝딱’하고 만들어지진 않는다.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된 올드 빈티지 와인처럼 그윽한 격조를 뿜어내는 게 바로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청담스타일(물론 엄격히 따지면 독자적인 청담스타일이란 게 아직 없지만)은 어디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청담사거리를 거쳐 청담성당으로 이어지는, 청담동 일대 럭셔리매장(루이비통, 프라다, 구치, 돌체&가바나 등 거의 전(全) 브랜드가 운집해 있다)에서부터 편집매장(셀렉션 숍), 인테리어점, 갤러리, 파스타집, 커피숍, 그릇가게, 헤어&뷰티숍 등이 진앙(?)지다.
청담동에 있는 외국계 직장에 10년째 다니고 있는 커리어 우먼 ㅇ모 씨는 요즘 ‘메종’을 자주 간다. “메종이라니, 어디?”하고 묻는다면 당신은 청담스타일에 둔감한 사람이다. 작년 11월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럭셔리브랜드 에르메스가 서울 도산공원 옆(행정구역상으로는 신사동)에 지하 4층, 지상 7층으로 지은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에르메스 부티크다)를 줄여 사람들은 ‘메종’이라 부른다.
요즘 ‘메종’은 강남에서도 최고로 뜨는 곳이다. 에르메스의 전 제품을 판매하는 고급매장과 갤러리, 박물관, 카페가 한 건물에 들어차 ‘일급 아우라’를 뿜어낸다. 그 중에서도 지하 카페는 격조 있으면서도 너무 무겁지도 않아 온종일 사람들로 붐빈다. 전형선 에르메스코리아 사장은 “메종을 오픈할 때만 해도 카페를 찾는 이들이 별로 없을까 은근히 걱정했는데 요즘은 많은 이들이 ‘딱 이런 곳을 기다렸다’며 모여들어 놀라곤 한다”고 밝혔다. 메종이 뜨자 인근지역에는 특색 있는 찻집이며 액세서리숍, 노천카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느리게 걷기’라는 노천카페는 특히 인기고, 조만간 CJ에서 고감도 웰빙슈퍼마켓을 열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메종의 카페에서 미팅을 가진 후 웰빙마켓에서 우아하게 장을 보라는 주문인 셈.
이처럼 청담스타일의 특징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총체적으로, 일급으로 세련되고 미니멀하게 통일해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것’을 가리킨다. 한 가지라도 이 통일성에서 거슬리거나 촌스러우면 용서(?)가 안 되는 것이 바로 청담스타일의 특성이다. 만약 당신의 열쇠고리가 전체 패션과 상치돼 ‘깬다’면, 당신 자동차의 쿠션이 난데없이 유치하다면 다른 것이 아무리 명품일지라도 단칼에 ‘불합격 처분’이 내려지는 것.
청담스타일은 또한 주의를 기울이고, 시간을 들여 보지 않으면 간과하기 쉽다. 패션의 경우 로고가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스타일보다 가장 핫(hot)하면서도 첨단을 달리는 패션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청담동에선 프라다, 구치, 돌체&가바나, 휴고 보스의 옷과 백이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요즘은 데렉 램, 드리스 반 노튼, 마르텡 마르지엘라, 닐 바렛 등 ‘선수끼리만 알아보는 브랜드’가 더 인기다.
그렇다면 청담스타일의 공간 연출의 특징은 무엇일까. 값비싼 걸 마구 늘어놓는 것은 쉽지만 그 늘어놓은 것을 간결하게 정리해 미감을 뽐내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청담스타일은 바로 이처럼 멋의 정수만 걸러낸 상태를 가리킨다. 남들이 이런 저런 것을 늘어놓는다면 청담스타일은 디테일들을 걷어내고 한두 가지로 압축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니아들은 다른 건 몽땅 포기해서라도 사야 할 건 기필코 사곤 한다. 아기옷의 경우 다른 지역에선 럭셔리 셀렉션숍이 안 되지만 청담지역에선 유일하게 성업 중(예를 들면 탤런트 나현희가 청담초교 옆에서 운영하는 ‘푸생’ 등이 그 예)이다. 청담스타일 추종자들은 ‘디자이너란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며 각별히 모신다. 상상의 입체공간, 최고로 멋지고 세련된 공간에서 가장 멋진 옷을 입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유능한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그래서 현대미술도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또 앤트워프 출신의 마틴 마르지엘라 같은 전위적 디자이너의 옷들도 과감히 수용한다.
따라서 그들은 누구나 꿰고 있는 낯익은 브랜드보다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브랜드를 선호한다. 발상의 전환도 중요시 한다. 재밌는 예로 청담동에선 빵집 이름도 ‘뒤샹(Duchamp)’이 등장한다. 초현실주의 미술가 마르셀 뒤샹을 모르는 이들은 ‘Duchamp’이라는 빵집 간판도 읽기 어려우니, 어찌 보면 매우 시건방진 ‘그들만의 빵집’일 수도 있겠다.
최근 청담동 구치 본점 바로 옆에 서미갤러리(대표 홍송원)가 오픈한 ‘서미앤투스’도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아이템(아트퍼니처, 조명기기, 디자이너 주얼리, 예술그릇 등등)을 판매하는 최초의 예술 편집매장이란 점에서 시도가 새롭기 때문. 이곳에선 쟁쟁한 작가들이 만든 예술가구와 주얼리, 도자기 등이 실제 가정의 공간처럼 멋지게 꾸며져 있다.
이 같은 청담스타일의 부상에 대해 서울대 의류학과 김민자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청담스타일이라는 것은 없다. 뉴욕스타일, 파리스타일이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아직 독자적인 스타일을 키우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 감각파 마니아들이 너무나 놀랍고 빠르게 앞서가는 패션과 스타일을 과감하게 수용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측면은 간과할 수 없다”며 “스타일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대단한 파워가 아닐 수 없으며 그 한켠에서 두리 정(파슨스를 나와 디자이너 제프리 빈 스튜디오에서 일했으며 뉴욕컬렉션에 참가했다), 리차드 채(도나 카란을 거쳐 마크 제이콥스 수석디자이너를 역임했다)같은 한국 젊은 디자이너들의 옷이 잘 팔린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김희애 등 최고 멋쟁이들의 스타일링을 전담하고 있는 정윤기 씨(인트렌드 대표)는 “세상의 아름답고 멋진 것을 죄다 섭취하려고 애쓰는 ‘미적 탐식가’가 더 늘어야 한다. 스타일은 사치완 다르다. 세련된 건 다 해보고, 멋진 건 다 입어보고, 공간도 근사하게 꾸미려는 예민한 촉각을 가진 이들이 많을 때 우리의 미적 파워와 경쟁력도 올라가지 않겠는가”고 반문하고 있다.(사진은 청담스타일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와 서미앤투스(영국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유명한 일명 물방울 그림이 걸려 있다), 인넨 등. 패션은 커스텀 내셔널, 에르메스, 마크 제이콥스, 앤 드멜메스터의 의상)
◆요즘 청담동 일대에서 뜨는 패션, 식당, 카페, 뷰티숍 예(例) △복합매장=테이블2025(패션디자이너 강희숙이 만든 패션+가구+식당+카페+뷰티+스파가 어우러진 곳), 서미앤투스(관록의 아트딜러 홍송원 사장이 운영하는 갤러리+카페+가구점), 인넨(배우 손창민 부인 이지영이 운영하는 디자인 및 가구 갤러리) 등등 △패션브랜드=데렉 램(이스라엘 디자이너 Derek Lam의 시그니처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 드리스 반 노튼, 크리스티앙 루보탱, AF 반데보르스트 등등 △키즈 매장= 푸생. 사과반쪽, Room7 등등 △식당=하녹(이탈리아식당 ‘일 마레’를 선보였던 모델 출신 안도일 사장이 선보인 한식당), 핑퐁(배우 류승범을 앞세운 아시안스타일 식당 및 와인바), 쁘띠 시즌즈(가수 사이의 엄마가 운영하는 한식당. 일식당 ‘시즌즈’의 분점), 그랑 씨엘 등등. △카페 또는 클럽=써클(옛 하드락카페 자리에 들어선 신개념 클럽. 좌석이 천천히 빙빙 도는 게 특징). 쎄씨 쎌라(팬케이크집), 느리게 걷기 등등 △토털뷰티숍=애브뉴 준오(청담성당 옆에 새로 건립된 미용실. 민현식 디자이너가 ‘Water, Flower& Tree’를 컨셉트로 돌, 타일, 패브릭 등을 사용해 꾸몄다. 물이 없는 곳은 미색 스톤, 물이 있는 곳은 그레이(회색) 스톤으로 구분했다) 등등. △청담스타일을 보여주는 스타=이미숙(40대), 김희애(30대), 최지우(30대), 조인성(20대), 에릭(20대) 등등 | |
첫댓글 지금은 학동사거리 살지만...그전에 20여년동안 청담동에 살때는.. 저 명품가게들이 많은 그 길로 청담초/중/고 를 다니느라 12년동안 걸어서 등하교를 했었죠..어느날인가... 페라가모 매장 언저리에 떡꼬치 파는 트럭이 등장~! 주위 그런먹거리가 없던 우리학생들은 쉬는시간에도 몰래 나가 사먹곤했고, 하교길의 트럭은 항상 만원! 어느날... 주위 미관을 해친다는 신고로 아저씨 사라지고....우리아이들 떡꼬치 아저씰 돌려다라는 서명운동을 하기도 했던...94년 고교시절의 기억...동네미관이라..구멍가게하나없는 그 길에 떡꼬치 트럭이 언밸런스이긴 했으나..인간미는 있었는데..쩝...
저도 인터넷에서 이 기사 봤는데...헤럴드 생생뉴스?? 의 이영란 기자가 쓴 기사던데 제가 보기엔 이 기자 패션쪽에 전문 지식이 없는건지 청담동 패션이나 트렌드를 전문적으로 쓴것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들은 얘기들을 모아서 마치 청담 스타일이라고 쓴 기사인데....제 생각도 그렇고 기사 밑에 달린 리플들도 그렇고 이거 완존 쓰레기 기사 던데....근데 헤럴드 생생뉴슨 또 뭐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