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즈힐
#. 사랑은 바람과 같대, 볼순 없지만 느낄순 있대.
“여기가 어디지.”
찌근거리는 두통을 느끼며 혜선이 눈을 떴다.
알수 없는 곳에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혜선은 자기 몸부터 살펴봤다. 침대 위에
버젓이 누워 잠들었던 사실에 기막힐 뿐이었다. 다행이도 단추 하나 흐트러짐이 없
었다. 여전히 땀냄새 풀풀 나는 작업복 차림이었다. 휴, 가는 한숨을 뱉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침실방 문이 열렸다.
웨이브 머리....
그 남자가 원두커피 향을 풍기며 걸어오고 있었다.
“잘 잤어?”
“........”
“난 룸서비스 시켜서 이미 먹었는데, 네 것은 달걀 후라이에 소고기 가루 뿌린 샌
드위치야. 자 받아...”
그러면서 작은 접시를 내밀었다.
“.........”
‘이 사람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혜선이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애써도 떠오르지 않았다.
회색 눈동자.... 그리고 금발머리 여자....
연회장에서 날 구해준 남자....
대나무 숲 언덕에서 슬픔이 베인 모습으로 바라봤던 남자....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서 먹으라니까...”
“.........”
혜선은 접시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벌레라도 본 듯 놀라 침대 밖으로 나가 섰다.
“왜 그렇게 놀래?”
회색 눈동자가 커졌다.
“..........”
“아!”
“..........”
“여기 들어온 거 설마 기억 안 나?”
“........... 기억 안 나요..”
혜선이 조용히 말했다.
회색 눈동자의 꼬리가 올라가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
“우리가 잤을까 궁금하지?”
그 말에 혜선은 현기증이 났다.
“잤을까?”
남자는 짓궂은 아이처럼 장난끼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잤으면 어떻고... 안 잤으면 어때? 현재는 니가 내 방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지..”
혜선이 가만히 방 안을 찬찬히 훑어봤다. 처음 들어온 방.... 하지만 여긴 로즈힐
호텔방임에 분명하다. 일반 객실에도 들어가는 메모판, 스탠드... 같은 종류였다.
‘이 사람 대체 누구야’
“어서 먹어.”
상황을 대충 알고 나서 혜선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죄송했습니다....”
혜선이 얼렁뚱땅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침실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날렵하게 회색 눈동자가 상체를 들어올려 침실문 앞을 가로막고 섰다.
“왜... 왜 이러세요.?”
“들어올땐 니 맘이었지만 나갈 때 내 허락을 받아야 해!”
“무...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로즈힐의 사칙이거든...”
“네?”
“아니 나 이은석의 뜻이지.”
‘이 사람이 이은석? 그게 누군데....’
“죄송했습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얼마나 실수를 했지는 모릅니다. 하지
만 전 이 호텔의 직원입니다. 그쪽도......”
“이은석이라니까..”
“네. 그쪽도 호텔 직원이세요?”
“하하하하!!!”
“그렇다면...?”
“그러면 하우스키핑 장혜선을 찾아주세요. 손님이시면 호텔에 계시는 동안 불편함
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제법인데?”
“네?”
“니 말솜씨가 제법이라고...”
회색 눈동자를 가진 은석이 한참을 혜선을 내려봤다.
“이렇게 당돌한 여자였음 드레스를 배상하는 일엔 관여하지 않을 걸 그랬어. 가
봐. 대신 잊지마. 방금 한 약속...... 곧 다시 돌아오게 될 거야.”
은석이 문기둥에서 물러섰다.
혜선은 어지럽게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방을 빠져나왔다.
‘장혜선이라고... 굳이 니 이름까지 밝힐 필욘 없잖아...
너도 나와 같은 느낌이라면 또 모르지만.....’
혜선이 허겁지겁 복도를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호텔 12층이었다.
“세상에... 보통 사람은 아니었잖아..”
버튼을 누르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 꿈 때문이었을까.
필름이 왜 끊어져 버린 걸까.
별 일은 없었나봐. 정말 다행이야.
근데 내 시선이 왜 자꾸 등 뒤로 돌아가는 걸까.”
혜선이 고개를 돌려 방금 빠져 나온 복도 끝을 바라봤다. 다신 못 만나면 어쩌지 하
는 불안감이 눈에 서려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혜선이 정신이 차린 건 7층이었다.
“어!”
“어?”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은 합창을 했다.
“또야....”
“안녕하세요!”
“어떻게 7층에서만 사시네요........”
혜선이 불만스런 목소리로 엔지니어링 직원에게 말했다.
“어째 더 이상 부딪치기 싫다는 뜻 같네요....”
“그냥.....”
“근데 어제 왜 안 보였어요?”
“무슨 뜻이죠?”
“연회장에서 안 보이던데요?”
“절 왜 찾았는데요... 그리고 왜 친한척이에요?”
“...........”
“수고하세요!”
혜선이 퉁명스럽게 내렸다.
“별꼴이야. 자기가 뭔데 내가 보이네 안 보이네 하고 있어.”
혜선이 머리를 단정히 하고 하우스키핑 사무실로 들어섰다. 주임은 마치 기다렸다
는 듯이 혜선을 보며 싱글싱글 거렸다.
“무슨 사이야!”
다짜고짜 묻는 말에 혜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이요?”
“순진한 척 하면서 할 건 다 하네.”
“무슨 말이세요?”
“오너 방에서 잤다며. 어제?”
“......... 오너......”
“이은석 사장하고 언제 썸씽 난 거야?”
‘이은석. 들어본 이름이다.
그래. 방금.. 아침에 들었잖아.
그 회색 눈동자한테... 자기 이름이 이은석이라고.
그런데 주임이 뭐라한 거야. 이은석 사장?
그 사람이 그 사람이야?
그러니까 동. 일. 인. 물........’
“시치미 떼지마. 벨 직원이 봤다는데? 무슨 사이야?”
“................”
혜선이 종알대는 참새 한 마리를 앞에 둔 채 저편으로 생각에 잠겼다.
“장혜선!”
“.......”
“장혜선씨.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주임은 아직도 할 말이 많은 모양이었다.
혜선이 번뜩 주임을 내려봤다.
“왜 그러세요?”
“뭐야. 나혼자 실컷 떠들고 있었던 거야?”
“죄송해요.... 왜 그러세요?”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거 같아...”
“..........?”
“혹여 부장님한테까지 말 들어가면.... 혜선씨 입장 더 곤란해지지 않겠어?”
“..... 그래서요?”
“근데 정말 아무 일 없던거야?”
“모르겠어요........”
“모르겠어??”
“아니.. 없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당분간 나이트 근무로 바꿔라.”
“나이트 근무요?”
“그래. 낮엔 윗분들도 계시고, 과장님이나 부장이나 너가 오너와 잤다는
걸......”
“그러지 않았어요.”
혜선이 극구 부인하며 말을 잘랐다.
“그래. 안 잤어. 하지만 넌 그 방에서 하룻밤을 지냈다고. 누구나 오해할 소지가
있는 거 아니니? 그러니까 당분간 눈에 띄지 않게 나이트 근무하라고... 단 오너층
을 제외한 객실만 정비해야돼!”
“...........”
“싫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출근 삼일만에 짤리고 싶어?”
“아닙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임이 책상 서랍을 열어 스케쥴 표를 확인했다.
“오늘부터 혜선씨 근무 바꾸면 되겠네.”
“오늘부터요?”
“바로 퇴근하고 내일밤부터 출근해.”
“네......”
혜선은 억울하지만 사무실을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락커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혜선을 보고 동료 아줌마들은 말이 많았다. 그만 두는 거
냐, 젊은 사람은 오래 못 버틸 줄 알았다면서 약을 올리기도 했다. 혜선이는 꿀먹
은 벙어리처럼 그들에게 어떠한 답변도 하지 못했다.
다만... '안녕히 계세요'라고 했을뿐.
주간과 야간 근무가 특별한 일을 제외하곤 마주칠 일이 없었다.
직원출구로 나온 혜선은 맑은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 봤다. 하늘은 푸르고 맑건
만... 얼굴 가득 근심만 어려 있었다.
“씩씩해지자!!”
씩씩해지려고 했지만 정말 억울했다.
괜시리 바닥에 굴러떨어져 있는 종이컵을 발로 냅다 차버렸다.
“무슨 일 있어요?”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는 목소리.
혜선이 민망해서 돌아섰다.
“아저씨가 또 웬일이래요?”
시설과 남자는 마치 혜선의 스토커처럼 주변을 맴도는 듯 싶었다.
“벌써 퇴근이에요?”
“근무 바뀌었어요.”
“그래요.... 언제로요?”
“나이트요. 이젠 아저씨 볼 일도 없겠네요.”
“..........아.”
시설과 직원은 곰곰이 생각하다 혜선의 돌아선 발목을 잡았다.
“그럼 밥 살 시간이 없겠네요?”
“네?”
“저번에 밥 사기로 했잖아요!”
“꼭 얻어먹어야 직성이 풀리시겠어요?”
“그럼요. 당연하죠.....”
“제 마음은 지금 당장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저씨가 안 되잖아요.”
“괜찮아요. 저도 막 나가려던 참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작업복 차림이 아니었다.
반듯한 정장에 실크 넥타이를 매고 있지 않은가.
혜선이 은근히 웃음이 났다.
“왜요?”
“아뇨. 아저씨도 그렇게 입으시니까 멋있으시다구요.”
“이제 알았어요? 어서 갑시다.”
호텔 로즈힐
은석이 집무실에서 그동안의 호텔 경영 실적 파일을 검토하고 있었다. 데이터를 출
력해 타 호텔과의 실적차와 문제점을 파악하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딩동~
“굿모닝, 하우스키핑~”
탁상시계를 본 은석이 그때서야 일어섰다.
뒷목을 풀고 허리를 쭉 폈다.
나이든 룸메이드가 집무실로 들어섰다.
“지금 청소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잠깐 카페테리아에 나가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은석이 옷장에서 정장 윗도리를 꺼내 입었다.
“어.. 혹시 장혜선씨라고 있습니까?”
나이든 룸메이드가 잔뜩 이마에 주름을 지었다.
“그만뒀어요.”
“그만 두다뇨?”
놀란 은석이 다급히 물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아침에 짐 싸들고 갔다는데요.....”
“이유는 모르구요?”
“저도 실없이 떠드는 소리에 귀동냥한 거라서..... 자세히는.....”
“아..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은석이 무겁게 방을 나왔다.
“그만둬?
고작 그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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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걸이 컴백(?)했다고 해야 하나요..? 호호;;
요번소설도 너무. 망연자실 입니다.ㅠㅠ.. 힝~~;
은석군! 고작 그 일 이냐뇨!!. 넘넘넘무해요=_=..
얼른얼른 혜선양에게 사과하세요~~~ -_-. 흐음......;;
내눈속의너님 멋쟁이기무님 거울나무님.........
제 소설 기다려 주셔서. 죄송하면서도 감사드립니다 ^^.
암트은. 저..저..저는. 가..가..가보겠..습..니다.
여..러분 하루쟁~~일. 웃으며 좋은일 있으시길 바랍니다.
.........암튼암튼.. 사랑한단거 아시죵?? 후훗.-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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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호텔 로즈힐..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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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설과 직원이 어떤 분일까 궁금해요~ㅋㅋㅋㅋㅋ
시설과 직원 혹시 은석이처럼 높은 분 아닐까요..>??ㅋ 정 말 재 미 있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