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를 보면서 야구가 참 어렵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시즌 초 우리는 중견수쪽에 공백이 생길 것 같아 모건을 영입했는데
이용규 복귀가 생각보다 순조롭고 김경언의 방망이가 기대보다 매서웠죠
그래서 수비력을 일부 포기하고 장타력을 채우기 위해 모건을 내보냈는데
김경언과 새 외국인이 나란히 결장하면서 결국 외야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니까 '차라리 피에가 있었더라면'이라는 후회가 생기죠.
야구가 (어떻게 보면 인생이) 참 사람 마음대로 안 되나 봅니다.
이태양이 오면 투수진에 숨통이 트일 것 같았는데 결국 내년까지 못 오게 되었고
정근우가 오면 상위타선이 막강해질 것 같았으나 기대보다 컨디션을 찾는 시간이 길었고
조인성이 와서 포수진이 안정되나 싶었는데 정범모가 바로 아프기 시작했고
김경언 폭스가 결장하는 타이밍에 공교롭게 김태균의 허벅지에 문제가 생겼네요
윤규진이 오면 박정진과 권혁이 덜 던질 줄 알았는데 권혁은 여전히 주5회 등판했습니다
정말이지 야구는 (우리 인생처럼) 기대대로만 흐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사실 매년 그랬습니다.
김응용 감독이 성적에 눈이 멀어 선수들을 가혹하게 혹사 시켰다는 이미지로만 남아 있는데 (실제 그런 경향이 있었고요)
작년에도 부상 악령은 팀을 대단히 많이 괴롭혔습니다
우선 앨버스가 허리부상 / 김혁민이 발목부상을 당한 채 시즌을 시작했고
피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훈련을 치르지 못했으며 / 안승민은 재활만 하다 결국 군입대를 선택했습니다.
김태균은 허리통증과 발 봉와직염으로 고생했고 / 안영명은 타구에 맞아 입원했고
클레이와 유창식은 시즌 초 잠깐 희망을 보이다 이내 어깨와 팔꿈치가 아프다며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정근우와 강경학, 포수로 키우던 김민수, 수비쪽에서 공헌하던 한상훈과 고동진도 모두 시즌 초중반 부상으로 결장했죠.
최진행과 이용규를 무리하게 당겨쓰고, 송창식을 혹사시킨 문제 때문에 저 역시 김응용 감독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사실 [아픈 선수가 많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이해를 해 준다면, 올해나 작년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꼴찌였으니 김응용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한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꼴찌에 성공했으니 현 체제는 나름의 인정을 받는 것이겠지요.
저는 여기서 한 가지 키워드를 읽습니다.
그게 뭐냐면, [지금 아픈 선수가 유난히 많으니까 잘 참으면 다음달에는 괜찮아질 것이다]라는 바람이
사실 알고보면 '착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달에도, 또 그 다음달에도 선수층은 두꺼워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도 누군가는 아프거나 부진할 것이니까요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 가을야구에서 뛰던 07년에도, 우승하던 99년에도 그랬습니다.
늘, 누군가는 아프고 부진합니다.
한화는 주전 선수들이 무능해서 야구를 못한 게 아니라
주전이 아플때 그 자리를 메울만큼 탄탄한 전력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야구를 못한 것입니다.
그것이 일부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상자의 이탈이 그토록 뼈저리게 아픈 것입니다.
뜻대로 잘 안 되는 야구
뭐 하나만 딱 잘 맞아 떨어졌으면 좋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야구
그것은 어쩌면 '운'의 영역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 온 팀 전력 두께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문제가 쌓여온지 13년쯤 됐다고 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생긴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를 인식하고 바꾸려고 애를 쓰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년쯤 됐습니다.
남들이 10년 넘게 해왔던 것을 2~3년 쯤 한 것 뿐인데 결과가 똑같을리 없지요.
그래서 저는, 내 뜻대로 잘 안 되는 이글스의 야구가 진짜로 좋아지려면 좀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김태균 정근우가 모두 은퇴한 다음일 수도 있겠지요.
탈꼴찌를 하느냐, 5할을 하느냐, 가을야구를 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근본적으로 그런 전력이 지속가능한 구단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그것까지 모두 가능해지려면 아마 김태균 정근우가 현역이 아닌 시절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기간이 제 예상보다 짧으면 좋겠다는 팬심도 있지만
그 기간이 좀 길더라도, 변화 이후의 시기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3~4년 바짝 가을야구를 즐기다 다시 하위권이 되는 팀을 응원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첫댓글 피에말고 모건입니다.
네, 모건의 오기이므로 수정합니다.
공감해요. 변화 이후의 시기가 중요하죠. 오랜기간 좋은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지금은 넘 좋아요
다시 야구를 볼 수 있으니, 하지만 선수기록을 보면 과연 우리가 미래에도 좋은성적을 낼 수 있을까 ? 하는 의문점은 듭니다.
여튼 코치님들이 잘 키우셔서 오랫동안 재미있는 야구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글 잘 쓰셨어요 .
잘 보고 갑니다.. 길었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공감 합니다
늘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게 정말 문제라고 봅니다. 많은 일들이 그렇듯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듯이, 한화도 지금이 몇 안 되는 변화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변했으면 합니다. 너무 늦으면 그땐 참 막막하니까요.
공감합니다.... 제가 오랜동안 삼성이란 팀을 응원했기때문에 확실하게 느꼈던 점입니다... 한 예로 배영섭이 당장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그 자리에 박해민이란 백업선수가 아주 너무나 아니 주전보다 더 잘 해내는걸 당연하게 봤었는데.....
에휴... 우리팀에겐 그런일이 너~무 힘든일이라는걸 느끼고 있답니다....
2군선수들을 주전처럼 잘 키워내는 삼성이란 팀이 정말 부럽습니다....
모르는 게 좋았을 냉엄한 진실이군요.
삼성의예를보면 답이딱나옵니다
주전이부상이나 군입대로 빵구가난다싶으면 어디선가 그자리를 매꿔줄선수가 나타납니다
그러니 매년1위인거죠
언젠가는 우리팀도 그런날이 오겠죠
모든지 기초가 중요한데 야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기초를 잘 다져두면 언젠가(?) 그 결과가 나오겠지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서 더 안타깝네요.
네. 우리는 이사실을 최근 몇년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체제의 변화를 김성근감독에게 일임했습니다. 현재 김성근감독은 이과정을 순탄치 않지만 빠르게 적응시키고 있고 프런트역시 부합하는 모습입니다. 저에게 한화는 실망 보단 희망의 구단이죠. 김감독 건강하시길~
네... 공감합니다. 기다리면 그날이 오겠지요...다만, 한가지 바램은 신인은 물론,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도 좀더 절실하게~~ 좀더 치열하게 경기에 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대로 당겨쓰다가는 3-4년 반짝하고 다시 하위 팀이 되어버릴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적이 좋아지면 이 부분에 대해 더욱 둔감해질것같고요. 선수층을 두텁게할 장기적 플랜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삼성은 주전이 빠지면 백업이 늘 잘 해주던데 야구를 모를땐 그냥 우연이겟지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시스템의 중요성을 엄청나게 느껴지더군요ㅠ
지금 감독님의 스타일에는 완전 동의는 못하지만... 쉬어야 한다는 선수를 무리하지 않는 것은 원칙이 있어 좋습니다. 태균이 1루수 카드 빼들고 싶은대도... 계속 대타 쓰다가 지타 쓰고 있고요. 전 감독과 조금은 다른 행보가 아닐까 합니다. 투수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듯 하구요. 그래도 지금이 관리는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입니다요...^^
공감삽니다
100퍼 공감 입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