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임종기사진 -갈대정원
음력 9월 9일. 중양절
삼월 삼짇날 강남에서 온 제비가 돌아가는 날.
가는 제비따라 기러기가 줄지어 열지어 빈자리 채우며 날겠지
중양절 말그대로 이후 볕이 기울어질테니
양껏 그윽히 쬐어보라는 알림의 절기로 다가온다
이백이 국화얘기를 하며 침잠하는 시기로 접어든다,뭐 이런 생각을 풀어내며 책상에 앉아 있다
점심먹고 나무 풀 시들어가는 야산으로 오를까 하다
이르게 누렇고 빨간 이파리들도 꽤 떨어져 있다
해운대 있다는 진우전화
아는 사람과 해운대에서 머물려 하길래 내륙 쪽 장산으로 가자했다
이름만 절인 원각사에 오른다
겨우 들어가는 조촐한 길, 인적이 드문,여기까진 그럴 듯했다만
아파트에서 직선으로 등산로가 뚫려있어, 웬걸
무성한 배추와 아래로 굵어가는 무가 퍼져 늘려있어 푸른색이다
구두 신은 발로 파본다
거제 우리집 마늘 심는다고 파낸 흙과는 그 색과 질감이 확연히 다르다
산 중 흙과 집안 텃밭이니 다르긴 다를테지
잠시 쉬는 사이
누구는 제가 발딛어 본, 띠처럼 누운 대마도를 가늠하고
누구는 수확과 분사할 농약의 양과 거둘 때를 묻더군
이들과 서너번 동행했는데 그들의 어떤 갈급함을 보았는데
제 앞가림과 이익과 건강이 관심사였다
이럴 거면 혼자라도 되는 거잖아
이런 델 오면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담배나 한 대 권하며 빨아들인 엽초의 매운향을 깊이 폐속으로 흘려보내고
길게 뱉어내는게
적당한 지경이다
커피 마시는 장소말고 산에 오르자고 제안한 나에게
호텔커피값 비싸단 말이 왜 나오냐고
다시 못 볼 사람이 대부분이다
폭 들어앉은 암자는 갸름한 시야밖에 허용치않아
수직으로 좁아지는 이런 자리는 성에 차질않는다
내려오는데 만도 한참이 걸린다
전화전화 무의미한 말,말들
표정엔 서로 잡아먹을듯한 탐색 평가,자리찾아 낼름 앉아 통행료 받으러 들 것 같은 인상들
직설의 토로
동상이몽하는 내가 돌올하다
내려주고 얼른 벗어났다
가을이고 추운날이 이어질 것이니
작정하고
나는 겨울잠에 든다
안녕
첫댓글 장산...꽤 높아보이던데....오르느라 수고햇네.
지금....단풍이 들엇나 남쪽?
양산 천성산은 갈대가 한창이라는데....
겨울잠 잠깐 미루고 뉴지 놀러온나~ 여긴 봄이다^^
여긴 봄이다
안부인사로 최고
어제 종일 비가 내리니 가을이 무르익는 거구나 ,하며 스웨터를 껴입고 밥딜런의 라이크 롤링스톤을 귀기울여 들었다
쓰리잡스 친구와 통화하는데 말소리가 차분하더라
억새가 줄기인지 꽃인지 가장자리를 쑥 내밀고 반짝이더라
피기까진 좀 있어야 할까봐
이 몸으로 집 떠나면 쓰러지지싶어
거제 갔다 와 삼일을 쉬었다니까
푸근한 봄 지내라
어제 미시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