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이민하씨가 이번 방학 동안 어학연수 및 문화체험을 위해 선택한 나라는 영미권이 아니라 바로 중국이다. 영어는 이미 유창한 이유도 있겠지만, 어릴 때 홍콩에서 살아서 중국에 대한 친근감이 있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불어 '중국의 부상'을 직접 경험하고, 전세계적으로 중국붐이 부는 지금 중국어실력도 이참에 갈고 닦아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는 미래에 대한 '전략적'인 포석도 깔려있다. 많은 중국 방문객처럼, 그도 중국에 오기전에 갖고 있던 선입관이 깨지면서 직접 본 중국을 더 좋아하는 타입이다. "오기 전에 중국은 뭐랄까, 무척 엄격한 사회일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보니 사람들의 생활이 무척 자유로운 것에 조금 놀랐어요." 또한 '공산당의 세뇌'를 받은 중국사람들은 모두 획일적으로 생각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천진에 있는 박물관에 갔는데, 안내원이 시끄럽게 중국 지도자들의 업적을 찬양하자, 그것을 듣던 중국 관광객들이 "항상 똑같은 얘기지"라고 뚝 한마디 던지는 것을 들었다. 택시를 타자 택시 기사가 "중국은 다 좋은데, 말할 자유가 없다"라고 불평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이런 모습에서 오히려 중국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였다. "말할 자유가 사실 있으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불평도 하는 거죠"라고 그는 나름대로의 분석을 제시했다. 현재 어언대학교 중국어 연수반에 있는 그의 최고 관심은 여름 중국 체류기간 동안에 중국어 실력을 듬뿍 올려놓는 것이다. 관심사가 그러니, 그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당연히 중국어 잘하는 중국사람이다. "수퍼마켓 점원도, 택시 기사도 중국어를 모두 유창하게 하니 막 부럽죠. 저에겐 그들이 모두 중국어 선생입니다." 여름방학이 끝난 후 다시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 대학에 1년 교환학생으로 가게되어있는 그는 고민이 새로 생겼다. 고풍스럽고 멋지게 지어진 베이징대와 웅장하고 넓은 칭화대 캠퍼스를 둘러본 후, '대학 졸업하고 중국으로 석사하러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 이 영문학도의 '학문적 외도'가 심상치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