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이부스키 내 모 호텔에서만 누릴 수 있다는 검은 모래 찜질을 하고
대 온천장 순례를 거쳐 노천 온천까지 한바탕 돌고 나니
어쩐 일이래...작년 12월 12일에 시작된 이래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던 오십견이
단 15분 만의 뜨거운 모래 찜질로 사라져 버렸다.
팔을 들지도 돌리지도 못하고 온 세포가 경악을 하듯 비명을 질러대도록 아프던 그 오십견이
귀신 곡할 노릇처럼 깜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온천욕을 하러 갈 때만 해도 옷을 위로 벗지 못해 아래로 부터 벗어 올라왔건만
참으로 신기하고도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워낙 이부스키 해변의 모래 찜질이 유명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호텔 또한 스라가하마 해변을 끼고 있어 해안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를 이용한 모래찜질 덕분에
왼팔의 오십견은 작별을 고하고 나의 팔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음이니
일본 여행을 하면서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럴 일은 없었지만-
오십견의 해결만으로도 여행 온 보람이 있다고 할 정도로 신기하다.
헌데 여행도 신나고 즐겁고 멋진데 괴로웠던 오십견도 보너스를 챙겨받은 듯이 아듀라니
이 어찌 아니 좋을 소냐.
그 들뜬 기분을 온 몸으로 체득하면서 호텔로 가져다 준 렌트카를 타고 다시 길을 떠난다.
물론 체크 확인 과정을 반드시 거쳐서...
떠난 길 위에 가고시마 최남단 기차역이 있다 해서 들렀더니 웬걸,
이정표를 잘 못 읽고 들어온 까닭에 두번째 최남단 지역의 기차역이란다.
그러나 어떠랴...이래도 기차역이고 저래도 기찻길인 것을...
큐슈 최남단에 자리잡은 플라워파크 가고시마.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싶을 만큼 크고 넓고 예쁜 공원으로
사계절 내내 꽃이 만발하고 하와이를 상징하는 하비스커스 종류의 꽃이
일본에서 가장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테마 자체가 꽃, 바람, 빛으로 구분되어있고
능력별 코스 구경이 가능하며 그냥 꽃만 볼 경우에는 9인승 버스가 원내를 순환하니
게으른 사람들도 즐길만한 곳이다.
그러나 흔하디 흔한 일본 재래종 꽃들이 가득하다는 코스를 가보았더니 에고...완전히
무설재 뜨락을 옮겨다 놓은 것처럼 같은 꽃 투성이어서 완전 잘못 짚었다 싶었으나
어느 곳에 간들 모두 비슷한 현상이-비슷한 지역, 기후권이므로-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일본 어느 지역이나 한참이던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라색꽃과 수국을 그곳에서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고
장마가 시작되면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수국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계절이 왔다고 미리 들떠있다는데
실제로 온 들판과 산길에 각양각색의 수국과 이름 모르겠는 보라색꽃과 함께 위의 두 종류 꽃들이 지천이다.
플라워파크 가고시마를 들러 잠시 돌아나가면 가고시마현 쓰마 반도의 남쪽에 우뚝 솟아있는 가이몬다케는
후지산과 닮았다고 하여 " 사쓰마의 후지산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등산로가 잘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산 기슭에는 순수한 일본 혈통말인 도라카우마를 방목하고 있는 자연 공원과 아열대 식물림이 있다는데
넉넉치 못한 시간 관계상 그냥 외면하고 지나쳤다 ㅎㅎㅎㅎ 가고시마에서의 저녁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그 곁에 해시계를 지닌 등대가 있어 한 컷...그러나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열심히 눈의 호사를 누린 자여, 그대 식탐을 즐길 일이다...해서 찾아든 곳은 이미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기꺼이 타고 있는 흐르는 물에서 국수를 건져 먹는 곳이다.
게다가 섬 지역 곳곳에서 먹을 수 있었던 은어를 바싹하게 구워 국수와 함께 먹는 그 맛, 완전 별미 그 자체다.
그 곁에 시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건만 사람들은 개인이 운영하는 이곳을 더욱 좋아한다.
왜? 비교체험을 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식후경을 지나고 나니 졸음도 밀려오건만 약속된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강행군을 하다 만난 이케다코 호수.
약 5500년 전에 가이몬다케의 분화에 의해 생겨난 큐슈 최대 규모의 칼데라 호수라는데
절정의 시기는 유채꽃 만발하는 4월...계절이 늦었음으로 아쉬움이다.
그 호수에 길이가 2미터되는 무태 장어가 살고 지난 1961년에 호수에 수서생물이 산다는 소문이 돌아 더욱
유명세를 탔을 뿐만 아니라 영국의 네스호에 산다는 넷시를 모방해 이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는 후문이다.
한참이나 길 위를 떠다니다 보니 어느덧 정경이 바뀌어 그 유명하다는 가고시마 녹차밭이
전후좌우로 눈의 피로를 잠재운다.
세계 인구 많기로는 중국이요 차밭 많기로도 유명하다지만
일본인만큼 국민 모두가 차를 즐겨하는 민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차 생산량에 비해 차 소비가 월등히 높은 나라 1위이기도 하다.
물론 중국의 국민수에 비례해서도 단연코 차의 소비량은 세계 1위라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부스키에서의 여정이 끝나가고 마지막으로 사무라이 마을로 찾아들었다.
그 사무라이 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정해진 곳이 아닌 어느 곳에서나 표를 구입할 수 있으며
딱히 그 표를 구입하였는지 보자고 따지는 사람도 없으나 누구나 당연히 표를 구입하여
손에 들고 다니니 우리도 그리 할 수 밖에.
우리나라 외암리 민속마을 처럼 주민들이 거주하면서 사무라이 마을을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이
또 그 문화 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기꺼이 협력하며 마을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만
대단한 홍보와 기대에 비해서는 그다지 기대치에 못 미친...그러나 그들의 관광술은 배울만 했다.
굳이 보자는 사람은 없지만 필히 들고 나녀야 하는 사무라이 마을 관람 구입권.
그래도 사무라이 마을에서 의외로 시간을 빼앗긴 탓에 미친듯이 운전을 하여 가고시마로 돌아와
정신없이 짐을 내려놓고 차를 반납한 다음에 서둘러 저녁 약속 장소를 가니
그 유명하다는 소바 집에 사람들로 인산인해...그동안 섬에서 오븟하게 조촐하게 소박한 곳에서
먹던 저녁분위기와 엄청 다를 것 같은 예감이더니
차려지는 음식도, 메뉴도 다양한 것이 저절로 식탐이 발동된다만서도
그동안 늘어난 무게감을 생각하면 염치가 있어야 할텐데 싶으면서도 다양한 음식에 그만 백기를 들고,
그래도 그 유명하다는 가고시마 흑돼지와 생맥주에는 양심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후문
유쾌하고 발랄하고 재미있는 딸내미 친구 미도리와 그의 엄마...어찌나 흥겨운 사람들이던지
조신하고 조용하며 소심하다는 일본인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 열풍의 주역들이어서
오히려 무설재 쥔장보다 아는 드라마가 더 많은지라 그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 ㅎㅎ.
그 미도리는 지난 겨울에 무설재에서 겨울날을 지내고 간 인연으로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되었지만 그 엄마가 워낙 무설재 쥔장의 딸내미를 친딸처럼 여겨 보살펴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래서...끼고 간 반지를 헌납 했.다...그리고 그 밤, 다시금 딸내미 숙소에서
긴 밤을 지낸다.
첫댓글 일단은 축하를 드려야 할것 같으내여~~오십견 나으심을~ㅎㅎ
이곳 저곳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할수 잇음에 이 아침도 행복하내요
마쯔야마에 오색소면이 유명하다고 입에 침이마를 정도로 칭찬을 하던
가이드의 말이 생각이 나내여~~가격이 만만치 않은지?~~오색은 맛을 몬보앗내여
다음에 갈 기회가 생기면 지기님께 자문을 구해 보겟습니다~~
오십견 ㅎㅎㅎ 작별을 고하고 나니 언제 그랬냐 싶네요. 물에 뒤어 먹는 소면은 날만 그 자체더라구요. 오색면은 없엇지만 그 역시 웰빙 소면이라 색이 주는 호사가 있을 것 같구요.
아 즐거운 시각과 미각의 즐거움이여~! 덩달아 즐거워짐을 어쩌리요~! ㅎㅎ 더불어 오십견까지~? 그 아니 좋을소냐~! 암튼 박수~! ㅎㅎㅎ
ㅎㅎㅎ 고맙습니다요. 특히 입의 즐거움이 장난이 아니었던 날이었습니당.
가고시마의 저 국수집, 생각납니다. 그리고 사꾸라지마 화산도. 그곳이 정한론의 발상지라는 점에서 좀 껍껍했습니다만, 가본 곳 몇군데 일본 중에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아, 그러셨구나...어쨋거나 그곳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쉬면서 여행하기 좋은 곳 중에 하나가 가고시마 일대 섬들을 둘러보는 것이죠.
오십견도 오십견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흐르는 물의 국수가 먹고 싶어요ㅎㅎ
정말 가서 먹어보면 분위기에 취해서도 환상이고 실제로 맛도 쫄깃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