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10. 달날. 날씨: 깨끗한 하늘, 곳곳에 봄꽃 냄새, 따듯하니 바깥나들이 하기 좋다.
아침 걷기- 다함께 아침열기-책 읽기-점심-청소-이 닦기 교육-마침회-가정방문
[밧줄 매듭과 키득키득 글모음]
정말 맑은 날이다. 아침 걷기 하는데 줄곧 바깥나들이를 하고 싶다. 두 번째 숲 속 놀이터에서 밧줄 매는 법을 배워본다. 선생이 주말에 파주에서 연수를 받은 밧줄과 그물을 숲 속 놀이터에서 하나 둘 펼칠 수 있어 좋다. 두 가지 매듭으로 나무에 줄을 매다는 걸 해보는데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 아이들이 금세 할 수 있다. 팽팽하게 줄을 매고, 나무에 해가 가지 않는 방법을 배운 것이라 쓸모가 많다. 옥매듭과 올가미매듭만 연습하고 교실로 들어왔다. 생태 전문가가 오래된 나무는 줄을 매다는 것이 알맞은 자극이 되고 나무에게 해롭지 않다는 걸 듣고, 알맞은 줄 매듭이 안전하게 놀이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이야기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간다. 밧줄에 그물 짜기를 응용해 그물침대를 쉽게 만들 수 있어 조만간 숲 속 놀이터가 재미나겠다. 밧줄과 그물 속에 도형과 힘의 분산, 상호지지구조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흔들리고, 출렁거리고, 오르내리고, 팽팽하고, 당기고, 끌고, 잡아주고, 주춤거리고, 튀어 오르고, 균형 잡고, 쉬고, 매고, 나누는 일 놀이 말이 살아나게 되겠다. 일놀이 언어가 살아나고, 쓰기에 알맞은 말을 즐겨 쓰는 것은 언어의 풍부함으로, 뇌 발달로 그대로 이어지니 또 좋다. 더욱이 힘을 합쳐야 할 수 있는 일 놀이 아니던가. 교육 밑그림으로 잡은 밧줄과 숲 속 놀이터 가꾸기에 크게 도움 되는 연수라, 주말 이틀 동안 먼 파주까지 오가며 하루 종일 교육을 받았는데 잘 받은 셈이다. 안전 교육까지 잘 쓰이겠다.
다 함께 아침열기 마치고 누룩효모 운동 관찰하고 교실로 올라와, 피리와 시를 암송하고, 노래를 부른 뒤 선생이 <맑은샘 아이들> 가운데 뽑은 글을 읽어준다. 책 읽기 시간에는 지난 주 쇠날에 나온 <맑은샘 아이들>을 읽는다. 이번 주 안전 교육과 다음 주 인권 교육을 줄곧 하는 때라 듣고 말하기에 더 애를 쓰는 때라 도서관처럼 다른 사람 책 읽을 권리를 방해하지 않고 읽는데 정성을 들인다. 그런데 <맑은샘 아이들>을 읽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키득키득 웃고 서로 재미있는 곳을 찾아 서로에게 알려준다. 조용히 읽다 금세 웃음과 소곤소곤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를 즐겁게 하는 글모음 <맑은샘 아이들>이다. 우리 학교 교육 정신으로 삼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 그대로 글모음에 들어있다. 글은 삶이기에 지난해 어린이들의 삶이 가득 담긴 글모음이 그대로 아이들을 웃게 하고 우리말 글 교재가 된다. 저마다 재미있거나 추천하고 싶은 글을 찾아내고 글쓰기로 그 느낌과 까닭을 정리한다.
점심때 밥 먹을 준비를 안 하는 어린이들에게 큰 소리를 냈더니 1학년 현서가 선생 목소리가 너무 크단다. 목소리 조절을 해야겠다. 역시 우리 외계인들은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알려준다. 1학년 시우는 지난주 밤에 목욕을 가다가 경찰복 입은 선생님 봤다며 막 웃는다. 쉴새없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들에게는 귀가 서너 개 있어야 한다.
낮에는 과천보건소에서 이 닦기 교육을 해준다. 본디 달날에는 몸놀이를 하는데 몸을 돌보는 교육으로 이 닦기를 하는 것이다. 오늘같이 놀기 좋은 날에는 취소하고 밖에 가서 실컷 놀아야 하는데 바깥 강사가 오는 지라 어쩔 수 없다. 선생이 안타까운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바깥 선생이 아닌 우리 수업이라면 밖으로 달려 나갔을 것이라 더 아쉽다. 미세먼지 때문에 날마다 날을 살피는 때라 더욱 아쉬운 게다. 그래도 이 닦기 교육 받으며 선물도 받고 아이들이 집중을 잘 해 줬다. 손을 들어 발표해서 문제를 맞힌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던데, 아쉽게 선물을 못 받은 동규가 슬퍼서 울고 만다. 에고 안타까워라.
마침회때 지난 주 만든 나무목걸이 매듭 짓는 법을 다시 배워서 목걸이를 걸었다. 4월 안전교육과 인권교육 주간에도 숲 속 놀이터를 가꾸며 밧줄과 그물 속에 수학을 담고, 날마다 관찰과 자연스럽고 특별한 과학 실험이 줄곧 되고, 봄 자연속학교 채비를 하려면 챙길 게 많다. 텃밭 씨뿌리고 모종내기, 발효빵과 음식 수학까지 맛있는 학교와 일놀이학교는 줄곧 된다. 아 날이 좋은 날은 잊지 말고 실컷 몸놀이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