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상상>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드라마, 일본, 121분, 2022년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잊지 못한다. 그로 인해 체홉의 희곡을 다시 읽었다.
대가는 나이를 초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영화는 연극적이며, 홍상수 감독처럼 대화 위주로
일본 특유의 관계의 긴장과 만남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세 편의 단편들을 담은 옴니버스 영화이다.
제일 인상적인 작품은 세번째 '다시 한 번'이다.
앞의 두 편이 반전과 아이러니의 형식적 미학을 추구했다면,
세번째는 낯 모를 두 사람이 길에서 서로 착각해 만나 위태위태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 상대의 역할이 되어주고 내면의 소통을 하게 되는 만남의 장면을 보여준다.
물론 첫번째의 '마법'도 그런 사랑과 소통의 순간을 보여주기는 하고,
두번째의 '문을 열어둔 채로'도 전혀 다른 목적으로 교수와 여대생이 만났지만
둘만의 만남의 순간이 있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를 보며 그의 대화들이 지향하는 것이 결국 두 인격이 내밀한 소통- 나는 그것을 만남이라고 부를 텐데-을 대화의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화는 날줄과 씨줄이 상호 얽히며 짜는 한편의 피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시놉시스 =
1.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걸 믿어볼 생각 있어?” `메이코`는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친구에게 새로운 연애 상대 이야기를 듣는다.
2. 문을 열어둔 채로
여대생 `나오`는 교수 앞에서 그가 쓴 소설의 일부를 낭독한다.
3. 다시 한 번
20년 만에 고향을 찾은 `나츠코`는 그토록 만나고 싶던 동창생과 재회한다. 우연이 만들어내는, 조용히 아주 크게 움직이는 인생의 순간들이 있다. 이 영화는 그에 대한 상상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