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살인
장 석 민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
점심시간이 되니 직원들이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먹자”고 한다.
날마다 구내식당에서 먹다 보니 밖에 나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 사무실 후문을 나서면 크고 작은 사무실이 밀집한 고층 빌딩이 있는데 그 건물을 통과해서 가면 빠른 지름길이므로 그곳을 통과 하게 된다.
점심 먹으러 나갈 때는 몰랐는데 점심 먹고 오다가 우연히 그 건물의 출입문에 써놓은 글씨가 눈에 띄었다.
“여기서 흡연 살인”
“여기서 흡연”은 파란 글씨로, “살인”은 빨간 글씨로 좀 더 크게 씌어 있었다.
그 내용을 보고 직원들이 웃으면서 왔다.
그런데 그 글씨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기서 흡연”하면 “살인행위”라는 것인지
“여기서 흡연”하면 “살인”을 하겠다는 것인지
한편으로 생각하면 섬뜩한 내용이다.
요즘 사람들은 폭력적인 영화나 인터넷 동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폭력성이 강한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지 표현 자체가 폭력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날씨가 추워서 출입문 부근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문구를 써 붙인 모양이다.
그래도 왠지 기분은 좋지 않은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담배를 싫어하고 간혹 길거리에서 앞서가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서 가게 되면 그 연기와 냄새가 나에게 오면 정말 싫고 담배 피우면서 가는 사람을 때리고 싶다는 충동도 느끼게 된다.
그렇더라도 흡연하는 사람을 죽이기까지 할 수 있겠는가?
담배 연기, 담배 타는 냄새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그런 글씨를 써서 붙여 놓은 것 같은데 과연 “흡연 살인”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담배를 피우는 것일까?
담배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담배로 인하여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생각을 안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왜 담배를 피우게 되었을까?
담배를 왜 피우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피우기 시작했는지에 대하여는 자세한 기록이 없어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다만, 콜롬버스가 1492년에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해 보니 그곳 인디언들이 종교 사회의식(儀式)으로 오래전부터 피워왔다고 하는 것을 전해 들었다는 설이 있다.
콜롬버스는 귀국하면서 담배를 신기한 선물로 받아 왔으며, 귀국 후 담배를 최음제 또는 만병통치약으로 과대포장 하여 소개하면서 왕실, 귀족, 부유한 상류층에 선물하였다고 한다.
담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담배는 유럽 상류층, 부유층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590년대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가지고 와서 퍼뜨렸으며, 그 후 광해군 때 담배씨를 일본에서 도입하여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전에 한동안은 농가에서 고소득 작물 중 하나로 담배를 많이 재배 했었다.
나는 산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교 부지 중 전, 답이 있었다.
그 학교 땅 전, 답에 담배를 심었다.
그 담배 농사를 학생들이 직접 했는데 요즘 같으면 민원이 생겨 교장 이하 교사들이 모두 처벌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당시에는 고학년(4, 5, 6학년) 학생들이 직접 담배 밭에 가서 잡초 뽑고 거름 주고 나중에 담뱃잎 따서 말리는 작업을 하였던 것이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학교 화장실이 푸세식(옛날 재래식 변소)이었는데 그 변을 학생들이 고무통에 담아서 담배밭에 가져가서 거름으로 주었다는 것이다.
고무로 만든 둥그런 통에 인분을 담아서 기다랗고 튼튼한 나무막대기를 고무통의 손잡이에 걸고 학생 두 명이 앞뒤로 서서 그 나무막대기를 메고 가는 것이었다.
고무통의 중심을 잘 맞춰야 하는데 두 학생이 서로 호흡이 잘 안 맞으면 중심이 안 맞아서 통이 기울게 되고, 기울어지면 인분이 쏟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냄새가 진동하고 그 고통이 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린 학생들이 고생해서 재배하여 수확하고 말린 담뱃잎을 팔아서 벌어들인 그 수익금은 어디에 어떻게 쓰였을까 이제 와서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는 거의 반세기 전의 일이니 까마득한 옛날 얘기다.
지금 이런 얘기 하면 믿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담배만 보면, 담배 이야기가 나오면 옛날 생각이 나게 된다.
일종의 트라우마 일지도 모른다.
담배는 백해무익한 것이라고 얘기들을 많이 한다.
담배가 탈 때 나오는 유해성분이 수백 가지라고 하지 않는가?
뒤늦게 요즈음에는 담배에 대한 폐해를 홍보하고 금연하는 곳도 많아지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를 많이 보호해 주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에서도 비 오는 날이나 아주 추운 날은 밖에 나가기 싫어서 그런지 자기네 집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지 냄새가 몇 층 위에까지 진동하는 경우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실내 금연’하라고 경고문을 써 붙어 놓아도 개선되지 않는다.
물론 끽연가들 입장에서는 “끽연가의 권리도 보장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적, 사회 전반적인 이익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흡연 살인”
흡연하면 담배 피우는 본인도 죽게 되고 타인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蛇足 : 어느날 우연히 “흡연 살인” 이라는 문구를 보고 담배에 대한 에피소드를 쓴 것이고 “끽연가”분들에 대한 반감으로 쓴 것이 아니므로 “끽연가” 분들의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나도 흡연가이니 할 말은 없네요.
그런데 공기업에서 담배는 만들면서 포장지에 심장병, 뇌졸증, 폐암 등등 경고 문구를 왜 쓰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담배에 따라 다르지만 원가의 평균 74%가 정부 곳간으로 들어가니 포기할 수도 없겠죠.
開東 선생님!
감사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담배 값 인상할 때 흡연자들이 어느 정도 따라올 정도로만 올린다고 합니다.
담배 판매로 인한 정부 세입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주인장이 담배가 얼마나 싫었으면 '흡연 살인'이라고 했을까요?ㅎㅎ
울 와이프가 그렇거든요. 충분히 이해됩니다.
근데 담배가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들어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하여간 일본은 백해무익~!!^^
잘 읽었습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비흡연자들은 담배 탈 때 나오는 냄새와 연기가 정말 역하게 느껴지거든요.
건강을 위해선 금연하라고 하고, 정부 재정을 위해서는 담배를 팔아야 하겠고
비흡연자들은 고통이고, 누가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줄까요
송충이 잡고,
토끼풀 뜯어 토끼 기르고,
어린 학생들에게
참 많이 못할 일 시키긴 했지만,
인분까지 지어나르게 한 건 정말 가혹하네요.
세상이 참 좋아지긴 했는데,
사는 건 그리 좋아진 거 같진 않고...
윤슬 주간님!
감사합니다.
예전엔 그런 잡다한 일들을 많이 시켰었죠.
그래도 아무런 불평 없이 잘 따랐지요.
세상은 변하고, 시대는 바뀌고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가끔씩 그 힘들었던 때가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담배는 1급 뿐 아니라 수십 종의 발암물질을 내뿜으니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간접흡연으로 인하여 60%의 유해물질을 흡입하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주입된 발암물질.
간접살인이라 할 수도 있겠는데요.
흡연자님들 ㅎㅎ 세상이 그대들을 속였나이다.
다솔 선생님!
감사합니다.
금연 하라고 광고 하고, 금연 구역을 지정하면서도
담배는 판매하고 있으니...
또한 나이 어린 청소년들의 흡연이 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인 듯합니다.
후기 인상파 화가 반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담배는 나의 시름을 꺼준다'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푸르스름하게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내품으며 흡연자는 심적 위안과 치료적 효과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담배 특유의 강렬한 맛은 강한 중독성으로 흡연자를 계속 유혹하므로 한번 맛들이면 끊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한 시절 담배는 젊음의 낭만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이젠 흡연자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혐오하는 기호품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요즘 사람들 눈을 피해 담배 피우는 흡연자를 보면 좀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