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 아침바다 자갈치~공동어시장~남부민동 골목
펄떡 뛰는 고등어, 황금 해 낚는 바다…날것 그대로의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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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남부민동 바닷가에 있는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장에서 시장 사람들이 떠오르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부지런히 생선을 운반하고 있다. 부산의 바다가 휴양지의 바다이기에 앞서 생기 넘치는 삶의 현장임을 잘 보여주는 풍경이다. |
- 저 멀리
- 피란의 기억 '하꼬방'
- 어구손질·생선분류·경매…
- '비린내'·사람냄새로 가득한
- 자갈치시장·공동어시장 풍경
- 내 집 지붕이 윗집 마당인
- 산복도로 마을
- "여기가 정말 부산이구나"
지난 16일 새벽 5시30분 동이 트기 전 자갈치시장으로 나선다.
오늘의 '바닷가투어'에 동참한 손님은 부산에 새로 둥지를 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매니저 그리고 서울에서 온 여행작가이다.
잠이 덜 깨 눈을 부비며 나선 새벽길을 간식과 음료를 챙겨 출발했다.
어항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연근해에서 잡아온 생선을 운반하는 트롤선이 옆으로 가지런히 줄을 맞추어 서있다.
어선들이 잡은 생선을 크레인이 달린 트롤선이 어시장에 풀어놓으면 아지매들이 생선을 분류한다.
영도 봉래산 뒤편에서 시작한 일출을 감상한다.
길 양쪽으로 나무로 짠 생선상자가 차곡차곡 쌓여져 있다.
"일본어로 상자를 '하꼬'라고 하지요. 저 멀리 보이는 산위에 집들을 '하꼬방'이라고 했는데요.
6·25 전쟁 이후 전국에서 모여든 피란민이 산위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고, 건축자재가 없던 때라
생선상자가 벽이 되고 지붕이 되었다고 해요. 집이 작은 상자 같고,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
상자 쌓아 놓은 모습이라서 '하꼬방'이라고 한다는 분도 있어요. 바로 저기 산복도로의 집들처럼요."
내 설명에 일행이 귀를 쫑긋거린다.
■ "알바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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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민동 동천빌라로 이어지는 계단에 선 일행. |
자갈치시장과 충무동 해안시장이 이어지는 지점의 천막에선
어구를 정리하는 할머니들이 보인다.
'고무다라이'에 낚시바늘을 끈으로 묶으며 하나하나 손질한다.
장어를 잡는 기구다.
요즘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젊은 사람은 잘 하지 않기 때문인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대부분이다.
갑자기 일행 한 명이 말을 건넨다.
"이거 한 통 작업하는 데 얼마나 걸려요?
일당은 얼마예요? 나중에 정 급하면 알바라도 하려고요."
그중 젊어보이는 아주머니가 대꾸해주신다.
"젊은 사람은 금방 배우지. 손이 빨라 한 통 하는 데 빠르면 1시간 반, 늦으면 2시간 넘고.
자기 시간 날 때 와서 작업하면 되는 일이라 많이 하면 그 만큼 일당도 많이 받아 가."
종종 동남아에서 시집온 이주 여성들이 어구를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내가 거들자,
아주머니는 "그 사람들은 하루종일 쉬지도 않아. 아가씨도 와서 얼른 배워서 해"하고 받아준다.
쏠쏠한 부업 정보를 얻은 뒤 간식을 한 봉지 챙겨드리고 나왔다.
자기 한 몸 부지런하면 굶지는 않는다는 말이 새삼 다시 생각났다.
■ 고등어 감별사, 바쁜 경매 현장
새벽의 자갈치시장과 충무동 해안시장을 빠져나오니 생선 포장에 필요한 얼음을 공급하는 제빙공장이다.
그 옆에 있는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으로 넘어간다.
우리나라 수산물의 최대 집산지인 공동어시장은 지금 고등어가 제철이라 엄청난 양의 고등어가
시장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송도해수욕장에서 고등어축제도 열리고, 부산을 상징하는 물고기 또한 고등어.
부산은 고등어의 본고장이다.
일행에게 "고등어의 암컷과 숫컷을 구별하는 고등어 감별사가 있다"고 알려주니, 한 일행이
"암수가 지방 함유량이 다르고 그에 따라 맛도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본 적이 있다"며 거들었다.
하절기 공동어시장 경매시작 시간은 오전 6시.
동절기는 이보다 30분 늦게 열린다.
이미 분류가 끝난 생선이 줄지어 바닥에 누워있다.
다랑어, 삼치, 고등어, 갈치, 오징어….
종류도 다양하다.
저쪽에서 상인들이 경매를 진행 중이다.
가운데 생선을 두고 빙 둘러싸서 빠른 수신호로 가격을 흥정한다.
손가락을 세우거나 손을 흔들거나 손바닥을 펴기도 하고 잠깐 고개를 돌리면 순식간에 누군가에게 낙찰된다.
여기서 경매가 끝나면 우르르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순식간에 사람이 썰물처럼 빠지고 낙찰된 생선은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함께 담겨 차량으로 이동한다.
난생처음 경매를 접한 일행은 "신기하다"며 연신 "우와우와" 한다.
한 명은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것이 부족했던지 다음엔 꼭 사진기를 가지고 오겠단다.
그는 "사람들이 왜 부산을 떠올리면 바다부터 연상하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고 했다.
어시장 풍경에 푹 빠진 듯하다.
■ 영도다리 도개 장면을 안방에서?
생선 사이를 비집고 다니다가 공동어시장 정문 쪽으로 발을 돌렸다.
게시판에 오늘 배에서 내린 생선상자 숫자가 적혀있다.
수신호 경매 방법도 적혀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에 바라본 공동어시장은 눈부신 황금 해를 낚아올리는 공간이었다.
공동어시장에서 천마산 쪽 산복도로를 향해 올라간다.
공동어시장과 멀지 않은 남부민초등학교를 끼고 옆으로 돌면
곰돌이맨션을 지나 테라스형 아파트인 동천빌라가 나온다.
아랫집 지붕이 윗집 마당이 되는 구조를 가진 오래된 아파트이다.
4동으로 이루어진 이 아파트는 사이사이 골목에 화단이 정겹다.
남부민1동 산복도로에서 내려보는 남항과 바닷물에 비친 일출을 보며 한동안 숨을 고른다.
계단 위에서 길고양이들이 일행을 지켜 본다.
계단을 따라 오르고 또 오르면 동천빌라 옥상 주차장.
산복도로에는 도로 노면과 맞닿은 옥상에 주차장을 내어 쓴다.
일행은 "한번 살아보고 싶다"며 탐을 낸다.
"매일 바다를 보며 살면 좋을 것 같다."
"영도다리를 드는 도개 행사도 집에 앉아서 볼 수 있겠다."
산복도로의 골목길을 걷기 시작한다.
길은 초장동 아랫길로 이어진다.
초장동과 남부민동 경계 지점에 한때 홍등가로 유명했던 일명 완월동이 나온다.
정부가 단속하면서 대부분 없어졌지만 아직 일부는 남아 있다.
여기서 길 하나 건너면 다시 충무동시장.
또 바로 그 곁이 자갈치시장과 충무동 새벽시장이다.
근처에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과 충무동 교차로가 있어 교통이 편한 요충지이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다 보니 배가 출출하다.
"오랜만에 많이 걸었다. 체력이 비루해졌다"는 일행의 푸념이 재미있다.
자갈치시장에는 일찍 문을 여는 식당이 많다.
우리는 아침밥을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말도 없이 밥을 뚝딱 해치웠다.
'공정여행'을 지향하는 핑크로더여행사의 브랜드인 '부산홀릭' 이름으로 만든
스케치수첩에 자신만의 여행이야기를 기록해보길 당부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청년 사회적기업 핑크로더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