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독립을 위해 정연주가 나가야한다
KBS 앞에서 촛불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노동조합 집행부는 촛불 집회 첫날인 6월 11일 밤 시위 참가자들이 만장을 쓰러뜨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위 현장에 도착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감사원의 정치특감을 규탄했다. 이명박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면 촛불의 힘으로 막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들의 주장은 순수했고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만장을 다시 세워달라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시위 참가자들은 쓰러진 만장을 곧바로 다시 세웠다.
노동조합은 시민들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나선 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노동조합이 정연주 사퇴를 주장하는 배경과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KBS 내부의 자세한 속사정을 모르니 자세히 대화를 나누자고 요구했다. 노동조합도 둘째 날인 12일 정연주 퇴진의 당위성에 대해 토론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시위 시간 동안 만장을 치워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토론이 약속된 12일 밤 토론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본관 앞에 세워졌던 만장을 뽑아내는가 하면 만장을 쓰러뜨리기도 했다. 술 취한 한 시위 참가자는 노동조합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우 폭력적인 태도로 만장을 내던졌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정연주를 지키자는 구호를 외쳐대며 사실상 노동조합과의 토론을 거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동조합은 만장을 치울 수 없었다. 정연주 사퇴 요구의 정당성에 관한 토론이 만장을 치우는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KBS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PD협회 명의 광고가 촉발됐다. 진보 진영의 인터넷 언론인 <미디어스>도 ‘누리꾼들이 KBS를 지키자는 촛불 집회를 아고라 게시판을 통해 자발적으로 열게 된 데는 KBS PD협회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실은 광고도 한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조합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공영방송 지키기 움직임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공영방송 KBS의 주인인 국민의 뜻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연주를 둘러싼 일부 사내 정치 세력들이 편향된 정보를 제공해 순수한 촛불의 의미를 오도하려 한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봐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사내 일부 정치 세력들의 정치 편향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이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한 때가 왔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킨다는 미명 하에 정연주 지키기에 나선 일부 PD협회 집행부는 노무현 정권이 전투경찰까지 동원해 권력의 힘으로 정연주를 KBS에 밀어 넣을 때 어디에 있었는가? 그때는 KBS의 정치적 독립성이 필요 없었는가? 권력으로부터 KBS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협회 김 모 협회장은 어떤 이유로 청와대에 들어가 당시의 권력 노무현과 정연주 입성 문제를 논의했는가? 정연주가 KBS 구성원과 시민 사회단체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KBS에 다시 낙하산을 타고 들어왔을 때 김 회장은 무엇을 했는가? KBS의 정치적 독립성은 권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변하는 가치인가?
2008.6.13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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