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中毒)
어떤 일이나 사상, 약물에 집착하여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무슨 일이든 어느 정도는 몰두하여야 성과를 거두지만, 그게 습관화되면 중독 증세를 일으켜 여간해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나도 한때는 마라톤에 중독되어 마치 신앙처럼 여기며 전국을 누비며 달렸다. 매일 아침에 10km를 달리고 출근하였다. 더러 빠지는 날에는 초등학생이 숙제를 빠뜨리고 학교에 가는 심정이었다. 남들은 달리는 나를 보고 미친놈이라고 입방아를 찢어댔지만, 마냥 달리는 순간은 세상사 잊고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중독은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야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심취했던 마라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무릎 부상으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MRI 결과 연골이 손상되어 수술받았고 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재활훈련을 열심히 하여 대체 운동으로 등산도 하고 테니스도 하여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감사할 뿐이다.
나의 절친한 친구는 포항에 살면서 낚시광이다. 휴일이면 으레 바다낚시를 즐긴다. 언제인가 한 번은 낚시하는 곳을 찾아갔다. 학꽁치가 잡히는 시즌이었다. 나도 미끼를 달아 낚싯대를 바닷물에 넣었더니 연방 입질하며 학꽁치가 퍼드득거리며 올라왔다. 친구가 왜 낚시에 중독되었는지 이해가 갔다. 그 자리에서 회를 쳐서 소주와 곁들여 먹는 맛은 형언할 수 없다.
그렇게 낚시를 즐기던 친구가 어느 날 그만두었다고 한다. 친구의 말인즉 죽을뻔했다는 것이다. 낚시를 마치고 바닷가에서 언덕빼기로 올라왔다고 생각되던 순간 낭떠러지에 그대로 거꾸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마침 낚시하던 친구가 발견하여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으며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가서 검사했으나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 뒤로 고가품의 낚싯대는 버렸으며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중독은 무서운 것이다. 일이든 운동이나 술이든 너무 깊이 빠지면 헤쳐나오기 어렸다. 그래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아니 한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중독도 과욕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다. 중용(中庸)을 지키는 일이 어렵지만 습관화하여 습성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