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4157
네가 이미 눈치를 챘을지, 그동안 눈치채지 못해서 살아있는 것일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에선 너 역시 알고 있을거야. 이 기숙학교는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걸.
겉보기에는 이상할게 없어. 평범한 기숙형 사립고등학교에 가까운 형태지. 하지만 이 곳은 말 그대로 무언가가 어긋나 있어.
그래. 네가 생각한것과 같이, 이 학교에 너와 나를 제외한 사람은 없어.
눈치가 빨라서인지, 반대로 둔감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전학을 온지 이틀이 지난 오늘도 살아있고, 때문에 앞으로도 살아남아야 할거야.
믿기 힘들거라는 걸 이해해. 공포감이 앞설거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 명심해. 지금 상황에서 네게 필요한 건 침착함과 냉정함이야.
내게 무언가를 전하는건 이게 마지막이야. 말이든, 쪽지든, 다른 어떤 방식의 소통 시도든, 이 다음은 없어.
첫 번째, 무리지어 다니는 학생들의 접촉을 피하지마.
그 누구와도 어떠한 방식이든 접촉 자체를 안 하는 편이 안전하겠지만, 의도적으로 학생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행동을 반복하면 그것들은 네게 주의를 기울일거야.
학생들의 무리가 네게 말을 걸면 대답을 돌려줘.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 없어. 아무 말이나 대답해. 그것들은 서로 말을 전하는게 아니야. 경험을 위해 소리를 주고받을 뿐이지.
하지만 명심해. 처음에 무슨 헛소리로 대답을 했던간에, 다음에 같은 것을 마주쳤을때, 네가 돌려줬던 그 대답을 반드시 기억해야해.
그것들은 소통을 하는게 아니야. 소리에 대한 반응을 기억하는거지.
자극에 대한 반응이 경험한것과 다르다면, 그것들은 네가 학습하는 단계가 아니라는것을 눈치챌거야.
두 번째, 최대한 조용하고 한산한 장소들을 찾아서 기억해.
점심시간의 도서관이나 체육창고같은 그런 장소를 찾고 기억해놓도록 해.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았다고 해서 그곳에 웅크려 숨어있을 생각은 하지마. 고개를 들었을때 어느샌가 다가와 빤히 널 내려다보고 있는 그것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그것들은 어느 곳에서나 널 지켜보고 있을거야. 네가 어딘가에 숨으려고 구석진곳을 향할수록 더더욱.
인적이 드문 장소를 기억했다면 하루 내내 천천히 그 장소들을 돌면서 산책해. 그것들이 널 따라오거나 쳐다보더라도 개의치마. 눈에 띄어도 상관이 없다는 듯 당당하게 그곳들을 차례로 돌아.
너도 알고 있을거야. 그것들에게는 목적이 없는 움직임이 더 자연스럽다는걸.
끊임없이 그 과정을 반복해. 단순히 네가 그 루트를 돌던 학생을 보고 학습한것처럼. 그렇게라도 해야, 최대한 그것들의 눈을 피하는 시간이 늘테니까.
하지만 조심해. 그것들은 네가 만든 그 루트도 배우고 따라할지 몰라. 만약 그 경우라면 티나지 않게 빈도를 줄이고 다른 루트를 찾아.
세 번째, 혼자 다니며 그것들을 피하는 것 같은 학생이 있어도, 섣불리 다가가지마.
내가 네게 이렇게 쪽지를 건넨 것 처럼 접근하지 말라는거야. 아무리 그 학생이 '어긋나지 않은 존재' 같이 보인다고 해도, 접촉을 함부로 시도해서는 안돼.
기억해. 내가 말했듯, 이곳에 너와 나를 제외하면 사람은 없어. 교직원을 포함해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잊지마. 네가 이곳에 전학올때는 이상함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는걸.
그게 뭐가 됐든 간에, 학습과 경험이 많이 이루어질수록 발전하는건 당연한 결과야.
그것들은 학습하고, 모방하며, 기억해. 소리의 모양을 말처럼 만드는 방법, 조작해낸 말을 주고 받아 대화를 구성하는 방법, 구성한 대화를 적용하는 방법.
그리고 몇몇의 그것들이 인간을 재료로 학습을 반복해온 기간은,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길어.
명심해, 그것들이 너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네가 이곳에서 무언가를 완전히 구분해낼 수 있다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어. 그러니 그 무엇도 믿지 마.
네 번째, 밤이라고 섣불리 움직이려 하면 안돼.
말했듯 그것들은 사람을 학습해. 하지만 말을 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과 달리, 그것들은 잠을 학습하지 못해.
단순히 소리를 주고 받거나 근육을 움직이는 것은 따라하기 쉽지만, 잠에 드는 것은 보고 숙면이라는 걸 이해해서 학습하기 어려우니까.
그래, 맞아. 기숙사에 어둠이 깔리고 밤이 깊었다고 해서 그것들이 잠들었다 생각해서는 안돼.
네가 모두가 잠들었다 생각하고 움직이는 순간, 어느샌가 그것들은 네 뒤를 쫓아 다가오고 있을거야. 네가 소리를 죽이려고 살금살금 움직이는 것 까지 흉내내면서.
기억해. 그것들은 그저 몸을 눕히며 눈을 감은채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 있을 뿐이야.
네가 그것들의 눈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순간은 거의 없어.
내가 네게 알려줄 수 있는건 여기까지야.
살아남아. 행운을 빌어.
ㅡ
나는 쪽지의 내용을 다 읽고서 그녀를 바라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내게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안녕. 날씨는 오늘 쉬는시간이 되어 조금 부족하고 음악이 오고 있습니까?"
첫댓글 전학보내줘요..
뭐죠 바로 실전인가요 ㅠㅠㅠㅠㅠ
쪽지 건네는것도 반장 죽이고 뽀려서 학습된거 아냐?!
쪽지도 옛날에 다른 인간이 한 행동을 보고 학습한걸 똑같이 하는거고
사실 준 쟤도 가짜인건가
반장 죽였나 봐 살려내ㅠ퓨ㅠㅠ
이런류의 얘기 볼때마다 생각하는건데 한시가 빠르게 자살하는게 더 행복할수도 있겠다 싶음;;
일단 시도해본다... 한적한곳을 산책하라고요? 피크민 고.
쪽지도 옛날의.누군가이고 반복된학습한걸 들켜서 죽이고 ㅠ
쪽지는 찐이고 괴이가 행동학습한다고 쪽지를 전해주는게 포인트인거같아
(인간 따라한다고 쪽지줌 뭐라 써있는지도모르고 일단 따라함)
이정도면 쪽지가 아니라 보고서 길이네요 큼..암튼 도전
미친넘아 ㅠㅠ 다가오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