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slim life, 이사 가는 날
날이 정해졌다.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이 그 터전을 옮기는 날이 정해졌다는 그 말이다.
오는 2019년 5월 18일 토요일이 그 날이다.
2009년 5월 이맘때쯤에 지금 사무실을 임대차 계약하고 7월 1일에 개업식을 했으니, 딱 10년 만의 이사다.
엊그제인 13일 월요일에, 우리 중학교 18회 동문으로 ‘재경문경시산악회’에서 사무국장을 맡아 애씀이 큰 이성환 후배와 함께 고향땅 문경으로 달려간 것도, 사무실 이전과 연관된 행보였다.
사무실을 가까운 곳으로 옮기기는 하지만, ‘slim life’라고 해서 규모를 줄이다보니 버려야할 것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것들을 버릴 장소가 어디 마땅한 곳이 없어서, 일단은 문경 교촌의 우리들 텃밭인 ‘햇비농원’으로 옮겨놓기로 한 것이다.
이 후배가 동행한 것이 참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그 많은 버릴 것들을 나 혼자서 감당하느라 참 힘들 뻔했다.
그날 힘든 것으로 이삿짐 정리가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연일 이삿짐 정리로 분주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딱 사흘 남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그랬다.
새벽같이 나와서 옷을 훌떡 벗어 제키고 이삿짐을 싸고 또 쌌다.
그렇게 싸면서 사무실을 휘둘러봤다.
한국화가인 고선(高仙) 양승예 화백이 개업식날에 돈 잘 벌라는 의미로 들고 왔던 금전수 화분이 10년에 이르는 우리 사무소의 부침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었고, 같은 세월을 내 등 뒤에 걸려 있었던 액자의 글귀가 그 세월을 감당해온 내 삶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었다.
그 글귀, 성경 구약 욥기 23장 10절 구절로, 곧 이랬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그만큼 단련된 세월이었다.
이제 정금같이 될 때가 됐다.
금전수 화분에 아내가 따로 더 심어놓은 파릇파릇한 금전수 그 싹을 보면서, 내 얼핏 그리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