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면 뒷방에서 있는듯 없는듯 지낼 것 같지만
사람은 100세가 되어도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여전히 강함
그 존재감과 함께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 욕구가 있음
바로 독립욕구
100세가 되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올해 100세가 된 김기룡 할아버지
-내가 1918년 생이에요
-서울 용산 태생이에요
제 1 한강교 철교에서 수영했어요
-자전거는 다섯 살부터 타기 시작했어요
이게 내 다리예요
오랜세월 몸에 밴 습관
속도는 느리지만
100세가 되어도 여전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이유임
할아버지는 낡은집에서 혼자 지내고 계심
-홀아비 생활 사오십 년 했어요
-혼자 사는 게 제일 편해요
-백살 노인이 (혼자) 빨래하고 산다는 게
대단한 거예요
100세에도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이렇게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함
그럼 백세에는 혼자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할아버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보냄
생활에 필요한 것들 모두 방안에 놓여있음
모두 손만 뻗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음
이웃주민이 방 치워주러 옴
-그건 물이야
-이거 치워야 하지 않아요?
거부하는 할아버지
이 지저분한 공간을 치우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건의 위치를 보면 이해 할 수 있음
당장 생존에 필요한 생활도구들을 가까운 자리에 배치해
최소한의 움직임 만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함
방안을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으로
최적화 함
-이게 내 살림이에요
-밥해야 하면 해먹고
하기 싫으면 라면 끓여서 먹어요
-몸에 배서 괜찮아요
백세가 독립생활을 하기 위해선
깨끗한 공간보단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지저분한 공간이 더 안정감을 줌
-(수염) 안 깎으면 가려워요
근질근질해요
거울도 없이 가위로 면도 중인 할아버지
지저분한 가위로 대충대충 깎으심
사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가위 상태 신경 안쓰심
초고령기엔 좀 더 급격한 신체적변화가 일어남
그리고 퇴행에 맞춰
인간은 스스로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고 찾게 됨
김기룡 할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50년을 사셨음
눈감고 길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곳
자식들이 함께 살자고 해도 한사코 거부하심
-창살없는 감옥이에요. 아들네 가면
밥만 먹으면 우두커니 앉아 있기만 해요
여기 있으면 밥먹고 자전거 타고 한바퀴 빙빙돌아요
초고령자의 경우
최적화된 공간 속에서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곳에서
마지막까지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는 욕구
이것이 바로 초고령자의 마음
젊은 시절과 달리 100세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삶을 살아야 함
공간이 비좁아지는 이유 역시
손이 잘 닿는 곳에, 최적화된 장소에 물건을 쌓아두기 때문
최적화된 환경을 만드는 초고령자들의 이런 행동은
공간 뿐 아니라 정서에서도 나타남
새벽 6시부터 빨래 걷고
다림질 하는 할머니
-열어홉 살에 결혼해서
맨날 이것만 하고 살았어요
매일 다림질 하는 옷은 출근하는 가족들 옷
와이셔츠부터 속옷까지 정성껏 다림
-세탁기로 빨면 쭈글쭈글해서
이걸 어떻게 입으라고 줘요
하지만 가족들은 이런 할머니가 걱정임
최근 많이 쇠약해져있어 가족이 다림질을 만류해보지만
소용이 없음
이불보에 수건까지 다림질 하심
주름하나 없이 펴놓은 빨래
할머니는
최근 치매 진단을 받으심
불을 낼 뻔한때도 여러번 있었음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매일 실랑이를 벌이지만 소용없음
-시어머니가 지금 몸이 무척 안 좋으시거든요
어젯밤에도 잠 한숨 못 주무셨는데
-당신이 평생 하던 일이니까 기어이 하려고 하는데
체력이 너무 약해져서
다리미 숨겨 놓으려고요 오늘은 쉬시라고
또 다림질 하려는 시어머니 말리는 중
시어머니 : 아무 걱정 하지마
뭐든지 자기가 할 수 있으면 하고 할 수 없으면 못하는거야
다리미가 없어서 찾는 중
금세 포기할 줄 알았지만 예상은 빗나감
결국 찾아냄
할머니는 왜 이렇게 다림질에 매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시는걸까?
-시집살이를 40년 동안 했어요
그래도 시어머니한테 한 번도 혼나지 않고 살았어요
가난한 시절 할머니는 다림질과 삯바느질로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냄
다림질은 젊은 시절부터 할머니가 가장
잘하고 인정받는 일이었음
-이게 내 직업이에요
구십 평생 직업이에요
나 지금 99세인데 다 해요
안하는거 하나 없어요
구십 살 아니라 백 살이 돼도 할 수 있으면 해야죠
노년이 되면 젊은 시절
가장 잘하고 인정받았던 일들이 습관으로 남게 됨
인정받는 일을 할 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
이러한 심리는 초고령자가 될수록
더 강하게 나타남
노년기에는 새로운 일이나 경험을 피하려고 함
대신 익숙한 일들을 선택하려고 함
정서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만들려는 욕구
즉 정서적 최적화라고 함
노인들의 이해 할 수 없는 고집스러운 행동들은
이 때문에 생기는 것
매일 같은 시간
사진관에 나타나는 할아버지
늘 같은 자세로 365일 사진관 출입문을
지키고 서있음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할아버지
-사진작가이고
한국 사진작가협회를 만든 1세대예요
할아버지는 유명한 풍경사진 작가로 전 세계를 돌아다님
95세까지 60kg이나 되는 짐을 지고
전국 명산을 누빔
아프리카 케냐에서 사진 촬영 중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사의 고비를 넘긴 할아버지는
그 후 촬영을 중단하고 사진관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음
집에서 사진관 까지 약 27km나 되는 먼 거리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음
젊은 사람도 지칠 만한 출근길
그렇게 힘들게 온 사진관에서
할아버지의 역할은 하루종일 서 있는 일
바쁜 사진관 직원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거들어보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방해만 됨
때론 눈치도 보이지만
그래도 이곳에 오는 것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일
-와서 물어보면 가르쳐주고
모르는 거 잘못된 거 있으면 가르쳐 주고 그래요
이제는 습관이 되버린 일상
이곳에 와야 할아버지는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음
그리고 또하나의 습관이 있음
점심때는 매일 똑같은 과자를 삼
과자를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할아버지
선물 주인공은 이 식당 사장님
할아버지는 이곳에 늘 같은 시간에 찾아와
같은 자리에 앉고 또 변함없이 같은 음식을 주문
이가 불편하셔서 잘 못드시니까 가위로 자르는 중
9년간 매일매일 오신 할아버지
자연치아가 없어서 순두부만 드심
매일 정성껏 반찬을 준비해주는
사장님이 고마워 초코과자 선물로 주심
할아버지는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꼬박 6시간을 서서
문밖을 바라보심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때문
바로 함께 사진 작업을 했던 후배와 제자들
-지금 다 아프대요
매주 월요일에 나오던 사람도 아파서
아직까지 안 나온다니까요
-전화를 받지 못하잖아요, 귀가 나빠서
혹시나 하는데 안 와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오늘도 이뤄지지 않았음
-내일 또 오실 거예요?
언제까지 오실 거예요?
- 죽기 전까지
생의 끝을 달려가는 백세에게도
존재감을 찾는 일은 오늘을 버티는 힘이 됨
첫댓글 눈물난다 . ㅠ ㅠ
진짜 대단하시다ㅠㅠ 나도 백세까지 꾸준히 할수있는 무언가가 있을까?
성실한 사람들이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