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회장 정몽구)이 향후 승계 과정에서 최근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그룹처럼 외국인 기관투자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이 정의선 부회장 승계의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히지만 외국계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외국인 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외국계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외국인이 지분을 보유한 곳은 모두 11곳으로 조사됐다.
이 중 엘리엇과 같은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로템, 현대하이스코 등 3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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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글로비스
특히 현대모비스와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27.65%였다. 현대글로비스 대주주 우호 지분율(39.34%)보다 11.6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유럽계 기관투자가인 덴 노르스케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Den Norske Amerikalinje AS)가 12.04%의 지분을 갖고 있어 향후 그룹 승계를 위한 합병 등의 결정에 반대표를 던질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이 기관투자가는 노르웨이 해운사이자 모회사가 되는 빌헴슨 아사(WILH.WILHELMSEN ASA)로부터 지난해 4월 현대글로비스 주식 376만3582주(10.4%)를 모두 장외매수한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승계를 준비 중인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23.29%)라는 점에서 제일모직(최대주주 이재용 부회장 23.24%)과 비교되기도 한다. 현대모비스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은 각 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블록딜을 통해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우호 지분이 52.73%에서 39.34%로 13.39%포인트 급락했졌다. 이에 반해 외국인투자자 지분은 22.89%에서 4.76%포인트 높아졌다.
승계 현안과는 거리가 있지만 현대로템도 외국계 기관투자가인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MSPE Metro-Investment AB)가 24.8%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외국인 지분이 25.9%에 달했다.
현대하이스코는 일본 JFE스틸의 7.99% 지분을 포함, 외국인 지분율이 16.22%였다.
다만 현대로템과 현대하이스코는 우호 지분이 각각 43.36%, 55.03%로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이 외에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등 주력 3사를 포함한 8곳은 지분율이 5% 이상인 외국계 기관투자가는 없었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상당히 높았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0.28%로 우호 지분율보다 20.1%포인트나 높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44.4%, 38.61%로 우호 지분율에 비해 18.44%포인트, 2.99%포인트 웃돌았다.
그러나 현대건설(23.83%)과 현대제철(24.26%), 현대위아(20.85%), 현대비앤지스틸(5.92%), HMC투자증권(4.19%) 등은 우호 지분이 외국인 지분보다 많았다.
[CEO스코어데일리/김종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