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인사를 다닐 분들을 의논하고, 선물을 샀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같이 인사를 다니자고 했었는데, 김민정 씨가 입원을 하면서 연말 선물은 새해 선물이 됐다. 곱게 포장하고, 같이 길을 나섰다. 성은미용실과 명동의류 중 어느 곳을 먼저 갈지 여쭈었다. “싯쟝(시장).”이라고 답한다. 명동의류를 먼저 가면 된다.
명동의류 사장님은 얼굴을 보고 건강 걱정부터 하신다.
“민정 씨, 오랜만이야. 코는 왜 그래요?”
사장님의 질문에도 답이 없다. 김민정 씨가 직원의 얼굴만 보고 있어서 두어 걸음 떨어져 두 분의 대화를 그저 지켜봤다.
“아, 후후.”
“다쳤어요?”
“네, 네.”
“어떻게 하다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응응’ 하며 직원을 손으로 가리킨다.
“넘어져서 다쳤어요.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엊그제 퇴원했어요. 연말에 인사 나누고 싶다고 하셨는데, 입원 때문에 신년 인사가 됐어요.”
“민정 씨, 이런 거 안 사와도 돼. 아버지는 보고 왔어요?”
“네, 네. 히히.”
“선물 안 사와도 괜찮아. 언제 와도 반가운 사람인데, 그냥 와도 반가워요. 이런 거 사지 말고, 아버지 맛있는 거 사다 드려요.”
“네, 네.”
명동의류 사장님께서 고맙다며 수면 양말을 선물로 주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드리고 성은미용실로 향했다.
성은미용실 사장님도 민정 씨의 코부터 걱정하신다.
“아이고, 민정아. 코는 왜 그랬어?”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배시시 웃는다.
“또 넘어졌는갑네. 아프겠다.”
“네. 아, 후후.”
“아팠어? 이런 거는 또 왜 사 왔어? 돈도 없는데, 그냥 오지.”
“….”
역시 오래된 관계다. 주머니 사정도 다 알고 계신다.
“저번에 머리할 때 아빠 보러 간다며, 아빠 보고 왔어?”
“네, 아빠.”
“아빠 보고 왔네. 아버지 잘 계시나?”
“예, 예.”
여기서도 아버님의 안부를 물으실 줄은 몰랐다. 민정 씨와 아버지를 궁금해 하고, 걱정하는 분이 많다.
“민정이 코 왜 그래요, 선생님?”
민정 씨에게 한참 질문하던 사장님이 직원에게 물으셨다.
“넘어지셨어요. 코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해서 수술하고 엊그제 퇴원했어요. 연말에 인사드리려고 선물 준비했는데, 입원하느라 신년 인사가 됐어요.”
“아이고, 민정아. 이런 거 안 사와도 돼. 다음부터는 이런 거 사지 말고 그냥 와. 내 선물은 안 사도 돼. 알았지?”
“네, 네.”
“이런 거 살 돈 모아서 아버지 선물 사야지. 아버지 잘 챙기고.”
“예, 예. 히히.”
손님이 계셔서 길게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나누고 가게에서 나왔다. 김민정 씨는 나오면서도 ‘히히’ 웃는다.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성은미용실 사장님과 명동의류 사장님이 같은 말씀을 하셔서 놀랐다. 코는 어쩌다 다쳤는지, 아버지 댁에 다녀왔는지, 자신에게는 빈손으로 와도 반가우니 아버지부터 챙기라는 말씀까지…. 어떤 관계를 쌓아왔는지 짐작이 간다. 선물 거절도 가까운 사이에 할 수 있는 것이니까.
2025년 1월 2일 목요일, 구주영
민정 씨, 민정 씨 아버지 걱정하고 안부 물어주시는 사장님들 고맙습니다. 신아름
뒤늦은 연말 인사 겸 새해 인사, 주선해 주셔서 고맙고, 김민정 씨가 기쁘고 즐겁게 여기시니 감사합니다. 글의 마지막 문단, 성은미용실 사장님과 명동의류 사장님의 똑같은 반응과 말씀이 정말 신기하네요. 이렇게 관계하며 지내게 도와줘서 고맙고, 이렇게 더불어 사니 감사합니다. 월평
첫댓글 "어떤 관계를 쌓아왔는지 짐작이 간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자연스럽게 안부를 주고받고 아버지 건강까지 염려해 주시는 정겨운 대화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