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전 심각한 졸혼위기를 넘기더니 졸지에 각방 쓰는 신세가 됐다.
주변을 보니 각방을 쓰는 집이 부쩍 많아 진 듯 하다.
그 이유야 많고 많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여자쪽 이유 일거라 본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진즉에 침대를 안 쓰고 바닥에 잤다. 괜스레 침대에서 자고 나면 허리가 아프고 찌부둥 했다.
침대가 아니지만 한 이불에 자면서 만리장성도 쌓고 40년을 애환했다. 때로는 부부싸움으로 톨아져 돌아눕기는 했어도
각방에 자기는 않았다.
여자 나이 60대 중반이면 살만큼 살고 산전수전을 모두 넘었다. 흘러간 세월에 생리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어 폐경기가 오고
갱년기가 되었다. 거기다가 호르몬 이상으로 우울증 까지 와서 하찮은 일에도 화가 치미는 분노장애까지 덤으로 왔다.
게다가 불면증은 불청객처럼 매일 밤을 괴롭혔다. 나의 코고는 소리도 예전에는 여상스럽다더니 지겹게 들리기 시작한단다.
옆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귀찮음을 지나 괴롭게 들리기 시작했다니.
한 이불에서 각자이불로 떨어져 자기를 제안하고 실행한지 몇 달이 지났다.
각자의 이불에 자보니 조금 허전하기는 해도 나도 편한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이것까지는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사십년을 일편단심 했던 삼가움도 이제 소 닭 처다보듯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짓궂은 후배녀석이 옛날에 왜 첩을 두었는지 이제사 알겠다고 넋두리 하던 말에 동감도 하건만은, 혹여 비몽사몽간에라도
다리를 얹어보고픈 심사도 도망간지 오래되었는지라 각자 꿈나라 가는 밤에 익숙해졌다.
어떤 날에는 선잠에 잠꼬대하는 소리와, “아야아야” 하는 신음소리도 자장가인양 하며 자기코 자기쉬고 내코로 내숨 쉬며
오히려 편하게 잠 잘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전 자기의 6촌 동서가 암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내가 당신들 집구석에 시집와서
내명대로 못살고 졸지에 내가 먼저 죽을지 모른다며 억부소리를 한다.
우리는 6촌이내 재종반이 30명인데 아재 형님뻘 중에서 상처한 분이 다수이고, 바로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도 상처한 분이니
나도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다.
할아버지 4형제 중 세분이 상처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거기다가 작년에 60도 안된 재종수씨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하직하고, 형수 한분도 알츠하이머로 타계하니 조상의 유전인자에
분명 그런 인자가 있어 마누라를 잡아먹지 않나하는 주장이다.
그것 까지는 일리가 조금 있다손 치더라도 어떤 점쟁이가 이 남자에게 시집가면 니가 먼저 죽는다 했다나 뭐라하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양반과 함께 오래 자다가는 보이지 않는 막강한 기에 눌려 졸지에 황천 가겠다 싶었는지 아니면
유명을 달리 하겠다고 보았는지,
어느날 저녁 자기 이불을 작은 방으로 끌고 가면서 오늘부터 각방이다며 폭탄선언을 한다.
벌써 열흘쯤 지난 것 같다.
그간 옆지기가 잠을 깰까 조심스레 화장실에 가고 하던 일도 신경 안서도 되지만은 자주 가위눌려 소리 지르고,
무호흡 증상도 있는 것 같아 간간이 맥박을 짚어 보아야 하는데 이게 안되니 혹시나 밤새 안녕하면 자식들에게 무어라
궁색한 변명을 해야 할지 그것이 문제로다.
그래도 나는 안방은 내가 차지하여 궁색한 체면은 되지만은, 마눌에게 안방침대 내주고 거실쇼파에서 쪼굴잠을 자야하는
푼수 같은 반핑들은 그 넘쳐나던 정력들은 어디메다 다 흘려버리고 제마누라 하나 간수를 못해서 문전박대는 아니다 할지라도
방문박대를 당하느냐 말이다.
어떤 못난 잉간들은 마눌이 대문 닫은지 오래인 줄도 간과하고, 술이라도 한잔 걸치고 들어와서는 예전처럼 소원성취 안 해준다고
행패까지 부려 각방을 넘어 황혼이혼까지 당하니 이를 설워해야하나 고소하다 해야 하나.
이것이 황혼이혼 사유의 다수를 차지한다니 사필귀정이란 표현이면 합당할지 모르겠다.
암을 비롯한 모든 성인병은 저체온일 때 발생한다고 한다. 아랫배가 차면 장에 이상이 오고 자궁이 냉하면 자궁암이 된다.
감기를 한기가 들었다 하듯이 몸에 찬기운이 들어오면 병이 생기고, 암세포는 열에 약해서 열로 암을 치료하는 치료법이 활발하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부부간에 붙어서 자면 체온이 평온 1도 상승한다 하니 어떤 보약보다도 좋은 처방이니 누가 뭐라해도
부부는 붙어서 자야한다. 금슬을 떠나 건강하게 그리고 오래 살기 원한다면 말이다.
초저녁 잠이 많은 영감탱이 나는 어제 밤도 대각선으로 작은방 문이 보이는 방문을 활짝 열어두고 귀를 그 방쪽에 열어두고
일찌감치 잠결에 들었다. 마눌의 맥을 짚어봐야 할 경우는 원천 차단되었어도 긴급사태라도 생기면 즉각 출동태세는
갖추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초로에 자는 밤에 밤새 안녕시키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30분 이내 대학병원에 도착시키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친다 하니까.
첫댓글 워낭님~~이제 그것이 습관화되면 서로에게 편하고,좋은것이라는걸 알게 될것입니다.
세월의흐름에 순응하고,서로를위하는길입니다.
저도
편한점도 있긴해요
각방이 편하다고들 하데요 ‥
나이 들다보니 서로 귀찮아서‥
편한대로 사는게 좋은 것 아닐까요ㅗ
글세요
쫌 지내보구요
지내다보면 거기에 길 들여져서 그게 편하실 겁니다.
그런 위급상황 안 만들려면 평소 건강관리 잘하시구요.
워낭님 가정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70대는 어디서 자는 지도 모른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습니다
젊어서 남편이 잘하면 부인이 절대 떨어져 자는법이 없지요
2년여를 떨어져 자보니 참 편하고 좋던데 점점 정이 멀어져서 안되겠다 싶어
며칠전 다시 한방쓰자고 제안하고 신혼기분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부인께 잘하시면 다시 한방쓸 기회가 올 지 모릅니다
대체로
각방이 좋은가 봅니다
ㅎ
각방이 서로의 사생활 이
지켜줘서 좋아요 코를
골던지 자주께던지 등등
코골이 때문에
고민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지혜롭습니다
저도 각방 쓴지가 7~8년 되었는데
좋은 점이 너무 많습니다
공유해주시면
밴치마킹할께요
각방이던 합방이던 마눌님을 향한 속깊은 사랑은 변함없으실 분이네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좋게 봐주셔 고맙습니다
글솜씨에 매료되어 각방쓰건 한방쓰건 그건 별로 중요한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부인보다는 문장가로 성공해 보세요
부인이 벼개들고 문앞에 서 있을겁니다
기발한 생각이십니다
보여줄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웃으며 읽게 해 주셔서 고맙구요. 그러지 마시고 같이 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들면 잠은 줄어들고 병은 가까워지고 서로 도우며 따뜻한 마음으로 노후를 보내야 하지 않을가요.
조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동방이침(잠을 자는 방은 같으나 사용하는 침대는 다르다/내가 지어낸 사자성어입니다)을 하고 있네요.
침대를 2개 사놓고 큰것은 마누라가 작은 것은 내가 씁니다. 편한 것은 난 그냥 일어나기만 하면
침구정리(정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는 마누라가 해줍니다.
동방이침
현명한 대안 일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동침이란는건 ?
우리는 각자 침대임당 몸이 닿으면 잠못자는 부부랍니다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