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유럽이 맹렬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른바 ‘6월 페스티벌'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때문이다. 대망의 2004유럽선수권 결선 스테이지가 6월12일
개막한다. 오프닝 매치는 개최국 포르투갈-그리스의 한판 대결로 결정났다. 대회에 참가하는 16강호는 4팀 4개조로
나뉘어 6월23일까지 풀리그를 치른다. 각 그룹 상위 2팀씩 모두 8팀이 본선 2라운드에 진출한다. 8강(6월24~27일/이하
현지시간)?4강(6월30일/7월1일)?결승전(7월4일)은 단판 녹다운제로 진행되며 연장전 실버골 규칙이 적용된다.
결승전은 7월4일 19시45분 리스본 루즈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다. 본선 티켓을 거머쥘 만큼의 실력이면 우열 논쟁이 의미 없다. 어느 팀이든 한 순간
방심은 추락을 뜻하는 탓이다. 예외 없다. 조 편성도 기가 막히다.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러시아(그룹A)
프랑스 잉글랜드 스위스 크로아티아(그룹B) 스웨덴 불가리아 덴마크 이탈리아(그룹C) 체코 라트비아 독일 네덜란드(그룹D).
죽음의 조가 따로 없으며, 녹록한 그룹이 따로 없다. 이름값 만으로 포르투갈 러시아, 프랑스 잉글랜드, 스웨덴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를 8강 입성 예상 팀으로 꼽는 시각이 있는데, 위험한 예측이다. 그리스 스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라트비아까지 강하다. 난형난제, 막상막하의 접전을 신중히 점칠 수 있을 뿐이다.
마지막 기회다. 메이저대회 제패. 10여 년을 간절히 바랐건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유로2000서 프랑스에 밀리며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고 2002월드컵에서 한국에 패하며 조별 예선서 탈락했다. 어느덧 서른 줄. 차기 대회 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를 앞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희망적이다. 명감독을 영입해 챔프 노하우를
사사 받았다. 뒤를 받치는 든든한 재목들의 존재는 더없는 힘이다. 사상 최초로 대규모 축제가 안방에서 치러진다는 점도
청신호다. '골든 제너레이션(Golden generation)'. 그들이 최후의 진검승부를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골든 제너레이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R.마드리드)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L.피구(R.마드리드) R.코스타(AC밀란)
F.쿠투(라치오) 등 89, 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을 제패한 라인업을 일컫는 표현이다. 모잠비크 태생으로 60년대
포르투갈의 전성시대를 이끈 '흑표범' 에우제비오의 뒤를 잇는 이들 '황금세대'의 출현으로 사상 첫 메이저대회의 석권은
시간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황금세대가 절정기를 맞이한 2000년과 2002년 대회서 연방 고배를 마시며 좌절하고
말았다. F.쿠투는 35세, L.피구와 R.코스타는 32세. 황금세대에게 사상 첫 홈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인 유로2004는
정상 축배를 들이킬 라스트 찬스인 셈이다.
황금세대의 갈망을 실현키 위해서는 무엇보다 플래티넘 제너레이션(Platinum generation)과의 조화가 절실하다.
'플래티넘 제너레이션'은 포르투갈의 차세대 주축을 뜻하는 말로 포르투갈인으로는 최초로 맨체스터Utd. 저지를 입은
C.호나우도를 비롯 H.포스티가(토튼햄) H.비아나(뉴캐슬) R.콰레스마(바르셀로나) P.페레이라(포르투) S.사브로사,
C.티아고(이상 벤피카) 등이다. 2002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바 있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풍부한 경험의 베테랑들과 잠재력이 무한한 젊은 선수들간의 최적의 밸런스를 찾아내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우승의 관건"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스콜라리 감독의 전술적인 특징은 안정적인 수비 운용에 있다. 특히 더블 보란치 시스템(2명의 수비형MF)으로 중원에서의
1차 저지선 확보와 프레싱을 강조한다. 수비형MF 둥가의 은퇴 이후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2002월드컵 남미예선에서
좌초 위기까지 내몰린 브라질 A팀에 G.실바(아스날)와 클레베르손(맨체스터Utd.) 등으로 대표되는 더블 보란치 시스템
처방으로 본선행은 물론, 통산 5번째 우승을 일군데서도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이탈리아전서 포르투갈 A팀 데뷔전을
치른 스콜라리 감독은 그 동안 18경기(9승6무3패)의 테스트를 통해 디펜스 라인의 밑그림을 어느 정도 그렸다. 2명의
수비형MF에는 페티트(벤피카)와 코스티냐(포르투)가 합격 판정을 받았고 플랫4라인에는 좌측부터 N.발렌테(포르투)-F.쿠투-J.안드라제(D.라
코루냐)-P.페레이라 등이 우선 순위에 올랐다. 센터백 베투(S.리스본)와 카르발료(포르투) 우측 풀백 미구엘(벤피카)
등 대체 멤버가 두텁지만 N.발렌테와 포지션 경쟁을 벌여온 R.조르제(S.리스본)가 약물 복용 혐의로 본선 출장이
불투명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유럽의 브라질'이라는 닉네임만큼이나 화려한 테크닉과 천부적인 골 감각을 지닌 공격자원이 풍부하다. 기본 전형은 최근
A매치 5경기 연속골이라는 절정의 파괴력을 과시한 파울레타(파리생제르망)를 꼭지점으로 하는 S.사브로사-R.코스타-L.피구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특히 S-R-L 트리오는 수비라인을 단 번에 붕괴시키는 발군의 패스워크는 물론 스스로 골문을 가르는
슈팅능력을 겸비한 공포의 파괴자들이다. 2월18일 잉글랜드전서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L.피구의 농익은 플레이는 또다른
주목 포인트. 제1 선발과 비교해 손색없는 백업 멤버 또한 강점이다. 최전방 리저브로는 부상을 털고 컴백한 N.고메스(벤피카)와
H.포스티가가 대기하고 좌우측에는 H.비아나, R.콰레스마 등 신성들이 버티고 있다. 중앙 어태킹MF에는 브라질에서
귀화, 포르투의 챔피언스리그 돌풍을 이끈 데코와 젊은피 C.티아고가 R.코스타의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목표는
오직 하나다. 유로2004 우승이다"라고 밝힌 스콜라리 감독의 포르투갈 A팀 취임 일성이 현실이 될 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의심의 여지없이 유력 우승후보다. 포지션 어느 한 곳 허점 찾기가 쉽지 않다. 스쿼드 면면이 세계 최고 반열이라
평해도 과함이 없을 만큼 눈부시다. 2002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에 패한 뒤 사임한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후임으로
사령탑에 오른 이나키 사에스 감독 체제 이후의 상승세 또한 무적함대의 정상 진격에 힘을 불어넣는 요소다. 플레이오프로
밀려나는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자칫 방심할 수 있던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외려 값진 과정이었다. 64년
안방에서 치러진 대회 이후 무관의 설움을 곱씹은 무적함대. 그 절치부심의 반격이 포르투갈을 향하고 있다.
상승세를 긋고 있다. 플레이오프라는 난관을 거쳐 본선 무대에 올랐다고는 하나 전력의 이상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적함대의 고전이라기 보다는 그리스의 기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랐다는 풀이가 냉정한 현실 진단이다. 그리스에 허를
찔린 패배가 예선라운드의 유일한 고배. 최다득점, 최소실점을 기록했을 만큼 탄탄한 전력은 여전했다. 녹록지 않은 상대로
여겨졌던 노르웨이와의 플레이오프 2연승을 포함, 덴마크와의 평가전 등 사에스 감독 체제 이후 17전 12승4무1패(4월27일
현재).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 위를 향하고 있다.
사에스 감독은 경기마다 베스트 멤버를 바꿔가며 최적 조합 마련에 전력을 기울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는 방대한 인재풀이
바탕됐음은 물론이지만 치열한 경쟁 체제로 선수들간 선의의 다툼을 유도, 전력을 배가하기 위한 용병술 차원이었다. 카마초
전 감독과 마찬가지로 카탈루냐와 카스티아로 대변되던 지역 차별과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채 오직 실력으로서만 선수를
선발하는 '탕평책'의 관점을 견지하는 등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 또한 잊지 않았다.
무적함대의 한 치의 양보 없는 승선 경쟁의 현장을 살펴보자. 최후보루에는 I.카시야스(R.마드리드)가 한 발 앞서
있는 형국이지만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는 지난 3월31일 덴마크전에 나서 무실점 선방한 베테랑 S.카니사레스(발렌시아)의
등용을 점칠 수 있다. 여타의 포지션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플랫4 라인의 경쟁 또한 극심하다. 유력 제1
선발은 좌측부터 C.푸욜(바르셀로나) C.마르체나(발렌시아) I.엘게라, M.살가도(이상 R.마드리드). 푸욜이 중앙
수비 강화를 위해 센터백으로 이동할 경우 라울 브라보(R.마드리드) 카프데빌라(D.라 코루냐)가 측면 풀백으로 나설
가망성이 짙다. 물론 이들은 언제든지 선발 출격이 가능한 자원이다. 더불어 힘과 세기를 겸비한 C.마르틴(D.라 코루냐)과
후아니토(R.베티스)가 센터백, 부상에서 회복한 M.파블로(D.라 코루냐)가 우측 풀백의 스타팅 포지션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더블 시스템으로 포진하는 수비형 미드필드 진영은 주전 다툼이 다소 덜한 포지션. 사에스 감독이
'필수 불가결'이라는 찬사를 보낼 만큼 '박쥐군단' 발렌시아 듀오 R.바라하와 D.알벨다의 선발 투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단 공격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경우 발군의 패싱력을 갖춘 샤비 알론소(R.소시에다드)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무적함대의 최강점이라 할 수 있는 공격라인엔 유수한 공격자원들이 즐비하다. 원톱 또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형태로 포진하는
최전방에는 스페인 A팀 역대 최다득점(38골)자 라울(R.마드리드)을 꼭지점으로 F.토레스(A.마드리드) 라울 타무도(에스파뇰)
등이 뒤를 받치는 모양새. 허나 챔피언스리그에서 눈부신 선전을 거듭 중인 '돌아온 골잡이' 모리엔테스(AS모나코)와
최근 급성장했다는 호평을 듣고 있는 A.루케(D.라 코루냐) 구티(R.마드리드) 등 발렌티어들의 도전이 만만치가 않다.
특히 최근 덴마크전을 통해 1년 여 만에 A팀에 복귀, 선제골을 잡아내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리엔테스의
가세로 포워드 경쟁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물 오른 절정의 기량을 과시 중인
플레이메이커 후안 발레론(D.라 코루냐)이 공격형 MF로 나서는 가운데 좌우측 날개를 놓고 左 비센테(발렌시아) 호세
레예스(아스날) 右 에체베리아(A.빌바오) L.가르시아(바르셀로나) 등이 치열한 넘버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성장세가
뚜렷한 호아킨(R.베티스)과 A.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등의 깜짝 발탁도 배제할 수 없다.
야신 후예들의 새 역사 창조는 가능할 것인가. 1950, 60년대 레전더리 골리 야신을 앞세워 지구촌 최강군단으로
군림한 러시아가 전통 명가 부활을 다짐하고 나섰다. 유럽선수권 초대 대회 챔프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주겠다는 것. 베테랑들의
농익은 경기 운영과 신참들의 주눅들지 않는 패기를 무기로 이베리아 반도를 뒤흔들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개최국 포르투갈, 우승후보 스페인, 다크호스 그리스의 전력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데다 감독 교체와 약물 파동 등으로 선수단 분위기가 뒤숭숭하기 때문이다. 내부 결속력 확보가 명예회복의 관건이다.
지난 발자취만 놓고 본다면 화려하기 그지 없다. 원년인 60년 프랑스 대회 챔프에 64, 72, 88년 대회 준우승
등 이력이 눈부시다. 허나 이 모든 게 구소련 때의 일이다. 92년 분리, 독립을 기점으로 따진다면 92년과 96년
대회 본선 턱걸이 진출이 전부다. 지난 대회엔 얼굴 조차 내밀지 못했다. 그마저도 92년 대회 땐 '독립국가 공동체(CIS)'라는
'연합군' 형태로 출전했으니 96년 본선행이 온전한 러시아 역대 최고 성적인 셈이다. 최근의 메이저대회 본선 진출인
2002월드컵에서 명예 회복에 도전했으나 일본 벨기에에 연패하며 쓰디 쓴 고배를 마시기도 한 러시아다.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고전 끝에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예선 초반 홈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할 때만 해도 거침 없어 보였다. 하지만 원정 4연전에서
2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탈락 위기까지 내몰렸고 결국 사령탑 교체라는 강수를 둬야만 했다. 발레리 가재프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넘겨 받은 게오르기 야르트세프 감독은 선수들의 해이해진 정신 상태를 질타하며 분위기를 다잡는 동시에
복수 포지션 구축으로 자체 경쟁을 유도하는 등 전력 배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쇄신책이 효과를 발휘, 후반 2경기를
잡아내며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따냈고 비운의 스타 라이언 긱스(맨체스터Utd.)가 버티고 있던 웨일스를 밀어내며 8년만의
본선진출을 일궈냈다.
후방과 중원은 경험을, 전방은 패기를 앞세운 신구 앙상블이 특징이다. S.오프쉰니코프 골키퍼를 비롯 V.에프시프,
D.센니코프(이상 로코모티프 모스크바), V.오노프코(사투른), S.이그나쉐비치(CSKA모스크바) 등 플랫4 라인엔
노련미 넘치는 베테랑들이 포진한다. 미드필드라인도 마찬가지다. A팀 유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의 수비형 MF
A.스메르틴(모츠머스)을 위시로 백전노장 A.모스토포이(셀타비고), 러시아 리그 득점왕 D.로스코프(로코모티프 모스크바),
부동의 우측 날개 R.구세프(CSKA모스크바) 포르투 신화의 주역 D.알레니체프, 유틸리티 플레이어 V.라디모프(제니트)
등 '안정감'을 우선시 한다. 반면 전방은 스피드와 힘을 앞세운 영건들을 내세워 상대 골문을 위협한다. 스위스전 해트트릭의
주인공 D.불리킨(디나모 키에프)과 러시아의 미래 D.시체프, 전전후 공격옵션 M.이즈마일로프(이상 로코모티프 모스크바)
창의적 스트라이커 A.케르차코프(제니트) 등이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맨파워면에선 그리 뒤지지 않지만 극복해야 할 난관이 한 둘이 아닌 러시아다. 감독 교체는 명암을 동시에 던졌다. 하락하던
흐름을 반전시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본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수장이 바뀌었다는 점에선 그렇지 못하다.
전략, 전술 변화 등으로 스쿼드의 교체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선 무대를 밟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다. 불안 요소다. G.야르트세프 감독은 "본선행을 이끈 예선전의 레귤러 멤버는 부상 또는 컨디션
문제만 없다면 포르투갈에 데려갈 것"이라고 밝힌 상태지만 '뇌관'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웨일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약물 양성 반응으로 공식 경기 1년간 출장 정지를 받은 공격형MF I.티토프(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공백도
아쉽다. 3월20일 러시아 리그에서 A팀 동료인 S.이그나쉐비치와 D.불리킨이 난투극을 벌여 1개월 출장 정지 명령을
받는 등 내부의 혼돈을 정리하는 것이 시급한 러시아다.
만만치가 않다. 이름값만을 놓고 저울질하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한 조에 편성된 개최국 포르투갈을 비롯 스페인
러시아가 녹록지 않은 상대임은 분명하지만 파죽지세의 그리스 또한 결코 쉬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괜한 어림짐작이
아니다. 예선라운드를 기점으로 지난 3월31일 스위스와의 평가전까지 15경기 무패행진(11승4무). 거침없는 행보에
맞섰던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그리스의 거센 질주를 멈춰 세우질 못했다. 8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4년만에 본선 무대를
밟는 그리스. 기다림의 깊이 만큼이나 발칸반도 남단으로 향하는 시선이 뜨겁다.
80년 유럽선수권 3전 1무2패. 94년 월드컵 3전 전패. 사상 세 번째 메이저대회 본선 무대에 오르는 그리스의
지난 발자취다. 내세울 만한 게 못 된다. 허나 과거의 흔적으로 모든 것을 재단, 만만히 보다간 큰 코 다치기 딱이다.
조별 예선라운드 3차전을 시작으로 단 한 번도 패배의 쓴잔을 들이키지 않은 그리스다. 초반 라울과 세브첸코가 이끄는
스페인과 우크라이나에 연패했지만 남은 6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당당히 조 선두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그것도 무실점 연승.
스페인을 플레이오프로 밀어낸 기세가 실로 하늘을 찔렀다. 유로2004 길목에서 포르투갈(1-1무) 불가리아(2-0승)
스위스(1-0승) 등 본선 진출국들과 치른 평가전서도 무패질주. 특히나 본선에서 한 조에 속한 스페인 포르투갈을 상대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 심장한 전과라 할 수 있다. 그리스의 약진은 자국리그의 경쟁력 강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90년 이후 수도 아테네를 연고로 하는 파나티나이코스 AEK아테네 올림피아코스 등이 챔피언스리그, UEFA컵으로
대변되는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그었다. 대표팀의 인재풀이라 할 수 있는 리그의 세계화는
자연스레 A팀의 전력 강화로 연결됐고 24년만의 본선 진출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우리의 강점은 변화무쌍한 전술 구사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유기적 결합에 있다." 베르더 브레멘,
바이에른 뮌헨 등을 이끈 독일 출신으로 2001년 8월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는 오토 레이하겔 감독의 일성이다. 고정화
된 틀이 없다.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가 두드러진다. 4-4-2, 5-4-1, 3-4-3, 4-3-1-2 등 전술의
기본 토대라 할 수 있는 포메이션의 변동이 확연히 눈에 띈다. 그렇다고 '불안'하다는 단어와 평은 적절치 못하다.
내로라 하는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그리스의 최대강점이라 할 수 있는 톱니바퀴 맞물리듯 움직이는 단연 발군의 조직력이
뒤를 받치기 때문이다. 수비라인의 예다. 기본 전형은 플랫4, 즉 지역방어와 맨마킹을 혼합한 일자수비 형태다. 좌측부터
S.베네티디스(올림피아코스)-N.다비자스(레체스터 시티)-T.델라스(AS로마)-G.세이타리디스(파나티나이코스) 등이
포진한다. 상대가 객관 전력에서 앞설 경우 변화의 메스가 가해진다. 플랫4 아래 T.델라스를 배치하는 스위퍼 시스템을
가동한다. T.델라스의 공백은 좌우풀백 다기능 요원인 P.피사스(벤피카)가 나선다. 1차 저지선 수비형 미드필더도
선택 카드가 다양하다. T.자고라키스(AEK아테네) 또는 A.바시나스(파나티나이코스) A.지코스(AS모나코) 중 1명을
혹은 더블 센터 수비형MF로 내세운다. 붙박이 GK 니코폴리디스(파나티나이코스)를 제외하고는 이처럼 상대의 예측을
'험난'하게 만드는 레이하겔 감독의 용병술은 조 예선 최소실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듯 이미 검증을 끝마친 상태다.
그리스를 본선무대로 끌어올리며 계약기간을 당초 유로2004에서 2006월드컵까지 연장한 레이하겔 감독은 최근 또하나의
희소식을 접했다. 그 동안 발목부상으로 시름한 인터밀란 소속의 미드필더 G.카라고우니스가 회복, 스쿼드 합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V.트시아르타스(AEK아테네) 좌우 날개 V.라키스와 S.기아나코폴로스(볼튼원더러스) 등에
집중됐던 공격지원이 분산, 다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다. 예선라운드에서 팀내 최다골을 터트린
A.차리스티스(베르더 브레멘)나 T.니콜라이디스(A.마드리드) Z.브리자스(피오렌티나) 등의 운신 폭도 그 만큼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전은 6월12일 개최국 포르투갈과의 개막경기. 뚜껑을 여는 일만 남았다.
첫댓글 그리스...사기선수의 압박이 대략 뷁스러웠다는...-_-;;;
리그의 세계화...케이리그는 언제.......쉐바와 긱스는 차라리 한국에 태어나지...ㅠ.ㅠ
스칼라디스 나오는거 아냐...
한국에서 태어나면 어설픈 구장과 약한 유소년 시설때문에 그까지 클수 있었을지?;;;
포르투칼이 1순위로 가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