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들에게 빨간 경고등이 켜지고있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2972호) 14조에 ‘군인의 길’이 있다. 첫 번째 문장은 ‘나는 영광스런 대한민국 군인이다’로 시작된다. 현실세계 군인들은 스스로를 영광스럽다고 생각하며 군복무를 하고 있을까.
10월초 국방부 국정감사때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현재 최전방 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소위의 일과를 영상으로 공개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영상을 보면서 너무도 이해가 잘되었다. 왜냐하면 약 40년전 필자가 소대장시절 보냈던 일과와 대부분 비슷했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의 소대장이 또래의 청년 30여명을 아버지와 어머니의 심정으로 보호하고 경계작전의 모든 책임도 감당해야 한다. 소대장이 감당해야하는 업무 부담감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있으며, 주야를 구분하지않는 근무와 휴식의 불균형은 무한대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한다. 부모님들이 자식 1명도 제대로 소통하기 어렵지만, 소대장은 모든 부하병사들의 신상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예상치못한 개인적 상황까지 모두 대처해야한다. 소대에 부사관을 1명 더 추가하여 소대장과 부소대장의 부담감을 해소하려는 생각은 없었던 것인지 안타까웠다.
현재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군대관련 다양한 통계자료들은 징집되어 입대한 병사들보다 스스로 입대한 간부들로부터 심각한 증상을 표출하고 있다. 군대로 오려는 청춘들은 더 줄고 군대밖으로 나가려는 간부들은 더 늘어나고 있기때문이다.
2022 국방백서의 한국군은 총 50만 여명인데, 2012 국방백서의 한국군은 63만 9천여명이었다. 지난 10년동안 무려 14만여명의 군인, 약 22%의 병력이 감축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난 6월 기준 '국군 50만명'도 무너졌다. 현재 운영인력이 간부 18만 7천여명, 병사 28만 1천여명 등 총 46만 8천여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한 군 간부는 9481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5630명)보다 1.5배 이상 늘었다. 특히 5년 이상 10년 미만 근무자인 ‘중기복무 제대군인’ 수는 2022년 2999명에서 지난해 4061명으로 1년 만에 급증했다.
지난 8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해·공군과 해병대 부사관 지원인원은 2019년 4만7874명에서 지난해 2만1760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특히 지난해 육군의 경우 부사관 모집인원이 8800명이었으나 4000여명만 최종 선발됐다.
장교들 상황도 비슷하다. 각 군 사관학교(육·해·공·3사관) 퇴교자 수는 2020년 90명에서 2022년 141명으로 세 자릿수를 넘어섰고, 지난해엔 174명까지 증가했다. 각 대학에서 모집해 장교를 양성하는 ROTC는 더 심각하다. 2019년 11개(전체의 10%)에 불과했던 ROTC 정원 미달 대학은 지난해 81개(75%)까지 늘어나면서 인력 충원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19년 3.2 대 1이던 경쟁률도 매년 떨어지면서 2023년 1.8 대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기준 육군에서 전역한 부사관 인원은 3170명인데 반해 신규로 임관한 부사관(하사)은 1280명에 그쳐 창군 이래 역대 최고 격차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육군 전방부대에 배치된 신규임용 군무원 역시 3514명 중 44%가 휴·면직 상태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20대와 30대 청춘들에게 군대와 장교 ․ 부사관은 매력적이지 못한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정확한 진단이 되어야 최적의 치료약을 처방할 수있는데, 아직까지 청춘들이 왜 군대를 외면하는가에 대하여 심도깊은 분석자료를 보지 못했다. 단순하게 병장 월급 200만원 인상으로 인한 급여 역전, 열악한 복지수준을 원인으로 언급하는 것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국방부가 공개한 2023 국방통계연보에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군간부 대상인식조사결과를 포함하고있는데, 그중 ‘군인이라는 직업을 추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약 54%는 추천의사를 밝힌 반면 약 39%는 추천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부정적 답변비율이 급증하고 있었다.
미 육군은 지난 9월말 2024회계연도 현역병력 모집 목표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https://www.army.mil/article/280028/army_exceeds_fy_2024_active_duty_recruiting_goals
최소 55,300명의 입대자를 달성하고 약 11,000명의 병사는 2025년 입대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미군은 무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