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중요성에 대하여
“여러 해에 걸쳐, 나는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주변 동료들에게 어떻게 해서 집단주의에 매몰된 지적 풍토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었는지 몇 번이고 되물었다. 이에 대한 대답과 관련해서 프레드릭 하이에크보다 더 자주 거론된 이름은 없었다.”
진정한 자유에 대하여
'얼마나 이 더러운 시궁창을 기어 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2킬로미터쯤 되었을까? 이미 코의 감각은 없어진 지 오래고 오물로 질퍽거리는 물도 이제는 편안하다. 가끔 쥐가 나왔으면 할 정도다. 이 길의 끝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이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날 수 있다면 이런 고통쯤이야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다'
'내리는 비가 몸을 적시며 시궁창에서 수십 년 동안 지냈던 교도소가 뒤편에 보인다.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레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혹 내가 탈옥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진 고초를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가 출소하여 잘 살 수 있도록 나는 밖에서 잘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이 곳을 탈출해서 몸을 숨기는 것이 먼저다.'
위의 장면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인 앤디 듀플레인이 교도소를 탈옥하는 부분을 묘사한 글입니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갈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자유는 일생일대의 목표였습니다. 마음속 깊이 생각하며 계획을 실행할 날을 꿈꿨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지만 정작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자유를 누리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리가 '자유' 하면 떠올려야 될 사람으로 저는 존 스튜어트 밀을 꼽습니다. 그는 유명한 저서인 '자유론'의 저자이며 공리주의자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그는 치열한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천재가 된 인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제임스 밀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들이 태어난 이후 혹독한 훈련을 통해 자녀를 양육했습니다. 세 살이 될 때부터 그리스어 원전으로 된 인문고전을 읽히고, 이에 대해 토론을 실시했던 것이지요. 아들인 스튜어트는 이 영향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강압적인 교육 탓에 정신쇠약으로 고생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인 자유론은 말 그대로 자유에 관한 그의 생각이 반영된 책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유의 기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지요. 그렇다면 그가 정의하는 자유는 어떤 내용일까요?
자유론은 '인간이 가장 풍요롭게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이야말로 절대적으로 그리고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라는 훔볼트의 말로 시작합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의 의지보다는 시민이 갖추어야 할 자유에 대한 생각을 기반으로 자유론을 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는 우리가 자유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내 자유와 사람들의 자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훔볼트의 서문처럼 인간 모두의 풍요를 기원하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밀은 서론에서 자유를 '우리가 타인의 행복을 빼앗으려 하지 않는 한, 또한 행복을 손에 넣으려는 타인의 노력을 방해하려고 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자신의 뜻대로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한 뒤 이어 2장에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강조합니다. 밀은 그 근거로 아래와 4가지를 이야기했는데 오늘날에 비추어보아도 이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해당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권력이 탄압하려는 의견이 진리일 때, 우리가 이것을 강제로 침묵하게 하거나 청취를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절대적 무오류성을 가정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둘째, 침묵시킨 의견이 틀렸을 경우라도, 그것은 약간의 진리를 가질 수 있고 또 대체로 가지고 있다. 만일 그러한 의견에 대해 침묵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가 파악한 진리의 완전 무결성을 가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셋째, 우리가 파악한 진리가 가령 완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발표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진리를 수용하는 방법은 합리적 근거를 통한 이해가 아니라 오히려 편견의 형태가 될 것이다.'
'넷째, 마찬가지의 경우로 그 진리에 담긴 개념의 명확성과 생명력이 상실되어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 역시 생동감이 뚜렷하게 약화될 것이다.'
밀은 위와 같은 논리를 들어 '차별성이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유익하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가진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어느 한 국가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그 국가의 국민들이 개성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똑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급변하는 세상에서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기업들이 창의력과 인문학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좀 쉽게 말씀드리자면 순종보다는 잡종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더 유리하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대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밀은 사람들의 생각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합니다. 바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되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사회발전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기'입니다. 개인적인 면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사회의 발전을 위해 자유가 어떻게 하면 활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그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밀은 자서전에서 이 책에 대해 '하나의 진리를 설명한 철학교과서 같은 것'이라고 스스로 평하며 '내가 쓴 다른 어떤 저술보다 생명력이 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1859년에 이 책이 출판되었으니 대략 150년 정도가 지난 셈인데 현대에 읽어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으므로 우리는 자유론을 깊게 생각하며 연구해 보아야 합니다. 글의 서론에서 보았던 자유론의 첫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 읽을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해당 문장이 다가올 것입니다.
'인간이 가장 풍요롭게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이야말로 절대적으로 그리고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여러분들은 자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순히 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유를 정립했다면 지금부터는 이 개념을 새롭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유라는 개념이 지닌 독립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창의적 활동과 사회발전 역시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원하는 일을 하나 둘 이뤄나가며 이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노력하게 된다면 아마 더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인생을 자유로운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또한 이런 인생을 누리며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는 것도 개인이 생각하는 자유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이에크가 쓴 130편의 논문과 25권의 저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주변의 강압으로부터 최대한 벗어난 개개인의 상태”로 자유를 정의한 그의 주장은 다시금 주목 받을 필요가 있다.
“한 개인이 그 자신이 따르고자 하는 바를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그 개인의 가치를 모르는 사회는 개개인의 존엄이나 진정한 자유가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자유로운 사회를 지키고자 한다면, 어떤 바람직한 상태를 강요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강압(Coercion)은 악덕이다. 강압은 개개인의 사고능력과 가치를 무시하고 다른 이들의 목표를 성취하는 도구로 전락시킨다.”
“자유로의 투쟁이란 개개인이 더 잘할 수 있음에도 이를 가로막는 강압과의 싸움이다.”
“개인의 자유는 누군가의 삶의 방식이 다른 이들의 삶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소수이다. 이를 통해 다수도 새로운 방식을 배워나갈 수 있다.”
“자유란 기회와 선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결과에 대한 책임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자유와 책임은 분리될 수 없는 개념이다.”
“자유란 단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유야말로 다른 도덕적 가치의 근원이자 전제조건이다. 자유로운 사회는 개개인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이상의 것을 가져다 준다.”
“모든 정치이론들은 개인을 무지하다고 가정한다. 자유의 가치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무지한 개인과 현명한 개인을 둘 다 전제한다는 점에서 이와 차별화된다.”
“개인주의자들은 이성의 한계를 절감하기에 결과적으로 자유주의자가 된다.”
“한번 정부에 주어진 권한은 효과적으로 통제되기 어렵다.”
“통제 받지 않는 정부는 악이다. 어느 누구도 무제한적 권력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
“경제적 통제란 개개인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제를 가하는 이들도 결국 어떠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다른 것을 원한다. 우리는 이렇게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목표를 다 알 길이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유를 추구하게 된다.”
“사유재산 제도는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부여된 권력이라고 해서 자의적이지 않다는 믿음은 그 근거가 없다. 민주적 절차란 권력의 원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 권력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법에 의한 지배 하에서 평등이란,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유에 도움이 될 때에만 그 가치를 지닌다.”
“법치국가 속에서 개개인들은 정부의 권력이 노골적으로 개인의 노력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하에 자신들의 목표와 꿈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다.”
“이전에는 법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다른 이들의 허가와 명령에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한다는 것이 자랑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이같이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이에크가 던진 질문이다. 더해 그는 “자유를 우리 사회의 지적 논의로 만들어내고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숨 쉬는 전통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자유의 전망은 실로 어둡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유주의 철학을 다시금 사회의 전면에 등장시켰다. 우리의 자유가 더 이상 침해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이에크의 사상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