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genome)이란 말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 두 단어를 합성하여
만든 말로서, 생물의 유전 정보를 의미한다.
모든 생물의 세포는 공통적으로 핵을 가지고 있고 그 핵 속에는 염색체라는 물질이 있다.
인간의 몸에는 총 46(23쌍)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그중에 2개의 성염색체는 성을 결정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 44개는 두 개씩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쌍으로 존재한다.
염색체 안에는 유전 물질인 DNA가 존재하는데, 이것은 모든 생물을 만드는 일종의 설계도다.
유전자 설계도는 아데닌(A : Adenine), 구아닌(G : Guanine), 티민(T : Thymine),
사이토신(C : Cytosine)이라고 하는 4가지 염기로 그려진다.
그것은 마치 알파벳이 단어를 만드는 것처럼 그 4가지 염기의구성 방법에 따라 생물의 구조 및 특성 등이 변한다.
DNA는 위에서 말한 A, T, G, C로 쌍을 이루어 구성되며, 이런 2개의 쌍을 이루는 가닥은 이중나선(double helix)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들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꼬이고 꼬여 핵 속에 저장되어 있는 형태를 염색체라고 한다.
그리고 이 DNA 중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단백질로구성되는) DNA 구간을 유전자라고 한다.
인간 게놈은 대략 31억 쌍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고, 유전자는 저마다 크기는 다르지만 평균 6천개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에서는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태아의 성과 인종 등은 물론 수십년 후에 걸릴 질병에 대한 위험까지 결정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로 알아낸 사람의 유전자 수는 약 2만 5천 개 미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작은 선충(線蟲)의 유전자가 약 2만 개 정도라고 하니 그 차이는 놀랄 만큼 근소하다.
그에 비해 우리 몸속에 있는 단백질의 종류는 약 10만 개 정도라고 한다. 이는 각 유전자의 활동이 독립적이 아니라,
상호 의존적으로 복잡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모든 인간의 염기서열은 99.9퍼센트 이상이 똑같으며, 인간과 침팬지도 유전자상으로 98.4퍼센트가 같다. 또
인간 유전자의 약 75퍼센트가 개와 똑같다.
결국 개인마다 외모나 질병에 대한 감수성 등에차이가 나는 것은 0.01퍼센트 정도의
유전자 차이(유전자 발현의 비밀코드까지 포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각 사람이 타고난 천재성,
운동능력, 질병에 대한 면역성 같은 것도 모두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공격해도 DNA의 자물쇠가 견고해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 게놈지도 완성은 게놈을 이루고 있는 약 31억 개의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지
밝혀낸 것으로서 인간 생체의 비밀을 풀어헤친 장본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관상의 하드웨어적인 발견이고 DNA 속에 감춰진 생명현상을 관장하는
비밀 코드, 즉 단백질과 세포를 만드는 명령어인 내장 소프트웨어의 비밀은 제한적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유전자 연구를 통한 인간의 무병장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 사이는 물론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종(種)들은 적어도
생물 화학적 구조상 아주 가까운 사이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불가에서 말하듯 사람은 모든 생물에 대해서 자비심을 가져야 한다. 단 몇 퍼센트의 유전자 차이로
각각 사람이나 동물로, 때로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미물로 태어나는 것처럼 엄청난 차이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의 신비한 메커니즘의 존재가 실감난다.
한편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유전자 속에 숨겨진 정보,
즉 각 유전자가 가지는 정확한 역할과 단백질 및 세포의 생성과정에 대해 정확한 규명을
하기에 인간은 아직은 미궁에 빠진 기분일 것이다.
더 나아가, 생각하는 능력이나 창의력, 감성, 연상작용 등과 같은 인간 고유의 정신과 영혼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인간 뇌 활동의 정교함과 그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한 숨겨진 비밀은 단순한 생물학적 접근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스탠포드 대학 교수이자 노벨상 수상자로 카이스트(KAIST)총장직을 역임했던 러플린 박사는
인간사회가 스스로 조직화되듯 자연도 스스로 조직화한다고 말했다.
자연현상의 원리는 그 범위가 끝이 없고 방대하여 아무리 좋은 컴퓨터를 사용해도 이해하기 어려우며,
자연이 인간의 이해를 허락하는범위 내에서만 이해가 가능하다.
앞으로, 단백질학(proteomics), 세포학(cytology), 뇌과학(brain science)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사람과 무릇 생명의 생성 메커니즘을 완전히 파악한다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뿌리가 한군데서 나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이네(m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