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며칠 전에 친구 아들 결혼식에 다녀 오면서
이제 퇴임한 어느 교장선생님의 이야기에
흐뭇한 적이 있습니다.
남녀 누구나 한번쯤 소변이 마려 당황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저 역시 버스를 탔다가 소변이 마려 아주 혼 난 적이 있었습니다.
바지에다 쌀 직전에
다행히 서지 않던 곳에서 서서 염치불구하고 내려 눈 적이 있었습니다.
버스속의 사람들이 일제히 보거나 말거나.
어느 날 그 분은 집에 돌아 가려고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몇 잔 마신 탓인지 소변을 보고 싶더랍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 건물이 있어 화장실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이리저리 둘러 보았더니 마침 큰 돌이 세워져
있는 곳이 있더랍니다.
얼른 그 뒤로 가서 소변을 봤답니다.
보면서 그 세워진 돌을 찬찬히 보았더니 그곳에는 <바르게 살자>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더랍니다.
얼마나 민방했던지 얼른 볼 일을 마치고 그곳에 꾸뻑 절을 하면서
정말 죄송하다고 했답니다.
아이들게는 바르게 살라고 했는데 소위 교장이 그런 짓을 했으니 얼마나 민방했는지 ......
그 분은 평소에 일본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들을 자주 비교하면서
아직도 우리나라는 멀었다고 하는 분이었습니다.
얼른 일을 마치고 누가 볼세라 다시 정거장에 서 있는데
웬 부부가 자기 앞으로 오더니
(혹시 자기의 행동을 본 것은 아니었는지 철렁했다고 함)
불쑥 여자가 천원을 꺼내면서 받으라고 했답니다.
언젠가 버스에서 잔돈이 없어 쩔쩔매고 있는데 선생님이 내 주셨다고 하면서.
몇달 전이었는지 1년이 지났는지 도저히 기억이 없더랍니다.
마음만 받겠다고 거절하면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더랍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아직 우리에겐 밝은 미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비록 천원이지만 몇 만원 받은 것보다 더 기분이 흐뭇하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