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이 ‘진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17일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자 TV토론회가 진행된 충북 CJB청주방송국. 조배숙 후보가 손학규 후보에게 ‘젊은 층을 당으로 끌어들일 전략’을 묻자 손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가 젊은 층이다…. 사회적 복지, 진보적 노선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데 가장 중요한 1차적 과제다.”
손 후보는 과거 ‘중도’ 쪽이란 평이 많았다. 그런 그가 요새는 ‘진보·개혁·중도의 통합’을 강조한다. 지난주엔 한 신문과의 서면인터뷰 뒤 기사 제목이 “집권 달성 위해선 진보 아닌 중도로 가야”로 나가자 “진보 논쟁이 뜨거운데 웬 중도냐”며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정동영 후보도 ‘왼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전당대회 전국투어 내내 ‘담대한 진보’와 ‘역동적 복지국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과거 민주노동당이 내건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진보 이름짓기 논쟁’에 거리를 두던 정세균 후보도 “당이 더 진보적, 민주적, 서민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중진 천정배 의원도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강조한다. 비교적 보수에 유연한 입장인 박주선 후보조차 17일 청주 토론회에선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국민에 혜택이 돌아가면 된다”면서도 “여기 있는 사람 중 대한민국을 위한 진보·복지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들이 이처럼 이념 노선에서 왼쪽으로 옮겨가는 건 6·2지방선거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인영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요인은 무상급식 등 ‘생활의 진보’ 정책이 국민들에게 먹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동영 후보도 “역동적 복지국가가 ‘지역 동맹’보다 2012년 더 확실하게 정권을 찾을 수 있는 길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노·진보신당·시민단체 등과의 야권연대가 필요하고,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민주당도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여권이 ‘친서민’ ‘공정사회’ 등 과거 진보 세력이 내세우던 가치를 도입한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는 부담을 키웠다.
실제로 민주당 비상대책위는 이날 ‘중도 개혁’ 용어를 강령에서 삭제하고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을 명문화한 강령·정책 의결안을 의결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진보’라는 용어를 쓰진 않았지만 진보 정책적인 노선을 적극 반영하고 좀 더 ‘선명한 야당’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