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 홀로 깨어/박재삼
새벽잠 홀로 깨어
물같은 공기 배인 창호지 본다.
일어나기엔
허리 밑 처지는 게으름을,
다시 눈을 감기엔
눈썹 위뜨락이 말갛게 쓸리는 상쾌감을,
그들은 시방 古三(고삼)으로 장자못으로 떠나
즐거움을 낚으련만
나는 오직 창호지!
옛사랑 물에 어릴까
이 어리석은 한 때,
이도 하나 그윽한 기다림이로다.
===[박재삼 詩 100選, 박재삼문학관운영위원회]===
어제가 처서였습니다.
가을이라하기엔 날씨가 말썽꾸러기 개구쟁이 같이 덥기만합니다.
언제 철이 들런지? 기다리면 되겠지요.
박재삼 시인께서도 기다림이라고 끝을 맺습니다.
창호지!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단어입니다.
요즘엔 창호지 대신 유리를 사용합니다.
겨울이 되기 전 안방, 건너방, 사랑방의 문들을 창호지로 새로운 창호지로 교환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하얀 창호지를 붙히고 나면 물을 입으로 분수처럼 뿌려주면 마르면서 팽팽해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수십년 된 흙벽돌 집이 마치 새집으로 이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지요.
손바닥만한 사각형 유리가 문 한가운데 있어 문을 열지 않고도 밖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겨울에 밖에서 세수하고 문고리를 잡으면 "쩍"하고 달라 붙어서 소리치던 고향집었는데....
가을의 새벽길!
걸어 보세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만나서 반가워서,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눈물이 있는 공항.
물끄러미 공항의 정경을 보며
한편의 시를 감상해 봅니다.
행복한 그리고 건강한 오늘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