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고등학교 1학년 때 윤리,2학년 때 사회문화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다.
상수, 해준이, 석도는 물론 잘 알 것이다.
부산고등학교 20회 졸업생이니까 우리보다 19살 많은 선배님이시기도 하다.
선생님 말씀을 빌자면, 당신은 처음에 부산대 화공과에 진학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름방학 때 서울에서 내려온 서울대 친구들의 거들먹거리는 꼴이 아니꼬와서 재수를 했다고 한다.(당시 부산에 내려온 친구들이 바닷가에서 수영복에까지 서울대 뺏지를 차고 다녔다고^^)
그래서 선생님은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에 입학하고 졸업하여 윤리 선생님이 된 것이다.
우리가 입학하던 해에 우리랑 같이 전근해 오셔서 사실상 우리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전경환선생님은 내 친한 친구의 1학년 때 담임이었기때문에 친구를 통해 선생님의 애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업을 참 재미있고 깊이있게 잘하셨다.
훗날 내가 교사가 된다면 나도 저런식으로 수업을 해보리라 생각하게 만드는 몇안되는 나의 은사님 중의 한분이셨다.
2학년 때 사회문화와 화학을 각각 1.5단위씩 수업을 했는데, 한주는 화학을 2시간, 한주는 사회문화를 2시간, 그렇게 했다. 사회문화를 2시간하는 주에는 선생님때문에 마음이 한결 가볍고 즐거웠던 기억도 있다.
물론 그 선생님과 나랑 각별한 개인적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여러모습이 퍽 매력있어 보였기에 선생님은 나의 본받고 싶은 교사의 표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졸업 후 후배들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께서 범어사로 소풍 인솔을 가셨다가 바위 절벽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셨다는 것이다. 그 후 선생님은 1년 넘도록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거의 식물인간과 다를 바 없는 상태에 처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리고 연이어 들려온 소문에 의하면 선생님 가정은 붕괴되고 급기야 선생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고 한다.
선생님이 누워계셨을 때, 같은 부산에 있으면서도 찾아뵐 생각도 못한 나의 무심함에 대한 자책은 그 이후 선생님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계속되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20주년기념 행사로 부산에 내려가던 열차 안에서 동승한 친구로부터 나는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전경환선생님이 살아계시며, 얼마 전 TV에도 출연했다는 것이다.
사연인즉, '친구'의 영화 감독 곽경택(우리 모교의 1년 선배) 선배가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에서 자신의 고교시절 사진반 지도교사였던 전경환선생님을 찾았다는 것이다.
어제 아침 나는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을 검색해서 해당 프로그램을 찾아 그날(2005년 12월26일) 방송분을 보았다.
선생님은 현재 부산 다대포에서 장애인 재활 공동체를 이끌고 계셨다.
"경택아 잊지않고 찾아줘서 고맙다"라며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어눌한 목소리의 선생님을 보며 곽경택감독은 큰 절을 하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내 속에서도 무언가 울컥하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하지만, 이제 곧 환갑을 바라볼 연세에다 휠체어에 의존해 있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20여년 전 그때의 패기넘친 미소는 여전했다.
첫댓글 표상이 될 선생님♡ 이 계셨다는 것과 지금 그 선생님 열심이 살고 계심에 가슴아련한 감동을 전하는 영종이의 마음이 전달되는구만...
오빠, 나 그 프로 봤어요. 여기서 비디오로 녹화를 해서 한국마켓에서 빌려주는데 'TV는 사랑을 타고' 라는 프로에서 나오더라구요. 아... 그 선생님.... 나도 참 감동적으로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