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월요일 일지
아이들과의 첫 만남
아이들 방학을 이용해 2주간 활동하는 여름방학 마을학교가 오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복지관으로 출근 하자 마자 사업 설명 할 자료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긴 후 첫 만남 장소인 검산 샬레 2차 아파트로 선생님과 함께 향했다.
다같이 만나기로 한 10시, 점점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약속장소로 한 명, 두 명씩 모이기 시작하고 처음 만나는 아이들과 조금은 어색하지만 밝게 인사를 나눴다. 다같이 아파트에 있는 평상에 모여 제대로 인사를 나눴다.
나를 처음보는 아이들이 조금 어색해하고 낯설어하는 아이들에게 내 소개를 시작했다. “여러분, 혹시 김제 옆에 있는 익산 이라는 곳을 알고 있나요?” “네~” “선생님은 익산에 살고 있고, 익산에 있는 원광대학교 4학년에 다니면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어요. 올 여름 여러분들과 함께 자연에서 뛰어놀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처음 내가 계획했던 자기소개는 각자 종이에
이름과 학교, 좋아하는 것을 적어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구상했지만 한 아이가 요즘 스타일로 아이엠그라운드로
소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모든 아이들이 동의했다.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내가
계획한 방식은 아니었지만 누구 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 걸 조금 꺼려하는 아이들도 친근하게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수 있었고, 조금은 긴장하고 있던 분위기도 많이 풀어졌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간단하게 사업을 설명했다. 왜 기획하게 되었는지, 우리가 이 활동을 하는 목적과 목표, 그리고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일정과 핸드폰이 없던 시절, 자연에서는 무슨 놀이를 했는지 엄마, 아빠께
직접 물어보며 자료를 정리하고 ppt를 만들어 보여줬다. 처음에
기획의도나 목적, 목표에는 글이 있고 말로 설명하다 보니 아이들이 조금은 지루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옛날에 했던 놀이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도 조금씩 흥미가 생기는 모습이었고, 자연에서 어떤 놀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끊임없이 이야기 해주었다.
간단한 사업 설명이 끝난 후, 활동 하면서 필요한 역할과 우리가 같이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그
역할은 누가 할 것인지 서로 의견이 갈리면서 진행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합의점을 찾아갔고, 결국 선생님을 도와주는 역할인 반장을 매일 돌아가면서 한명씩 맡기로
했다. 그리고 같이 논의해서 7가지의 규칙을 정했다.
1. 실내에서 뛰어다니지 않기 2.
싸우지 않기 3. 놀리지 않기 4. 때리지 않기
5. 자연에 갔을 때 꽃 밟지 않기 6.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7. 마지막으로 규칙 꼭 지키기
아이들이 직접 논의해서 정한 규칙이었다. 과연 이 규칙들이 얼마나
잘 지켜질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아이들과 자연에서 뛰어놀게 될 8월 6일과 12일에 어떤 장소에 가서 무엇을 하며 놀아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행 연구를 하고 인사를 다니던 시골마을에 가서 뛰어놀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 시골 마을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골목에서 뛰어놀기도 하는 건 어떨까 라는 의견을 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이 활동의 주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 저곳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정한 곳은 바로 금산사 계곡
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어떻게 가야할지, 어떤 준비물이 필요할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겠지만, 아이들이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활동의 주인이 되어 우리 사업의 목표처럼 잘 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실습 소감
아이들과 본격적으로 활동이 시작한 첫 날,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할지,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많은 고민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잠을 설치며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기다렸다. 정수현 선생님께서 샬레 2차 정문에 내려주시고 아이들과 만날 시간이 점점 다가올 때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렸다. 한 두명씩 도착하고 조금은 어색한 인사를 나눴지만, 막상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들과의 첫 회의가 시작되고 나를 소개했고, 준영이의 의견으로 조금은
특별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나름 즐거웠던 소개여서 서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어색함 없이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사업 설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내 등에서 땀이 삐질 나고, 당황하는 순간들은 그 다음부터
였다.
역할을 정하기로 하는 순간 아이들은 필요한 역할을 내가 준비한 스케치북에 적기 시작했지만, “난 이 역할을 하고 싶고, 저 역할은 하기 싫어! 그러니까 내가 이 역할 할게, 넌 저 역할 해!” 하며 서로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역할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 우리 역할을 하루씩 돌아가면서 해보는 건 어때?”, “그건
싫어요. 그럼 제가 하기 싫은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생각도
못한 질문으로 말문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결국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정해졌지만, 이러다 오늘 회의에서 나눌 이야기가 많은데 역할만 정하다 끝나면 어쩌지 하는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점점 아이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뛰어놀고 싶은 아이들은 "선생님, 같이 술래잡기 하면 안돼요?", "맞아요. 같이 얼음땡 놀이 해요!" 아이들과 같이 놀아보는 것도 방법이라는 말이 떠올라 덥지만 아이들과 열심히 뛰어놀았다. 어떻게 놀면 좋아하는지 아이들의 놀이 방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서로의 주장이 강해지고, 좋은 것과 싫은
것이 분명하게 생기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직접 합의점을 찾아가는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있기를 바래본다.
아이들과의 첫 회의가 끝나고 정수현 선생님께서 슈퍼비전을 해주셨는데, 아이들의
모든 의견을 다 받아주기는 힘들기 때문에 적절하게 잘 중재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오늘
회의를 통해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정말 격하게 공감이 됐다. 하지만, 아직은 잘 중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매우 어려운 것 같다.
또, 우리가 이 사업을 왜 기획하게 되었는지 취지를 잘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부분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설명에서도 그렇고,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우리는 요즘 쉬는 날
핸드폰만 하고, 컴퓨터로 게임하는 등 자연에서 뛰어놀 시간이 많이 부족해 하루만은 자연에서 같이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해줬지만, 워터파크나 에어컨 밑이 익숙한 아이들은 자연에서 어떻게 놀아야 할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함께 어울리며 올 여름 안전하게 잘 놀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거들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첫댓글 첫 만남, 입구에서부터 아이들 맞이해 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쉽지 않았을 첫 만남, 애썼어요. 잘했어요.
아이들과 규칙을 정할 때,
'~ 하지 않기' 보다는 '~ 하기' 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들어 '실내에서 뛰지 않기' -> 실내에서 조용히 걷기, 싸우지 않기 -> 친구를 배려하고 친하게 지내기
이번에는 그렇게 정했지만, 다음에 아이들 만날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적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