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72
천자문189
동봉
0669권할 권勸
0670상줄 상賞
0671내칠 출黜
0672오를 척陟
취앤상추지劝赏黜陟Quanshangchuzhi
(익은곡식 과세하고 햇곡식헌상)
-공있는자 상을주고 아닌자축출-
엿새 동안 잘 쉬었습니다
다시 천자문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작은 문제라면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래도 큰 문제가 아니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문제는 다름아닌 키Key입니다
키라고요?
그렇다면 작은 게 아니겠군요
엿새 동안 천자문을 밀쳐놓았더니
관성慣性Inertia의 법칙이 작용하나 봅니다
며칠 놀았다고 계속 놀고싶어집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천자문》맥락이 끊긴 느낌입니다
어떻게 이어갈까 고민하고 또 고민중입니다
모르기는 해도 어쩌면 내일부터는
나름대로 좋아지리라 위안을 삼습니다
그건 그렇고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권할 때
가장 가치있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요
어쩌면 왕생往生을 권함일 것입니다
사람이 삶을 마감하고 저승길에 오를 때
이왕 떠나는 것이라면 극락이 좋지 않겠습니까
불교의식집《석문의범釋門儀範》권하卷下
256쪽에서 277쪽까지 22쪽에 걸쳐
국한문 혼용으로 된《권왕가勸往歌》는
사언절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노랫말입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정토삼부경을
노랫말 속에 완벽하게 녹여 낸 작품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신심이 나는 괜찮은 글입니다
석문의범 하권 제17 가곡편에서
제1 참선곡
제2 회심곡
제3 별회심곡
제4 백발가
제5 몽환가
그리고 그 다음이 제6 권왕가입니다
이 뒤로도
제7 원적가
제8 왕생가
제9 신년가
제10 경허당 성우선사의 가가가음呵呵呵吟
제11 신불가信佛歌
제12 조학유의 찬불가
제13 사월파일경축가
제14 퇴경 권상로의 성탄경축가
제15 성도가
제16 대은 김태흡의 오도가
제17 퇴경 권상로의 열반가
제18 대은 김태흡의 월인찬불가
제19 목련지효가
제20 퇴경 권상로의 학도권면가가 있습니다
대은 김태흡 큰스님은
1980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자암에서
직접 뵌 적 있는 큰스님 중 큰스님이셨습니다
그 밖에 김창운의 관음신앙가
봉찬회 일광득조의 문맹퇴치가
안양왕생가
불전화혼가
산회가 등이 있고
금강산 유산록과 금강산 명구가 부록으로 있고
관악산 유산록과 관악산 명구 등이 있습니다
0669권할 권勸
권할 권勸 자는 꼴소리문자입니다
약자의 권할 권勌 자와 같은 자입니다
힘 력力 자는 힘써 일하고 강력하게 밀어붙이며
당당하게 권한다는 의미입니다
오른쪽의 부수 힘력力 자와 더불어
소릿값인 물새 관雚이 합하여 이루어졌습니다
처음에 물억새 환萑 자로 쓰다가
나중에 부르짖을 훤吅 자를 속에 넣었습니다
누구에게 무엇인가를 권한다는 것은
힘으로 밀어부치며 동시에 설득함입니다
설득하려면 많은 얘기를 나누어야겠지요
그러므로 부르짖을 훤吅자를 끼워넣어
물새 관雚 자로 만든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따라서 권하다 가르치다로 발전합니다
실제로 권할 권勸자에
권하다, 권장하다, 가르치다, 힘쓰다, 따르다
인도하다, 애써 일하다, 좋아하다, 즐기다
싫어지다, 싫증이 나다
권하고 격려하여 힘쓰게 하다
그리고 권고 따위가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하도록 부추기는 말이나 짓이지요
다른 꼴 같은 뜻글자로는
劝 : 권할 권
勧 : 권할 권
劝 : 권할 권의 간체자
勌 : 게으를 권/권할 권 자가 있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
侑 : 권할 유
慂 : 권할 용
慫 : 권할 종 자 등이 있습니다
0670상줄 상賞
상줄 상賞 자는 조개 패貝 부수며
분류상 가장 흔한 꼴소리形聲문자입니다
뜻을 나타내는 조개패貝와
소릿값 오히려 상尙이 만나 이루어졌습니다
오히려 상尙 자는 '숭상할 상'으로도 새기는데
여기에는 위人로 향向하다
위冋에 더하는小 일을 의미하며
한껏冋 높이다丨人 따위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높이고 더하고 향함의 뜻 상尙 자와
재물과 보석의 뜻으로 조개 패貝 자가 만났으니
상賞이란 게 얼마나 좋은 것이겠습니까
공을 세운 사람에게 그간의 공을 치하賞하고
재물貝을 얹어 포상하니 영광이지요
이처럼 상이란 잘한 일을 기리기 위해
주는 물질적物質的 표징입니다
상이란 주고 받는 것입니다
기리는 쪽에서는 줌與이 될 것이요
공이 있어 받는 쪽에서는 받음受이 됩니다
이 두 이미지가 묶여 수여受與가 되었습니다
1. 상 주다
2. 증여하다
3. 칭찬하다
4. 즐기다
5. 가지고 놀다
6. 즐기면서 구경하다
7. 숭상하다
8. 아름답다 등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다른 꼴 같은 뜻글자로서
赏 : 상줄 상 자가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로는
罰 : 벌할 벌 자가 있으며
모양이 비슷한 한자로는
償 : 갚을 상
嘗 : 맛볼 상
堂 : 집 당
尙 : 오히려 상
常 : 떳떳할 상/항상 상
掌 : 손바닥 장
當 : 마땅 당
裳 : 치마 상
黨 : 무리 당 자 등이 있습니다
명심보감을 통째로 외우고 났더니
훈장님께서 옥은玉隱이란 호를 주시면서
던진 말씀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50년 전 일인데도 너무나 생생합니다
'상일인천하예지賞一人天下譽之'입니다
착한 사람 한 사람을 표창하면
천하의 백성들은 입을 모아 칭송하느니라
'우리 군주는 공평하시도다
착한 사람을 이토록 알아주시니' 라고
그러면서 훈장님께서는 '옥은'이란 호와 함께
손바닥보다 더 작은 벼루 하나를 주셨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정도의 크기였는데
포상褒賞으로 주신 것입니다
절에 들어오면서 집에 두고 나왔는데
그것이 나와의 마지막 인연이었습니다
나는 어렸을 때 나름대로 상복이 있었습니다
내가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으로 배움이 끝날 때까지
개근상 정근상은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예체능과 관련된 상은 한 번도 받지 못했지만
우등상은 그런대로 가끔 잘 받아왔습니다
아무튼 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습니다
상은 전법傳法과 형식을 달리합니다
법이 전해짐은 주위에 누가 있거나 말거나
한 사람에서 한 사람으로 전해집니다
전강식傳講式이나 전계식傳戒式의 경우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 데서
장엄하고 성대하게 거행되기도 하지만
전법은 스승에서 제자로 은근히 전해졌습니다
나도 나의 은법사 고암대종사로부터
1979년 3월 5일 한낮
조계종 총무원청사 5층 종정실에서
큰스님의 친필로 쓰인 전법게傳法偈와 함께
손수 읽으시던《화엄경합론華嚴經合論》을
전법의 신물信物로 받았습니다
이통현 장자의 화엄론을 곁들인 경전입니다
18알짜리 목각의 까만 단주도 함께요
아마 지금까지 내 인생에 있어서
이보다 더 값진 포상은 없었을 것입니다
전법의 신물이 포상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내게는 포상입니다
전법게와 함께하는 포상입니다
그러나 이는 출가자의 일이고
일반 세간에서는 아마 노벨상일 것입니다
노벨상은 너무나도 유명한 상이고
너무 영광스러운 상이라 거론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지난 20여 년 동안
20여 차례를 뛰어넘는 상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물리학 과학 생물 의학상 등
명성 있는 상은 다 받았는데
우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은 게 전부지요
노벨평화상! 너무나 값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거기서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千字文》의 '권상출척勸賞黜陟'은
옛날 농경사회에서 농민들의 사기를 앙양하고자
만들어낸 시상제도라고 보면 좋을 것입니다
즉 열심히 농사를 잘 짓는 자에게는 포상하고
게으른 자에게는 야멸차게 내치는 제도입니다
출척黜陟이란 그냥 내침입니다
내칠 출黜 자가 많이 쓰이는 곳이 있습니다
정당정치 정치권에서 쓰는 말입니다
평소에는 형님이니 아우니 하고 지내다가
어떤 사건이 터지기라도 하면
냉정하게 돌아섭니다
행여 불똥이 자신에게 튀면 안 되니까요
그때 행하는 것이 출당조치黜黨措置입니다
어제까지 형님 아우 하다가
순식간에 그대로 남남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무혐의로 풀려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형님 아우가 됩니다
정치의 세계는 실로 비정非情합니다
정이 없는 게無情 아니라 등진非 정情입니다
차라리 정이 없다면 만들면 되는데
짐짓 정을 등졌으니 문제가 다르겠지요
0671내칠 출黜
내칠 출黜 자는 검을 흑黑 자와
소릿값 출出자가 만나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희고 깨끗한 마음으로 오감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엄청난 뒷거래가 오갑니다
바로 그 검은 뒷거래 때문에
결과적으로 축출逐出되는 것입니다
말은 축출逐出이지만 실제로는 축출逐黜입니다
아무튼 검다黑는 것이 문제입니다
1. 내치다
2. 물리치다
3. 내쫓기다
4. 버리다
5. 떨어뜨리다
6. 줄이다
다른 꼴 같은 뜻글자로
㔘 : 물리칠 출 자가 있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는
斥 : 물리칠 척/방자할 탁/성씨 자가 있으며
모양이 비슷한 한자로는
嘿 : 고요할 묵
黔 : 검을 검, 귀신 이름 금
黖 : 검을 기, 검을 희
黚 : 얕은 금향 빛 겸, 검누른 빛 금
黛 : 눈썹먹 대
黝 : 검푸른 빛 유
黠 : 약을 힐/약을 할 자 등 많습니다
0672오를 척陟
부수 좌부변阝오를 척陟 자는
뜻모음會意문자입니다
좌부변阝이란 언덕 고阜 자이기에
평지보다 높은 곳이며 솟아오른 곳입니다
높은 곳 솟은 곳이 어디일까요
지형으로는 산입니다
여기에 걸음 보步 자가 만나
높은 언덕에 오르다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1. 오르다
2. 올리다
3. 등극하다
4. 승진하다
5. 등정하다
6. 공경하여 받들다
7. 산제를 지내다
8. 중첩한 산
다른 꼴 같은 뜻글자로는
徏 : 오를 척 자가 있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는
右 : 오른쪽 우/도울 우 자를 비롯하여
陞 : 오를 승
敭 : 오를 양
昇 : 오를 승
登 : 오를 등
騰 : 오를 등 자가 있으며
반대 뜻을 가진 한자로
增 : 더할 증/겹칠 층
損 : 덜 손
減 : 덜 감
降 : 내릴 강, 항복할 항
落 : 떨어질 낙 자 따위가 있습니다
어즈버!
맑게 살기가 참 힘들다고요?
08/01/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기포스님 ~!!
잘 쉬었습니까~?
천자명 다시 보게되어 반갑습니다
기포스님 ~!!
노벨상보다 더 큰 보살상을 스님께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자명 귀하게 보겠습니다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십시요
ㅎㅎㅎ
스님!
2박 3일 짧습니다.
짧아서 애들이 더 아쉬워 하지만
오늘은 복귀하면서
구경 좀 하고
내일부터 일상으로 돌아가려 합니다.